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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교사 하길 참 잘했어요

등록 2009-08-23 15:54

“고맙습니다” 표현할 때
“선생님,저…” 부탁할 때




제자는 교사를 힘들게도 하지만 힘나게도 하는 존재다. 교사는 제자들의 말 한마디, 인사 한 번으로 교직의 보람을 느낀다. 교사들이 ‘교사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2학기, 교사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픈 학생들한테도 귀한 정보다.

표현할 때

송윤희 교사(경기 상원고)는 수업을 마친 뒤에 늘 ‘수업 일보’를 만들어 학생들한테 배포한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 학생들에 대한 다양한 칭찬, 교사의 당부 등을 싣는 학급 신문 형식이다. 한번은 수업 일보를 그만두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 적이 있었다. 손이 많이 가는데다 학생들의 반응도 신통치 않다고 느낄 때였다. 그때 한 제자가 총총 걸어와선 책상에 쪽지를 두고 사라졌다. “수업 일보 만들어주시고 신경 많이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랑 별로 친한 아이도 아닌데 그렇게 표현을 해주니 뭔가 보상받은 것 같고 기운이 났죠.” 교사들도 격려가 필요하다. 특히 애정과 관심을 쏟는 제자들이 그걸 알고 표현해주는 게 가장 큰 격려다. 제자들이 하는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는 교사들의 영양제나 다름없다.

도와줄 때

좋은 수업을 하고 화기애애한 학급을 만들려고 애쓰는 교사들은 학생들을 상대로 늘 새로운 일을 벌인다. 이때 교사들은 학생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김용훈 교사(경기 영생고)는 “활동지를 나눠주면 이런 거 왜 하냐고 짜증내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게 좀 어렵고 낯설어도 열심히 하려는 아이들이 한두명이라도 있으면 수업 분위기를 잡기가 수월하다”며 “교사를 믿어주고 뭘 하려는지 이해해준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특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사의 구실을 대신하는 제자들도 교사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김연일 교사(강원 서원중)는 “아침마다 일찍 와서 칠판과 창문을 닦는 아이가 있는데 그 덕분에 다른 학생들도 학급을 위해 자연스레 봉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교사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학급 일을 하는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교사의 학급 운영을 돕는 셈이다.

학급에서 소외된 친구들을 배려하고 챙기는 것도 교사의 학급 운영을 돕는 고마운 일이다. 송윤희 교사는 “무슨 일을 할 때 자기만 빛나지 않고 다른 여러 친구를 아우르는 아이들이 있다”며 “반에서 소외되는 아이들도 배려하고 보듬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까지 알아서 해주니 고맙다”고 말했다.

부탁할 때

교사는 전문직이다.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좋아한다. 학생의 질문이나 부탁을 교사가 반기는 이유다. 최성우 교사(부산 배정고)는 “교사는 늘 누군가를 가르치면서 보람을 느끼는 존재라 조언을 구해오는 학생이 싫을 수 없다”며 “제자들이 공부 방법을 물어보거나 좋은 교재나 문제집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할 때 교사들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교과 내용뿐만 아니라 ‘인생 상담’을 청해오는 학생들도 예쁘다. 최 교사는 “고민이 있을 때 직접 찾아오는 것도 좋지만 미리 와서 교사가 편한 시간에 약속을 잡아 놓고 가는 게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직접 찾아오는 게 어려우면 쪽지나 편지를 쓰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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