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분야별 대표 만화 10선
우리나라 만화 역사 100년. 좋은 만화책도 많이 나와 있지만 만화책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편견은 여전하다. 얼마 전,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모임은 학생들이 만화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와 만화의 고유한 매력 등을 생각해보면서 만화책 목록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이 목록은 교사들이 만화책과 이론서 등을 직접 읽고, 여러 번의 검토와 토론을 거친 다음 학생들의 반응까지 살펴서 발표한 것이다. 목록에선 도서대여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책, 원작이 있는 책을 만화로 옮긴 것(원작만큼 만화로서 가치 있는 책, 원작 읽기가 만만치 않을 때 그것을 새로이 재해석한 책은 포함했다), 학습을 위한 만화책은 제외했다.
인권 사이시옷 (창비, 손문상 외 지음)
수준 ② 중학교 3학년 이상
우리 사회의 다양한 ‘차별’ 문제를 여덟 명의 만화가들이 기발한 상상력으로 풍자했다. 비정규직, 학력사회, 학생, 비혼모, 군대 문제 등을 재치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책 제목 ‘사이시옷’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준다는 의미와 사람을 존중한다는 의미, 즉 참된 의미의 인권의식을 가져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평화 생명 노근리 이야기 (새만화책, 박건웅·정은용 지음)
수준 ③ 고등학교 2학년 이상
원작은 노근리 피란민 학살 사건을 다룬 실화소설 <그대, 우리 아픔을 아는가>다. 한 가장의 눈을 통해 노근리 사건을 담담하게 그러나 가슴 아프게 그려냈다. 이 책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게 할 뿐 아니라 전쟁의 처참함과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한다. 책이 두꺼워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손에 잡으면 곧 빠져들게 된다.
성장 삼봉이발소 1~3 (소담출판사, 하일권 지음)
수준 ① 중학교 1,2학년
외모만 보고 함부로 대하다가 사랑하는 친구를 잃어버린 아픔을 겪은 뒤에야 내면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 이발사 삼봉은 ‘외모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을 치유한다. 큰 가위로 환자들 내면의 열등감을 깨부수고 치료해주면서 그들이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파란닷컴에서 인기를 모으던 만화를 엮어 책으로 출간했다.
성장 내 파란 세이버 1~5 (바다출판사, 박흥용 지음)
수준 ② 중학교 3학년 이상
충청북도 영동군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살던 주인공 ‘대한’이는 어린 시절 ‘쌕쌕이’라 불리던 공군 최초의 제트 전투기, 세이버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그 뒤 대한이는 장래에 반드시 비행기 조종사가 될 거라 다짐한다. 책은 한 시골 소년이 자신의 꿈을 향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그런데 대한이는 정말 비행기 조종사가 됐을까?
창작 내 얘기 좀 들어볼래? (서해문집, 플릭스 지음)
수준 ② 중학교 3학년 이상
1976년에 태어난 작가가 25살 나이에 2084년에 죽을 때까지 성장과정을 만화로 묘사한 ‘독특한’ 자서전이다. 책엔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살아남은 한 영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책에서 “사람이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곧 영웅이다”라고 말한다. 동서양 고전을 알기 쉽게 소개한 인문만화 ‘카툰클래식’ 시리즈 가운데 한 편이다.
역사 십자군 이야기 (길찾기, 김태권 지음)
수준 ③ 고등학교 2학년 이상
타고난 이야기꾼인 김태권의 손을 거쳐 새롭게 재구성된 역사교양만화다. 책에서 1095년 유럽 기독교도들이 일으킨 십자군 전쟁과 2003년 미국 보수주의자들이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성전’(聖戰)과 ‘탐욕’이란 단어로 함께 엮인다. 책은 전쟁에선 성스런 ‘이유’ 따윈 없고, 다만 세속적 ‘필요’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역사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13 (휴머니스트, 오세영 지음)
수준 ② 중학교 3학년 이상
조선왕조 500년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은 총 1893권 888책이다. 박시백 화백은 조선왕조실록을 학생들이 쉽게 읽고 재밌게 이해하도록 재구성했다. 책은 정치사를 중심으로 핵심 인물들의 생각과 처신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다양한 관련 도서를 참고하고, 최근 역사학계 성과도 반영해 깊이를 더했다.
역사 태일이 1~5 (돌베개, 박태옥 지음)
수준 ① 중학교 1,2학년
1970년 암울한 노동현실을 폭로하며 분신자살을 감행했던 청년노동자 전태일. 4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학생들이 그의 선택을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과 전태일의 수기 모음집인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전태일의 일대기와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기 쉽게 묘사했다.
생태 환경 삽 한 자루 달랑 들고 (행복한만화가게, 장진영 지음)
수준 ① 중학교 1,2학년
스스로를 ‘건달농부’라 부르는 작가가 강화도 도장리를 제2의 고향으로 삼으면서 겪은 21편의 농촌일기다. 작가는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으며 ‘농사란, 사람의 뜻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이 도와야 되는 것’이란 말을 온몸으로 깨닫게 된다. 작가의 후속작인 <무논의 개구리 울고>와 박연의 <들꽃 이야기>를 함께 읽으면 좋다.
예술 도자기 (애니북스, 호연 지음)
수준 ① 중학교 1,2학년
그리운 사람의 얼굴을 담아낸 백자 달항아리, 짙은 푸른색의 바다빛깔을 닮은 청화백자 그물무늬 각병…. 고고미술사학도인 작가가 익숙하지만 잘 몰랐던 예순 편의 도자기 이야기를 특별한 사연들을 담아 담백하게 풀어냈다. 작가는 책을 통해 우리 문화재를 감상하는 데 가장 필요한 건 애정 어린 시선, 즉 ‘관심’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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