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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중학생의 ‘3대 고민’ 해결 팍팍

등록 2010-10-25 10:42

김영훈 기자 kimyh@ han i.c o. kr
김영훈 기자 kimyh@ han i.c o. kr
[함께하는 교육]
서술형 / 독서 / 자기주도학습
교과목이 늘어났다. 교사 수도 많아졌다. 공부 잘하고픈 마음이 없진 않은데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책상 앞에 앉으면 잡념과 졸음이 밀려오기 일쑤고, 부모님과는 사소한 문제로 말다툼만 늘어간다. 그렇잖아도 고민이 많은 시기. 2010년 들어서 중학생들의 공부 고민과 궁금증은 더 추가됐다. 가장 큰 변화는 중학생한테도 ‘입시’의 압박감이 더해졌다는 거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학생들이 고민하고 궁금해하는 것들은 뭘까? 오해는 없을까? 어떤 잣대를 세워야 할까?

어려운 서술형

핵심어로 ‘완전한 문장’ 만들어보라

얼마 전,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른 서울ㄷ중 장아무개군은 “2학년 올라와 성적이 뚝 떨어졌다”고 속상해했다. 장군을 이렇게 만든 범인은 올해부터 확대된 서술형 평가다. 실제로 올해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한 정기고사의 서술형 평가 방식 때문에 학생들은 걱정이 많아졌다. 스스로 “유전자부터가 글쓰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한 장군은 “글쓰기를 잘 못하는 애들은 대비 학원도 많이 끊었다”고 했다.

 서술형 문제로 일부 학교들은 여전히 술렁인다. 교사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답 외에 비슷한 의미의 어휘를 적은 경우에 문제가 일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경기 ㄷ중 ㄱ(3년)양은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가 답인데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로 적어서 한 문제 틀렸다”며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사실적으로’라고 가르쳐 주시긴 했지만 ‘생동감 있게’가 틀린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창의성을 위한 서술형 평가’인 걸로 아는데 정답이 아니면 다 틀렸다고 하잖아요.”

 이 학교 사례가 말해주듯 실제로 서술평 평가는 대단히 창의적인 걸 원하는 평가는 아니다. 문패에는 ‘창의성’이 붙어 있지만 비

교적 명확한 답이 있다. 관건은 핵심어 포함 여부, 비문이 아닌 완성형의 서술형 답안을 적었는지 여부, 주어진 조건에 합당한 답을

적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지나치게 부담을 느끼고 학원을 찾는 태도를 지적한다. 동덕여중 이유진 과학교사는 “자신이 배운 것을 문제에서 요구하는 서술 방식으로 쓰는 건데 이걸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학습법 전문가 이지은씨 역시 “서술형을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대단한 평가로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따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단 평소 객관식 평가 준비하듯 공부하면 된다고 봅니다. 거꾸로 이게 객관식 문제면 답이 뭘까라고 생각하고, 답으로 생각한 것을 핵심어로 문장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죠.”

막막한 독서

어떤 책 고민보다 ‘읽기 습관화’ 중요

 “갑자기 독서를 평가해 기록하라고 해서 학교가 들썩였죠.” 인천 ㅈ중학교 김아무개 교사의 이야기다. 지난 6월, 교과부는 독서

교육지원시스템을 도입해 학생의 독서활동을 평가하고 이를 대입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중학생한테 독서는 늘 강조됐던 부분이지만 올해부터 독서는 입시와 직결된 일종의 교과목이 됐다. 특히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에서 도입한 자기주도학습 전형에서 독서는 중요한 축이다.

 학생들은 갑작스레 입시에 포함된 독서 활동 때문에 적잖이 당황한다. 대신중 3년 오재호군은 “상위권이어도 독서가 안 되는 아이들은 여전히 안 되고 있기 때문에 고민들이 많다”며 “여태까지 강조 안 하다가 고입, 대입에서 강조하다 보니 급하게 준비하긴 하는데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찾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 시점에서 부모들은 “어떤 책을 읽힐 것이냐?”를 가장 고민하지만 전문가들은 위에서 내려오는 독서 목록이나 기계적 독후활동에 휘둘리지 말기를 당부한다. 학습법 전문가 이지은씨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물으시면 교과서에 포함된 작품을 읽는 게 좋다고 하겠지만 그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책을 읽는 시간을 꾸준히 갖고 있고, 이걸 오랫동안 습관화할 수 있는지 보고 그 힘을 길러주는 게 먼저인 것 같다”고 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도 독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나 흥미가 없는 일이 많아요. 비문학의 경우는 어려운 책들도 많아서 소화가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그럴 경우는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는 방식으로 그 분야를 먼저 접해보는 게 나을 수도 있죠. 또 흔히 추리·판타지소설만 본다고 걱정도 하시는데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매일 꾸준히 보는 걸 이어가도록 독려하는 게 중요하고, 그게 자기주도성을 길러줍니다.”

 양적 독서나 기계적 독서보단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소화하고 넘어가게 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경희여중 강용철 국어교사는 “입시와 관련해서 예상 질문에만 답하는독후활동이 많다”며 “고입만 치르고 진학이나 삶이 끝나는 게 아니니까 스스로 다양한 발문에 답하면서 자신만의 독서활동을 해보게 하도록 도왔으면 한다”고 했다.

자기주도 학습전형

진로부터 결정한 뒤 맞춤형 준비를

 “독서도 많이 했거든요. 외고 가려구요. 자기주도학습 전형이 생겼잖아요.” 지난 9월 <함께하는 교육>에서 실시하는 상담 꼭지인 ‘3인의 멘토를 만나다’ 신청자 가운데 중3 김아무개양의 이야기다. 올해 고교 입시에서 가장 큰 변화는 특목고 입시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올해 신설한 자기주도학습 전형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뽑겠다는 취지다. 이투스 유성룡 입시정보실장은 “입학사정관제에서 학생 잠재력을 본다는 취지가 중학교까지 내려온 상황인데, 외고 등에서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만들면서 잠재력이나 자기주도학습력에 대한 관심이 심화됐다”고 했다.

 문제는 김양처럼 막연히 독서 기록 등이 많기 때문에 이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턱대고 원서를

쓰기보단 이 전형을 제대로 살펴보길 권한다. 전형에선 1단계로 영어성적(160점)과 출결을, 2단계로 1단계 점수와 면접 점수 등을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면접에서 제출하는 학습계획서엔 지원동기, 자기주도학습 경험, 학습 및 진로 계획, 독서경험 등이 들어간다.

 새로운 전형에서도 영어 성적은 여전히 중요하다. 또 학생의 ‘독서 기록’이 강조된 건 사실이지만 이도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유실장은 “과거에 독서가 진학의 일부였다면 이젠 중요한 요소다”라고 설명했다. “진로와 연관지어 ‘하나의 맥’을 형성하죠. 유엔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면 국제사회 등과 관련한 책을 얼마나 봤는지, 어떻게 느꼈는지 등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중요한 건 ‘진로’가 구체화돼 있어야 한다는 거죠.”

 사실상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준비하려는 학생들은 대학 입시 때 입학사정관제까지 염두에 둔다. 유 실장은 “이와 관련해 가장 큰

오해는 입학사정관제만이 대학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여기는 것이다”라고 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 말고도 여러 길이 있습니다. 또 성적이 좀 낮아도 독서 기록이나 어떤 활동상이 있으면 된다고 여기는데 기본적으로 공부 안 하고 대학 갈 수는 없습니다.

또 진로 설정이 안 돼 있다면 일반고에서 진로탐색을 천천히 하는 편이 낫죠.” 유 실장은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치르려고 한다면 저

학년일 때 자신의 진로 탐색부터 먼저 해봤으면 좋겠고, 고교가 다양해진 만큼 다양한 고교 정보를 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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