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만족도 ‘예, 아니오’ 물어 형식적 비판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 2학기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할 예정인 교원평가제에서 쟁점 사항인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를 구색 맞추기로만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다면평가가 형식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교육 수요자의 실질적인 참여’를 요구해온 학부모단체들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교원평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교원들에게 보낸 서한문에서 “교원평가는 주로 같은 학교 교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게 된다”며 “학부모와 학생에 의한 평가는 실시되지 않고 수업 개선에 참고할 수 있도록 수업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교육부가 최근 교원평가 시범학교에 내려보내기 위해 만든 ‘교사평가 매뉴얼’을 보면,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는 교사의 수업에 대한 만족 여부를 묻는 10여 가지의 문항에 ‘예, 아니오’로 대답하는 형식으로만 돼 있다. 설문 문항도 형식적이다. 1년에 1~2차례 벌이는 학생의 수업 만족도 조사를 위해 교육부가 제시한 예시 문항은 △선생님은 수업 전에 배울 내용을 미리 알려 주신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 △선생님은 시험 범위 및 방법에 대한 예고를 해주신다 등 12개다.
학부모는 1년에 1~2차례 수업을 참관한 뒤, 수업참관표와 만족도 조사서를 작성해 내도록 돼 있다. 수업참관표는 △학생의 선택권을 고려한 수업을 하고 있는가 △적절한 수업자료를 활용하는가 등 19개의 문항에 ‘예, 아니오’로 답하도록 돼 있다. 만족도 조사서 문항은 △참관한 수업이 학생의 능력 향상을 위해 적절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등 8개다.
반면, 동료 교원(교장·교감·교사)들은 수업참관표와 평가표에 수업 계획과 수업 실행, 평가, 학급 경영, 수업 전문성 신장 노력 등 영역별로 평가지표를 세분화해, 지표별로 탁월, 우수, 보통, 미흡 네 단계로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학부모·학생의 만족도 조사와는 달리, 동료 교원들의 평가 결과는 평가 지표별로 합산해 자료화한 뒤 평가 대상자에게 제공하도록 했다. 사실상 ‘계량화’를 가능하게 해 활용도를 높인 것이다.
윤지희 ‘교육과 시민사회’ 공동대표는 “교육부의 방안은 말이 다면평가지, 학부모와 학생을 들러리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교총이 주장해 온 ‘동료 평가를 추가한 근무평정제도’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교원평가 방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던 좋은교사운동 송인수 상임총무도 “교육부의 교원평가 매뉴얼은 우리가 그동안 지지해온 ‘학생의 수업평가를 중심으로 한 다면평가’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며 “교육부의 교원평가 방안은 한마디로 ‘대국민 사기극’이다”라고 비난했다. 좋은교사운동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교육부의 교원평가 매뉴얼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교육부의 교원평가 방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던 좋은교사운동 송인수 상임총무도 “교육부의 교원평가 매뉴얼은 우리가 그동안 지지해온 ‘학생의 수업평가를 중심으로 한 다면평가’와는 한참 거리가 있다”며 “교육부의 교원평가 방안은 한마디로 ‘대국민 사기극’이다”라고 비난했다. 좋은교사운동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교육부의 교원평가 매뉴얼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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