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잉글리시 카페서 선생님과 놀면서 ‘회화’

등록 2009-11-29 20:33수정 2009-11-30 22:20

정의여고 잉글리시 카페에서 원어민 보조교사 맨셸(오른쪽에서 셋째)이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의여고 제공
정의여고 잉글리시 카페에서 원어민 보조교사 맨셸(오른쪽에서 셋째)이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의여고 제공
원어민 교사와 소통하는 서울 정의여고
영어만 사용하는 공간
점심 거르고 열정 보여
“I want to have… cocoa!”(코코아 마시고 싶어요.)

“Can I have 율무차?”(율무차로 주실래요?)

“Orange juice for me.”(저는 오렌지주스 주세요.)

지난 11월 18일, 서울 정의여고의 점심시간에 영어전용교실에 모여든 학생들이 저마다 영어로 소리친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서 음식을 주문할 때 쓰는 다양한 표현이 여기저기 터져 나온다. 주문을 하는 학생도 주문을 받는 학생도 모두 정의여고 학생들이지만 하나같이 영어로 말한다. 영어전용교실 한쪽에 마련된 ‘잉글리시 카페’의 모습이다.

잉글리시 카페는 정의여고가 11월에 시범적으로 운영한 영어 체험 공간이다. 이 학교 박수정 교사는 “학생들은 교실에서 가상으로 상황을 제시하는 것보다 실제 상황에서 정말 영어를 배운다”며 “카페에 와서 먹을거리를 주문하면서 저희들 스스로 수업 시간에 배운 다양한 표현을 활용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잉글리시 카페에서 학생들은 음료와 과자를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어 원서와 영어 잡지를 빌릴 수 있다. 이날 카페에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을 읽고 있던 이다경(16)양은 “매점에서는 먹을 수 없는 따뜻한 차나 과자를 먹으러 오는 김에 잡지를 펴 보게 된다”며 “영어 실력이 진짜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잉글리시 카페에 우뚝 서서 학생들이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유도하는 이는 단연 이 학교 원어민 보조교사 맨셸(Chantelle Manciel·25)이다. 그는 점심시간 내내 카페를 지키면서 학생들한테 팝콘 주문을 받기도 하고 함께 보드게임도 한다. 맨셸은 “교실에서는 말을 잘 하지 못하던 학생들이 이곳에서 나랑 편하게 대화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학교 이고운 교사는 “영어를 못하면 위축되는 교실과 달리 카페에서는 학생들이 실수를 상관하지 않고 편하게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는 잉글리시 카페의 ‘영어 전용 규칙’을 지키기 위해 카페에서 맨셸을 도와 음료와 과자를 팔 자원봉사자 10명을 모집했다. 자원봉사자는 카페 안에서 절대 우리말을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 자원봉사를 하는 이지현(16)양은 “영어를 좋아했는데 학교에 들어와서 회화를 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며 “카페를 하면서 평소에 공부했던 표현을 쓸 수도 있고 맨셸 선생님이랑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잉글리시 카페는 정의여고 영어 교사들과 맨셸의 ‘팀워크’로 이룬 일이다. 박 교사는 “맨셸이 없었다면 이런 카페를 운영하는 일은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고 또 맨셸 역시 우리 도움 없이 혼자 이런 일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에서 팔 음료나 과자류를 마트에서 사는 일이나 카페 수익을 결산하는 일은 한국 교사들이 맡는다. 맨셸은 점심 식사도 거르고 그 시간에 학생들을 위해 카페를 지킨다.

정의여고는 시범 운영 결과를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다음해 이를 다시 열 계획이다. 박 교사는 “11월 시범 운영으로 학생들이 진짜 영어로만 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기말고사도 다가오고 이제 곧 방학이라 카페 운영을 접었지만 다음해부터는 동아리를 조직하는 등의 방식으로 다시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정희 아하!한겨레 1기 학생기자

최유빈 2기 학생수습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