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이야기를 읽고 단계별 독후활동을 해보고있는 이현창군, 김지희, 김가은양, 독서교육전문가 임성미 씨.(왼쪽부터)
책으로 '역할모델' 찾기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본받고 싶은 인물을 설정한다. 역할모델은 공부의 목적의식도 갖게 해주고, 진로의 큰 틀을 잡게 하는 구실도 한다. 학부모 처지에서 자녀에게 역할모델을 소개하기 가장 좋은 창구는 책이지만 여기에는 오해도 있다. 위인, 전기 등의 단어가 붙은 책을 읽히면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물 이야기의 경우 더 치밀한 독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책을 읽고 글을 쓸 게 아니라 일정 순서와 맥락이 있는 독후활동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독서교육전문가 임성미씨(<오늘 읽은 책이 바로 네 미래다>(북하우스) 저자)는 “인물 이야기로 역할모델을 만날 때는 일생 알아보기, 시련과 목표를 어떻게 극복했나 알아보기, 나와 연관지어 배울 점 찾기 등의 순으로 독후활동을 하면 좋다”고 설명한다. 지난 5월24일,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임씨와 세 명의 중학생이 인물 이야기를 읽고 실제 독후활동을 해봤다.
자유로운 감상부터
김지희(16·경기 발산중3)양, 김가은(16·서울 노곡중3)양, 이현창(16·경기 발산중3)군은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이들은 “독서가 취미지만 최근 들어 재미만을 추구하는 독서에 빠지는 거 같아 걱정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 학생들이 임씨의 추천으로 읽어온 책은 <행복 바이러스 안철수>(리젬), <유일한 이야기>(웅진주니어). 임씨는 “과거에는 인물 이야기라고 하면, 역사적 인물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안철수씨 책처럼 현재 살아 있고, 비교적 친근한 인물을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임씨는 책을 추천하면서 “가능하면 인터넷 정보 등을 통해 인물에 대한 사전조사도 해보고 오라”고 했다. 이렇게 책에 더해 다양한 자료를 접하면 인물에 대한 호기심도 키우고, 인물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학생은 <무릎 팍 도사>의 안철수편을 본 적이 있다고도 했다.
“먼저 물어보고 싶어요. 책을 읽고 어땠나요?”
인물 이야기 독후활동의 첫 단추는 ‘자유로운 감상’을 나누는 것이다. 임씨는 먼저 안철수씨 책을 놓고 느낀 점을 편하게 말해볼 것을 권했다. 학생들의 느낌은 관심을 가졌던 부분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지희양은 “재밌었다. 항상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매번 집중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고, 가은양은 “자신의 이익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생각하면서 일하는 모습이 대단해보였다”고 했다. 현창군은 “중간에 직업을 바꿨음에도 성공했다는 것도 참 대단하다”고 했다.
인물 프로파일 만들기 “몇 년 생이죠? 어디서 태어났죠?”(임성미) “저요?”(지희) “아뇨. 안철수씨요.(일동웃음)”(임성미) 책에 나온 구체적인 정보를 묻자 지희양이 순간 당황했다. 흔히 인물 이야기를 읽고 나선 인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잊기 쉽다. 가벼운 감상 뒤엔 이렇게 책에 나온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는 활동이 필요하다. 임시는 이를 ‘드러난 내용 읽기’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안철수는 성공한 기업가다”라고 정리할 게 아니라 인물의 나이부터 살아온 시대와 성장배경,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특징, 겪었던 중요한 사건들, 중요하게 한 일 등을 간략히 정리해 적어보는 것이다. 임씨는 “이렇게 하면 핵심이 파악되고, 인물이 어떻게 살았는지도 포인트별로 명쾌하게 정리된다”고 설명했다. 역사적 인물이라면 이 단계에서 역사적 맥락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1962년 부산 출생. 의사 아버지를 뒀음. 특이사항은 자녀를 기를 때 어머니가 항상 존댓말을 썼다는 것. 어린 시절엔 내성적이고 발표력이 떨어졌음. 동식물을 좋아함. 인생에서의 중요한 사건은 할아버지의 별세, 컴퓨터를 만난 것. 가톨릭학생회 봉사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한 것.’ 학생들은 이렇게 열쇳말 위주로 안철수씨의 프로필을 정리해나갔다. 시련과 위기, 해결 과정에 다가가기 “숫기도 없고, 내성적이었잖아요. 그리고 의사 공부가 힘들어서 진로를 바꾸려고 고민을 했죠.” 현창군이 안철수씨의 성격적 단점과 삶의 시련 요소가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흔히 성공한 인물을 보며 막연히 탄탄대로를 걸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시련과 고뇌의 대목이 없는 인물 이야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은 이런 사연들을 바탕으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갔고, 그 과정에서 나온 어떤 가치관을 본받을 것이냐를 파악하는 것이다. 임씨는 “이 활동은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인물의 삶에 걸친 위기와 고뇌, 가치관 등을 바탕으로 텍스트를 ‘깊게 생각해보는’ 활동”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순차적으로 읽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인물이 시련을 해결하는 과정을 저마다 정리해나갔다. “일단 잠을 줄였고, 공부를 더 했죠.(현창)”(웃음) “역시 책이 단점을 극복하게 한 요소인 거 같아요. 소극적이어서 못했던 경험들을 책으로 간접적으로 했잖아요.”(지희) 가은양은 “안철수씨가 공동체에 대해 깊은 생각을 품은 기업가로 성장한 이유를 알 것 같다“고도 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인물이었지만 소극적인 성격 등을 고쳐보고자 가톨릭학생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거고, 생각지 않게 이때 경험을 통해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거 같더라구요.” 자신을 대입해보기 “이젠 각자의 이야기를 해 봅시다.” 인물 이야기 독후활동의 마지막 단추는 뭘까? 임씨는 “인물의 행동 가운데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행동, 닮고 싶은 점 등을 떠올리고, 내 성격이나 가치관, 진로와 연결해 보는 것”이라고 했다. 세 학생은 꿈이 의사도, 기업가도 아니었지만 각자 꿈꾸는 진로 방향에 따라 느낀 것들을 이야기했다. 가은양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력과 끈기를 본받고 싶다”고 했다. “전 조금만 힘들어도 도망치려는 성향이 강하거든요. 안철수씨가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 프로그램을 바로 사용한 게 아니라 기계 부품 하나하나의 기초부터 배우잖아요. 나중에 법정에서 바로 승소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꿈은 검사거든요.” 지희양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와 책을 정독해 읽는 습관을 닮고 싶다”고 했다. “책은 좋아하지만 안철수씨처럼 서지사항부터 꼼꼼하게 읽진 않아요. 전 뭘 하든 글을 쓰는 일을 평생 꾸준히 하고 싶은데 그런 습관이 몸에 배면 좋을 거 같아요.” 현창군은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 도전정신 등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전 안 될 것 같은 일이나 눈앞의 결과가 안 보이는 일은 시도를 잘 안 하거든요. 변호사를 하고 싶은데 그런 자세는 이런 일을 할 때 안 좋을 거 같아요.” 임씨는 “이렇게 단계별로 읽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쓴 다음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보면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실력도 길러지고, 뭣보다 삶의 여러 순간에서 이 인물들이 역할모델처럼 떠올라 삶의 받침대 구실도 할 것”이라고 했다. 인물이야기는 특정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독서의 보편적 성격에 잘 들어맞는 장르이기도 하다. 임씨는 “요즘 면접에선 “이러이러한 상황을 경험한 걸 구체적으로 말해보라”고 묻는 일이 많던데 인물 이야기는 경험 폭이 적어 막연히 추론만 하기 쉬운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할 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인물 프로파일 만들기 “몇 년 생이죠? 어디서 태어났죠?”(임성미) “저요?”(지희) “아뇨. 안철수씨요.(일동웃음)”(임성미) 책에 나온 구체적인 정보를 묻자 지희양이 순간 당황했다. 흔히 인물 이야기를 읽고 나선 인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잊기 쉽다. 가벼운 감상 뒤엔 이렇게 책에 나온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는 활동이 필요하다. 임시는 이를 ‘드러난 내용 읽기’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안철수는 성공한 기업가다”라고 정리할 게 아니라 인물의 나이부터 살아온 시대와 성장배경,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특징, 겪었던 중요한 사건들, 중요하게 한 일 등을 간략히 정리해 적어보는 것이다. 임씨는 “이렇게 하면 핵심이 파악되고, 인물이 어떻게 살았는지도 포인트별로 명쾌하게 정리된다”고 설명했다. 역사적 인물이라면 이 단계에서 역사적 맥락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1962년 부산 출생. 의사 아버지를 뒀음. 특이사항은 자녀를 기를 때 어머니가 항상 존댓말을 썼다는 것. 어린 시절엔 내성적이고 발표력이 떨어졌음. 동식물을 좋아함. 인생에서의 중요한 사건은 할아버지의 별세, 컴퓨터를 만난 것. 가톨릭학생회 봉사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한 것.’ 학생들은 이렇게 열쇳말 위주로 안철수씨의 프로필을 정리해나갔다. 시련과 위기, 해결 과정에 다가가기 “숫기도 없고, 내성적이었잖아요. 그리고 의사 공부가 힘들어서 진로를 바꾸려고 고민을 했죠.” 현창군이 안철수씨의 성격적 단점과 삶의 시련 요소가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흔히 성공한 인물을 보며 막연히 탄탄대로를 걸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시련과 고뇌의 대목이 없는 인물 이야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핵심은 이런 사연들을 바탕으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갔고, 그 과정에서 나온 어떤 가치관을 본받을 것이냐를 파악하는 것이다. 임씨는 “이 활동은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인물의 삶에 걸친 위기와 고뇌, 가치관 등을 바탕으로 텍스트를 ‘깊게 생각해보는’ 활동”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순차적으로 읽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인물이 시련을 해결하는 과정을 저마다 정리해나갔다. “일단 잠을 줄였고, 공부를 더 했죠.(현창)”(웃음) “역시 책이 단점을 극복하게 한 요소인 거 같아요. 소극적이어서 못했던 경험들을 책으로 간접적으로 했잖아요.”(지희) 가은양은 “안철수씨가 공동체에 대해 깊은 생각을 품은 기업가로 성장한 이유를 알 것 같다“고도 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인물이었지만 소극적인 성격 등을 고쳐보고자 가톨릭학생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 거고, 생각지 않게 이때 경험을 통해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거 같더라구요.” 자신을 대입해보기 “이젠 각자의 이야기를 해 봅시다.” 인물 이야기 독후활동의 마지막 단추는 뭘까? 임씨는 “인물의 행동 가운데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행동, 닮고 싶은 점 등을 떠올리고, 내 성격이나 가치관, 진로와 연결해 보는 것”이라고 했다. 세 학생은 꿈이 의사도, 기업가도 아니었지만 각자 꿈꾸는 진로 방향에 따라 느낀 것들을 이야기했다. 가은양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노력과 끈기를 본받고 싶다”고 했다. “전 조금만 힘들어도 도망치려는 성향이 강하거든요. 안철수씨가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 프로그램을 바로 사용한 게 아니라 기계 부품 하나하나의 기초부터 배우잖아요. 나중에 법정에서 바로 승소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배우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꿈은 검사거든요.” 지희양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와 책을 정독해 읽는 습관을 닮고 싶다”고 했다. “책은 좋아하지만 안철수씨처럼 서지사항부터 꼼꼼하게 읽진 않아요. 전 뭘 하든 글을 쓰는 일을 평생 꾸준히 하고 싶은데 그런 습관이 몸에 배면 좋을 거 같아요.” 현창군은 “끝까지 노력하는 자세, 도전정신 등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전 안 될 것 같은 일이나 눈앞의 결과가 안 보이는 일은 시도를 잘 안 하거든요. 변호사를 하고 싶은데 그런 자세는 이런 일을 할 때 안 좋을 거 같아요.” 임씨는 “이렇게 단계별로 읽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쓴 다음 자신의 삶과 연관지어보면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실력도 길러지고, 뭣보다 삶의 여러 순간에서 이 인물들이 역할모델처럼 떠올라 삶의 받침대 구실도 할 것”이라고 했다. 인물이야기는 특정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독서의 보편적 성격에 잘 들어맞는 장르이기도 하다. 임씨는 “요즘 면접에선 “이러이러한 상황을 경험한 걸 구체적으로 말해보라”고 묻는 일이 많던데 인물 이야기는 경험 폭이 적어 막연히 추론만 하기 쉬운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할 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