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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우리아이 등하굣길 ‘블루존’ 찾아라

등록 2010-04-04 14:57수정 2010-04-04 14:57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등하굣길 교통사고가 늘면서 어린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 지도’를 만들면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방어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등하굣길 교통사고가 늘면서 어린이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 지도’를 만들면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방어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학부모·자녀 함께 만드는 ‘안전지도’
동네지도에 인적없고 어두운 곳 따로 표시
거주지역 인근 범죄발생지 접근도 막아야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흉악범죄와 등하굣길 교통사고 등이 늘어나면서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의 안전 문제가 무엇보다 걱정이다. 특히 이런 사건·사고들이 등하굣길 등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 스스로 안전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것, 즉 자기방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 방법을 깨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최소한의 자기방어를 하도록 부모들에게 ‘안전 지도’를 만들어 볼 것을 권한다. 평소 등하굣길이나 학원, 친구집 등 자주 오가는 길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길을 찾아둔 뒤, 간략한 ‘길 찾기 지도’를 만들어 아이들과 함께 이 길을 다니면서 알려주는 것이다. 일상에서 실천하기 가장 쉬운 방법부터 시작해보자는 의미도 있다.

이를테면, 도화지 위에 동네 지도를 단순화해 그려본 뒤, 인적이 많고 해가 저문 뒤에도 가로등이 환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 경로를 정한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바로 찾아갈 수 있는 경찰 지구대, 파출소, 편의점 등 믿을 만한 안전지대도 표시해 준다. 경찰 지구대로 통하는 직통 전화가 있는 ‘아동 안전 지킴이집’을 미리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또 오가는 길 주변에 인적이 드물거나, 어두워서 위험해 보이는 곳은 따로 표시해 주면 좋다. 지하 주차장, 빈집, 가로등이 없는 지역 등은 별도의 색으로 칠한 뒤 꼼꼼히 가르쳐줘야 한다.

익산시 초등학교에서 만들어진 안전지도의 사례. 옆쪽에 각 장소에 대한 설명이 따로 정리돼 있다.
익산시 초등학교에서 만들어진 안전지도의 사례. 옆쪽에 각 장소에 대한 설명이 따로 정리돼 있다.
전북 익산시의 경우 지난해 전체 시 차원에서 학교길 안전을 위해 안전지도를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만드는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고현초등학교, 어양초등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은 지난해 날짜를 정해 직접 학교 주변 환경을 조사하고 개선방안에 대해서 토의하는 행사를 벌였다. 시청은 이들의 요청에 따라 미리 주변 교통상황이나 범죄상황 자료를 제공해 안전지도 작성을 도왔다.

익산경찰서 역시 범죄자료 제공과 함께 현장조사에 동행했다. 아이들의 참여를 보장해주는 게 중요한데 그 이유는 그들의 눈으로 안전 문제를 보게 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익산시 초등학교들의 경우 아이들이 직접 조사와 지도 작성의 주체로 활동했다. 먼저 학교 미술실에 학부모와 학생, 관련 기관에서 나온 관계자들이 모여 지도 작성을 위한 조사 계획을 세운다. 계획이 끝나면 아이들이 도화지를 들고 정문 앞에서부터 안전 문제와 관련한 시설이나 공간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기록하게 한다. 좁은 차도에 차가 일렬로 주차되어 있는 상황이나 담장 주변 음식물 분리수거함이 위태로워 보이는 점 등 세세한 부분까지 기록한 것이다. 인적이 드물어지는 공간도 빼놓아서는 안 되는 기록 대상이다. 조사를 마치면 계획을 세웠던 공간으로 돌아와 지도에 표시하는 작업을 한다. 이를 토대로 안전현황지도가 만들어지고 활용방안을 세우는 식이다. 익산시 초등학교들의 사례는 전국의 다른 초등학교들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

익산시는 이 밖에도 안전한 학교길 조성을 위해 신호기, 도로반사경, 안전펜스, 보행 전용도로, 보도블록, 보안등, 폐쇄회로 등을 설치·정비해 나가고, 방범순찰 강화, 등굣길 어린이 안전 강화, 아동 안전 지킴이집 활성화 등을 병행 추진중이다.

한편 아동 범죄를 포함한 범죄 정보를 일반인들이 손쉽게 얻기 어려운 만큼, 거주 지역 인근의 범죄 정보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면 이를 유심히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아동 성범죄 등 재범률이 높은 범죄가 일어난 지역 또는 건물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해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안전 지도’는 아이들이 위험한 지역으로 접근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주변에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며 “주민 자치 순찰 활동 등과 결합하면 안전한 공간이 확대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쿨 존’처럼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이 오히려 범죄자들에 표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스쿨 존은 어린이들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주로 큰 도로가 아닌 곳에 설정되는데다가, 아이들의 이동 경로와 시간이 일정한 편이어서 오히려 범행 대상 물색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쿨 존 가운데 위험성이 있어 보이는 곳은 재조정이 필요한지 등도 경찰, 학교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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