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공립 특수목적고인 국제고와 과학고 한 곳씩을 추가로 설립하기로 확정했다.
시교육청은 “국제 분야 전문 인력과 과학영재 조기 육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전교조 등은 “입시 위주의 교육 풍토에서 또 하나의 입시 명문고가 될 게 불 보듯 뻔하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2008년 특목고 두 곳 개교=시교육청은 13일, 2008년 3월까지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국제고를, 구로구 궁동에 과학고를 추가로 설립하는 내용의 ‘톡목고 설립 동의안’이 시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국제고와 과학고의 전체 학생 수는 각각 450명(18개 학급), 480명(24개 학급)이다. 이번에 처음 설립되는 국제고는 주요 과목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며, △통상·외교 △경제협력 △사회·문화교류 분야의 우수 인재를 양성할 예정이라고 시교육청은 설명했다.
현재 서울에는 서울과학고와 한성과학고 등 두 곳의 과학고와 대원외고, 대일외고, 명덕외고, 서울외고, 이화외고, 한영외고 등 6곳의 외국어고가 있다. 과학고 두 곳은 공립이며, 외고는 모두 사립이다.
특수목적고? ‘입시목적고’!=전교조 서울지부는 이날 오전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존의 특목고들도 설립 취지를 못 살린 채 ‘입시 명문고’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라며 “특목고 추가 설립은 결국 서울 지역 나머지 일반계 고교를 모두 2류, 3류 학교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부는 올해 서울 지역 6개 외고를 졸업한 학생의 40.2%가 비어문계로, 18.9%가 자연계로 진학한 반면, 본래 취지에 맞는 어문계로 진학한 학생은 18.4%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근거로 들었다.
한 외고 교사는 “외고 학생들 가운데 외국어 분야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들어오는 학생은 별로 없다”며 “대부분의 학생들이 명문대의 법대, 의대, 경영학과 등에 진학하려고 목을 매고 있는 현실에서는 어떤 특목고를 세워도 입시 명문고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고는 국제학교?=안승문 서울시교육위원은 “국제 분야 전문가를 꼭 고교 때부터 양성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외국에서 공부하다 온 ‘귀국자 자녀’의 ‘특수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귀족학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은 “서울에서 공립 특목고 추가 설립이 확정됨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봇물 터지듯 특목고 설립 붐이 일지 않을지 걱정스럽다”며 “그렇게 되면 전국적으로 고교 평준화 정책의 골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외국에서 귀국해 외국어에 능통한 학생들 중에는 국제 분야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데 지금은 이들이 외고밖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학생을 둔 부모들의 다양한 교육 욕구도 고려했다”고 털어놨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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