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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술술 풀리지 않을때 ‘수학일기’가 답이다

등록 2009-07-19 15:37

출처: 1,2 <수학일기쓰기 활동을 통한 학업성취도 및 수학적 태도 변화 연구>. 김경민. 경상대 교육대학원
       3, <수학 학습에서 수학일기쓰기 활동이 학생의 학업 성취도 및 학습 태도에 미치는 영향>, 유하영. 국민대 교육대학원
출처: 1,2 <수학일기쓰기 활동을 통한 학업성취도 및 수학적 태도 변화 연구>. 김경민. 경상대 교육대학원 3, <수학 학습에서 수학일기쓰기 활동이 학생의 학업 성취도 및 학습 태도에 미치는 영향>, 유하영. 국민대 교육대학원
개념·공식 등 말로 풀고 소감 쓰고
영어일기처럼 반성·성찰 통해 ‘쑥쑥’
담당 선생님과 피드백 과정은 필수




수학 중하위권 위한 고득점 비법

학생1. “선생님, 3번 문제는요, 제가 여기 인수분해까지는 했는데요, 그 다음에 왜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학생2. “선생님, 3번 문제는 대체 무슨 뜻이에요? 잘 모르겠어요.”

수학 문제를 푸는 학생 1과 학생 2의 차이는? 학생 1은 자기가 뭘 모르는지 ‘안다.’ 학생 2는 뭘 모르는지 ‘모른다.’ 똑같이 모르지만 자기가 모르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아느냐 마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차이를 낳는다. 바로 상위권과 중위권의 차이다. “상위권 아이들과 중위권 아이들은 질문 내용이 달라요. 상위권 아이들은 문제 풀이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을 질문하는데 중위권 아이들은 어디서 막히는지 모르니까 그냥 문제 자체를 저한테 맡기죠.”(진주 봉원중 김경민 교사) 자기가 모르는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있느냐 없느냐가 결국 수학 성적의 우열을 가리는 셈이다. 여름방학, 학생들은 어정쩡한 수학 성적을 벗어나기 위해 사교육에 기댄다. 그런데 방학마다 사교육을 받아도 수학 성적이 꼼짝하지 않는다면? 이번 방학은 수학 실력의 반성과 성찰을 돕는 ‘수학 일기 쓰기’에 도전해 보라. 수업에 수학 일기 쓰기를 적용해 학생들의 변화를 목격하고 성적 향상의 효과를 거둔 수학 교사들의 추천이다. 이들은 수학 일기 쓰기에 대한 논문을 써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수학에 대한 감성적인 접근


수학 일기는 말 그대로 수학에 대한 매일의 기록이다. 문제 풀이 과정만을 적는 수학 노트와는 다르다. 수학 일기에는 보통의 일기처럼 자기의 소감과 느낌 등이 들어가야 한다. 이인태 경남 하동고 교사는 “수학 일기는 수학 문제를 푸는 곳이 아니라 자기 심경을 고백하는 공간”이라며 “수학 공부를 하면서 잘 안되고, 어렵고, 괴로운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중위권 학생들은 잘 풀리는 문제만큼 안 풀리는 문제가 많다. 이들은 수학에 대한 불만과 괴로움이 많은 학생들이다. 따라서 중위권 학생들은 수학 문제를 푸는 것보다 수학 일기를 쓰면서 수학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좋다. 일기를 쓰면서 자기 해답을 발견하듯 수학 일기 쓰기 역시 수학과 관련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의지와 방법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에 대한 감정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심리적인 거부감이나 두려움 등은 자연스레 해소된다.

이와 함께 스스로 ‘모르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숙희 대구 매천고 교사는 “대개의 중위권 학생들은 방정식에 관한 문제는 풀 수 있지만 방정식의 개념을 물으면 대답을 못한다”며 “고난도의 문제를 푸는 데는 정의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게 필수이므로 수학 일기를 쓸 때는 그날 공부한 개념이나 공식 등을 자기 말로 풀어서 설명해 보려는 노력을 하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방학을 활용해 지난 학기에 배운 내용을 복습할 때 수학 일기가 유용할 수 있다. 소단원, 대단원마다 자기가 어렵게 느꼈던 부분이나 비교적 이해가 쉬웠던 부분을 기록한다. 수학에 대한 나의 강점과 약점을 기록한 보고서가 되므로 성적 향상의 벽에 부닥쳤을 때 참고할 수 있다. 이숙희 교사는 “방학 때 복습을 할 때는 수학 일기를 쓰면서 각 단원에 나온 개념을 서로 잇는 마인드맵을 추가해도 좋다”고 말했다.

수학일기 관련 석사학위 논문
수학일기 관련 석사학위 논문

자기주도적으로 수학하는 힘

김기원 신라대 교수(수학교육과)는 그 스스로 수학 일기의 효과를 경험한 사람이다. 그가 미국에서 박사 논문을 쓸 때 난관에 부닥치자 지도교수가 권한 방법이 수학 일기 쓰기였다. “지금까지 고민해 온 것, 지금 고민하고 있는 것 등을 차분하게 쓰다 보니 어느 순간 막힌 데가 뻥 뚫리더라”며 “매일 쓰는 수학 일기를 통해 자기 발전의 과정과 결과를 누적할 수 있으므로 자연스레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길러진다”고 말했다. 문제가 조금만 어려워도 금세 정답을 확인하는 끈기없는 중위권 학생들한테 수학 일기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수학 일기의 이런 효과는 고난도의 문제에 도전하는 상위권 학생들도 솔깃할 대목이다.

사실 수학 일기는 학교 수업 시간에는 배제되기 쉬운 중하위권 학생들이 수학을 수학답게 공부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장혜원 진주교대 교수(수학교육과)는 “상위권 학생들은 학교 수업 때 발표나 질문 등의 말하기 활동을 통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수시로 점검하고 표현하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은 그런 기회가 적은 편”이라며 “쓰기도 말하기처럼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활동이므로 수업 시간에 말할 기회가 적은 중하위권 학생들은 쓰기를 통해 수학에 대한 자기 지식을 점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학 일기를 통해 수학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적는 것은 창의력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김기원 교수는 “분수를 배우면서 수학 일기에 ‘1/3, 2/3 사이에는 무슨 수가 있을까?’라고 쓰는 학생들이 있다”며 “유리수를 배우다 무리수의 존재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수학 일기는 곧 수학을 ‘사고’하는 훈련을 통해 창의력과 사고력 등을 길러준다”고 말했다.

피드백이 중요하다

사실 수학 일기의 효과를 증폭할 수 있는 것은 ‘피드백’이다. 전은주 수원 청명고 교사는 “학생들이 수학 일기에 모르는 부분이나 어려운 문제를 적어 놓았을 때 교사가 그걸 해결해주면 학생들은 마치 일대일 지도를 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자기가 모르는 것을 바로 피드백 받을 수 있어야 중위권 학생들의 수학 실력도 빨리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학에 교사를 만날 수 있는 학생들은 수학 일기를 쓴 뒤 수학교사한테 피드백을 요청하는 게 좋다.

만일 교사를 만나는 게 어렵다면 친구들과 스터디 그룹을 짜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전은주 교사는 “수학은 내가 아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아는 것을 남한테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며 “중위권 학생들은 상위권 학생들과 모둠을 꾸린 뒤에 서로 모르는 문제를 가르쳐주고 토론하면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들이 피드백 하는 것도 어렵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이숙희 대구 매천고 교사는 “대개 학부모들은 학창시절의 공포감 때문에 수학에 대해서만큼은 무작정 자녀를 학원이나 과외에 맡기는데 직접 가르치지 않고 수학에 대해 같이 얘기하고 자녀의 설명을 듣기만 해 줘도 자녀의 공부에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지나친 간섭은 하지 말되 수학 일기를 보면서 자녀가 어려워하는 부분에 공감하고 자녀가 알고 있는 것을 표현하도록 유도하면 그게 바로 훌륭한 피드백”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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