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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연계 방식 4가지중 3개는 ‘그럴 수도 아닐 수도’

등록 2010-12-13 09:58

올해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은 “베끼기식으로 연계 출제되는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꼬아서 낸 문제가 많아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 사진은 수능 날 쉬는 시간에 문제집을 펼쳐보는 학생들. 자료사진
올해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은 “베끼기식으로 연계 출제되는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 지나치게 꼬아서 낸 문제가 많아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 사진은 수능 날 쉬는 시간에 문제집을 펼쳐보는 학생들. 자료사진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
‘EBS 연계’ 개념·범위 논란
지문·문항 활용만 눈에 띄고

문항 확대·축소 등은 모호해

“100%연계라 해도 될 것” 지적

“‘이을 연, 이을 계’를 쓰잖습니까. 서로 이어져 있다, 즉 연관되어 있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개념이나 원리가 연결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연계가 맞는 겁니다.” 서울의 한 고교교사는 올해 수능 교육방송 연계 출제에 대해 이렇게 한자풀이를 해가며 “연계가 맞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방송이 낸 연계 문제 분석 보도자료는 이 교사의 말처럼 개념, 원리 등의 추상적인 단어를 써가며 연계가 이루어졌음을 해설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1~3교시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의 이비에스 교재 연계율은 72%, 72.5~80%, 70%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연계에 대해선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장 교사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리해보면 시험 문제 출제에서 ‘연계출제’라고 할 때는 크게 네 가지 범주가 나온다. 지문 및 문항 활용, 개념 활용, 아이디어 활용, 문항의 확대 및 축소 등이다.

지문 및 문항 활용은 말 그대로 지문이나 문항이 같거나 비슷한 경우 등을 말한다. 지문 및 문항 활용의 경우는 누가 봐도 비교적 연계가 뚜렷하게 보이는 편이다. 올해 수능 수리 나 14번 문제의 경우는 거의 비슷한 문제 상황을 제시한 문항 활용의 대표적인 예다. 서울의 한 고교 수학교사는 “특히 도형, 삽화, 그래프 등을 거의 그대로 따왔기 때문에 거의 기출로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고은 시인의 <선제리 아낙네들>을 지문으로 똑같이 가져온 언어영역 13번~16번의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 김인봉 교사는 “이렇게 지문을 가져오는 경우가 가장 직접적인 연계다”라고 설명했다.

이비에스 연계율과 연계 문항
이비에스 연계율과 연계 문항


하지만 개념 활용, 아이디어 활용, 문항의 확대 및 축소 등으로 연계를 했을 경우, 이 문제가 연계 문제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개념 활용이란, 어떤 단원의 학습 목표 가운데 열쇳말이 되는 것, 즉 같은 주제를 두 문제가 똑같이 다루고 있는가를 말한다. 예를 들어, 외국어 영역에서 관계대명사를 다룬 문제가 나왔는데 이것이 이비에스 교재에도 나왔다면 연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어 영역 문제집 가운데 관계대명사를 다루지 않은 문제집은 없다. 굳이 이비에스에서 연계된 문제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꼴이 되는 것이다.

소재를 차용하거나 소재가 비슷한 경우를 의미하는 아이디어 활용도 개념 활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문항의 확대 및 축소는 정말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해 대체 어느 수준까지를 문항의 확대 및 축소 연계라고 봐야할지 애매하다. 올해 언어영역 32~36번 문항인 ‘역법 개혁과 그레고리력의 특성’에 대한 문제는 이비에스와 연계된 문항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고난도 독해 지문이어서 수험생 대부분은 읽기 자체를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그레고리력 돋는다”라는 말까지 낳게 한, 이 문제는 문항의 확대 및 축소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꼬아서 낸 문제의 대표격이다. 이런 문제들은 비단 언어영역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서울의 한 수학교사는 “수리 영역 24번은 <파이널 실전 모의고사>에 나온 문제와 연계됐지만 개념·원리가 같을 뿐 문제풀이의 전제가 다르다”며 “연계라는 명분 아래 문제를 배배 꼬아서 내니 믿은 학생들만 불쌍하다”고 했다.

지문이나 문항이 같은 것처럼 누가 봐도 눈에 보이는 비슷한 문제가 아니라면 연계는 사실상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교육방송에서 수능 강의를 맡고 있는 한 고교교사는 “이번 수능이 지나치게 연계를 강조한 데다 어렵게 출제돼 이비에스를 반드시 보라고 했던 내 입장도 난처하다”며 “비슷한 개념을 적용한 것까지 연계라고 하면 70%가 아니라 100% 연계라고 해도 말이 되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김청연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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