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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론 우리나라의 모든 학생들이 서술형 시험 대비를 해야 한다. 지난 8월30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르면 내년부터 정기고사에서 서술형 평가 방식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서술형 시험을 이미 치러본 학생들은 어떤 과목을 제일 어려워할까? 지난 5월18일 <함께하는 교육>이 서술형 시험을 이미 치르고 있는 서울 시내 3개 중학교 학생 2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38%가 ‘수학 서술형’을, 그다음으론 20%가 ‘과학 서술형’을 어렵다고 했다. 모두 논리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평가요소로 보는 과목들이었다. 흔히 서술형은 혼자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서술형 평가 방법이 학교 현장의 창의적 수업을 염두에 둔 만큼 서술형과 연계된 수업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함께하는 교육>은 지난 13일, 분당고 박성만 과학교사의 1학년 과학수업을 서술형 수업의 한 사례로 만나봤다. 분당고는 경기도교육청 자연과학과정 특성화 지정학교로 학교에서 별도 제작한 수업 자료를 바탕으로 수업을 하고 있고, 박 교사는 <서술형 평가 로드뷰(ROAD VIEW)> 등의 집필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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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전에 학습목표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오늘 수업은 물체의 크기, 모양, 재질에 따라서 다르게 나오는 소리를 예측하고 설명하는 겁니다.” 박 교사가 각각 쇠자와 플라스틱자를 이용해 물체의 크기, 모양, 재질 등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시범 실험으로 보여줬다. ‘소리’를 주제로 잡은 수업의 들머리는 여느 수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본론부턴 얘기가 달라졌다. 시범에 이어 박 교사가 아이들한테 요구한 건 “실험도구를 만지지 말라는 것”이었다. “실험을 바로 하지 마시고 쇠자, 플라스틱자를 이용해서 소리를 냈을 때를 머릿속으로 예측해보세요. 그리고 예측한 것을 바탕으로 서술형 문제에 답을 적어봅시다.” “책상 밖으로 나온 쇠자의 길이를 일정하게 하고, 튕기는 정도를 점점 증가시키며 소리를 발생시킨다. 소리의 변화와 그 이유는?” 시험시간이 아니었지만 학생들은 수업활동지를 통해 이런 방식의 질문으로 이루어진 ‘서술형 문제’에 예측답안을 적기 시작했다.
실제 실험에 앞서 ‘예측하기’를 해보도록 하는 건 학생들한테 자기 생각을 갖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는 학생의 사고력을 보는 서술형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박 교사는 “서술형 문제를 풀기 위해선 일단 생각을 해야 한다”며 “요즘 아이들은 일방적으로 듣는 학원수업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걸 잘 못하는데 스스로 문제해결 앞에 먼저 놓여보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험부터 했을 경우, 실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학생의 답을 나머지 조원들이 베끼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지만 학생들은 각자의 ‘예측답안’을 적는 시간에 다른 사람이 적은 답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모두 수업의 주체가 돼 쓰기 활동에 집중했다.
‘예측하기’ 과정에서 박 교사가 유독 강조하는 것도 있었다. 박 교사는 머뭇거리며 답안을 적는 아이들한테 “누가 보는 거 아니다”라며 몇마디 덧붙였다. “나중에 확인해서 틀렸다고 해도 아무 말 안 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한 걸 적어보세요.” 이 수업에서 교사는 아이들한테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 강조하며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는 구실을 했다.
“꽤 많이 틀렸어요.” 최현준(1년)군이 멋쩍어하며 틀리게 적은 예측답안 위에 빨간펜으로 다른 답을 적었다. 학생들은 예측해서 서술형 문제를 푼 다음, 실제 실험을 해보고, 틀리게 적은 답을 고쳐 적는 순서로 공부했다. 박 교사는 “여러분이 적은 답을 잘 보라”고 설명했다. “과학 과목에서 서술형은 미사여구 쓴다고 잘 쓴 거 아닙니다. 화려한 수사는 적을 필요 없어요. 그리고 길게 적는다고 잘한 거 아닙니다.” 이는 사실상 과학과 서술형의 핵심이었다. “주장을 적는 건 논술형이죠. 서술형으로 쓰라는 건 사실에 대한 근거나 논리를 적어보라는 겁니다. 문제해결력을 보는 거죠. 근데 아이들은 이걸 몰라서 헤맬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야! 이게 무슨 ‘도미솔’이냐?” 한 학생이 말하자 모둠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수업 말미, 쇠자 길이를 조절해 1도 화음을 만들어 연주해보는 시간에 터진 웃음이다. 이렇게 일상적인 소재를 놓고 호기심을 갖게 하고 학생들을 모두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수업의 특이점이었다. 박 교사는 첼로나 바이올린을 예로 들어 나무통이 있는 악기와 없는 악기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학생들이 각자 풀어올 문제도 나눠줬다. 피시에스(PCS)와 휴대폰의 차이점에 대한 글을 읽고 푸는 서술형 문제였다. “동아리활동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개인 연구과제를 내주기도 합니다. 그냥 ‘소리’를 주제로 하면 딱딱하잖아요. 주제는 가능하면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일상에서 가져오게 하죠. 심화반에선 ‘골드웨이브’라는 사운드 관련 프로그램으로 친구들의 ‘가청주파수’(사람의 귀가 소리로 느낄 수 있는 음파의 주파수 영역)를 테스트해보겠다던 학생도 있었어요. 기왕이면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엠피3 듣는 시간과 가청주파수의 관계를 파악해보라고 가이드를 줬죠.”
서술형 평가와 관련해 정답이라고 할 만한 수업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박 교사의 수업은 모든 수업에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들은 분명히 말해줬다. 박 교사는 “전통식 수업을 포함해서 어떤 수업이건 간에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해보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며 “적절한 문제 상황에서 아이들한테 자기 생각을 표현해보도록 기회를 주는 수업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분들이 서술평 평가 방식에 맞는 수업으로 토론, 탐구, 협의활동 등을 떠올리며 중요하다고 하시는데 그것만이 꼭 중요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날 수업 내용은 곧 다가오는 중간고사 시험 범위였다. 학생들이 곧 치를 평가시험은 학생의 실력을 평가하는 시간이면서 ‘수업의 연장’이기도 했다. 박 교사는 “수업에 나온 서술형을 그대로 출제할 건 아니고, 그래프나 표 등을 적극 활용해서 응용한 문제를 낼 거다”라고 했다. “듣는 수업에 익숙하다 보니 조금만 변형을 해도 모르겠다고 하거든요. 다양하게 응용한 문제를 만나보게 해야죠. 무조건 문제를 많이 푸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응용한 문제를 하나라도 제대로 풀어보는 게 중요합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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