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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중고생 80%가 사교육…수학·영어·국어 순

등록 2011-01-03 11:00

함께하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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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
학원수강이 2배이상 많아
절반이 한달 30만원 이상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 방해
학생기자들이 물어봤어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1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1년 사교육비 규모가 10조6000억원이었던 것에 견줘 10년도 안 돼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은 학부모와 학생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학생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사교육을 받기 시작해 12년 동안 수많은 학원을 전전해야 한다. 비싼 사교육비를 부담하기 위해 학부모는 궂은일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가구당 한달 평균 소득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이렇게 학부모와 학생들은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고통받고 있지만 사교육 시장은 여전히 활짝 웃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지 못하고 학원 주변을 맴도는 이유는 뭘까? 사교육에 대한 궁금증을 ‘아하! 한겨레’ 학생기자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들어봤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총 495명의 중고생들이 응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고아무개(14)양은 한달에 5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쓴다. 국어, 수학, 논술, 중국어 등 과목도 다양하다. “사교육을 받는 이유는 복합적이에요. 부모님도 원하고 다른 친구들도 사교육을 받기 때문에 하는 것도 있지만, 학교 공부로는 부족한 심화수업을 받고 싶은 제 욕심도 있어요.”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이유로 사교육을 받는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다.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사교육 실태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은 388명(78.4%)에 이르렀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학생은 107명(21.6%)에 불과했다. ‘어떤 종류의 사교육을 받고 있나’(중복응답 포함 516명)란 질문에는 ‘학원’이 262명(50.8%), ‘유료 온라인 강의’가 129명(25%), ‘과외’가 123명(23.8%), 기타 2명(0.4%) 순으로 답했다. 안동여고 1학년 황다솜(16)양은 “소수정예의 단과학원에 다닌다”며 “모르는 문제는 선생님에게 바로 질문할 수 있고 기출문제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과외를 한다는 세명고 2학년 김소연(17)양은 “평소 부족한 과목을 과외를 통해 보충한다”며 “내게 맞는 시간을 따로 정할 수 있어 학원보단 과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유료 온라인 강의’는 다른 사교육에 견줘 수강료가 저렴하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어 수강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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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을 받는 과목은 무엇인가’(중복응답 포함 620명)란 질문에는 ‘수학’이 296명(47.7%)으로 가장 많았다. ‘영어’는 176명(28.4%)이, ‘국어’는 86명(13.9%)이 답했다. 90%가 넘는 학생들이 국영수 위주의 입시 과목 사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과목을 받는다는 학생은 11명(1.8%)에 그쳤다. 안동여고 1학년 박영은(16)양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수학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형편없는 수학 점수를 받았어요. 수준도 갑자기 높아지고 어려워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수학 선행학습을 위해 학원에 계속 다니고 있어요.” 51명(8.2%)이 답한 ‘기타 과목’으로는 사회, 과학, 논술, 제2외국어 등이 나왔다. ‘논술’ 사교육을 받고 있는 광주 첨단고 2학년 지수민(17)양은 “논술은 입시에서도 중요한데, 학교에서는 제대로 배우지 못해 따로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한달 사교육비로 얼마를 지출하는가’란 질문에는 ‘30~50만원’이 109명(28.6%), ‘50만원 초과’가 102명(26.8%)에 이르렀다. 한달 사교육비로 절반 이상이 30만원 이상을 쓰고 있는 것이다. ‘1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학생은 25명(6.6%)에 불과해 많은 가정에서 사교육비로 수십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동여고 1학년 조예진(16)양은 “영어와 수학 학원에 다니는데 학원비가 50만원이 넘는다”며 “언니도 함께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부모님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교육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란 질문에는 220명(57%)의 학생들이 ‘수능 대비 등 심화학습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학교 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교 내신 대비를 위해서’라고 답한 학생도 113명(29.3%) 나왔다. ‘심리적 불안감’을 꼽은 학생은 31명(8%)이었다. 광주 진흥중 3학년 조수연(15)양은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다른 친구들에 비해 뒤처진다는 생각이 든다”며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을 찾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부모님의 강요’로 사교육을 한다는 학생은 5명(1.3%)에 그쳤다.


‘사교육을 해 성적이 올랐는가’란 질문에 303명(79.7%)이 성적 향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아니다’라고 답한 학생은 57명(15%)이었다. 세명고 2학년 최주연(16)양은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사교육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는 올랐다”고 말했다. 사교육이 일시적인 성적 향상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제천동중 3학년 정아무개(15)군은 “성적이 오르긴 했지만, 학원에 의존하게 돼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다른 친구들보다는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고 있었지만 사교육이 불러온 문제점도 잘 알고 있었다. 설문에 응한 학생들 가운데 240명(50.4%)은 ‘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비싼 수강료’를 꼽았다. 안동여고 1학년 임소현(16)양은 “학원 수강료는 비싸지만 그에 걸맞은 교육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며 “강사가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학생들과 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시간을 때우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사교육이 ‘입시 불안감’을 부추긴다는 답변도 102명(21.4%)에 이르렀다. 입시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이용해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리한 선행학습’이 과열경쟁을 부추긴다는 답변도 51명(10.7%) 나왔다. 김포외고 2학년 홍순현(17)군은 “학원 수업 진도만 따라가다 보면 학교 내신 시험에 대비하기 힘들 정도로 앞서 배우게 된다”며 “빨리 배우는 데 급급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없고 시간도 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타’ 답변으로는 부모님의 경제력 차이가 교육 격차로 이어진다는 의견이 있었다. 김포외고 2학년 조현경(17)양은 “사교육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하지 못하는 친구도 있다”며 “학원 수강료를 지금보다 많이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객이 바뀐 사교육과 공교육의 현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안동여고 장호철 교사는 “사교육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 만큼 학생들도 학교 수업 때와는 다른 자세로 강의를 듣는다”며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하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없고 사회에서도 도태될 것이라는 불안이 이렇게 사교육을 비정상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주최 ‘사교육 없는 자녀교육’ 성공사례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호경환(45)씨는 “많은 부모들이 남들이 하니까 나도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학원을 끊으면 바로 성적이 내려간다고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창하(김포외고), 임채원(청심국제중)

임하은(안동여고), 한수현(세명고) 학생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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