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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생·학부모 말에 귀 기울이고 자정능력 키워라”

등록 2009-05-21 12:01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직 커졌으나 기득권·선명성 지키다 경직”
“학생들 위해 땀 흘리며 건강 되찾아야”
수업방법 개선 등 전문성 확보도 절실
내부 자성·변화 목소리

위기의 징후가 곳곳에서 느껴지기 때문일까? 전교조 내부에서도 최근 들어 ‘변해야 산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전교조 경북지부 청소년인권국장을 맡고 있는 이재익(39) 의성공고 교사는 지난해 10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전교조,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전교조는 합법화 이후 강제보충수업 반대나 체벌 금지 등 학생들의 이해와 요구가 절실했던 운동과 학부모들의 가장 큰 불만사항인 부적격교사 문제에는 실질적인 조직의 힘을 싣지 않고, 대신 ‘신자유주의 반대’ 깃발을 내걸고 교사들을 조금이라도 힘들게 만들 수 있는 모든 것들만을 ‘실질적으로’ 반대했다”고 비판했다.

또 “학생들과 국민들 다수로부터 진정성을 의심받으면서 ‘참교육’이라는 전교조의 브랜드 가치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며 “나를 대하는 모든 사람이 나의 진정성을 의심한다면 스스로도 한번쯤 나의 진정성을 의심해 봐야 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합법화 이후 전교조는 학부모와 학생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며 “조합원 처지에서도 전교조가 교사의 일상인 수업과 생활지도 능력을 높이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전교조 교사’라는 이유로 욕만 먹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전교조가 비합법 시절이던 1998년 교사로 임용된 직후 전교조에 가입한 김성오(38) 경기 고양 무원초 교사는 변화된 상황에 맞는 ‘전교조 교사의 상’이 절실하다고 했다. 김 교사는 “10여년 전만 해도 ‘전교조 교사=열심히 하는 교사’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어서, 가입하는 순간부터 큰 책무를 느꼈는데, 요즘에는 조합원들 사이에 ‘전교조 교사는 이래야 돼’라는 공유된 가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끔씩 ‘저러고도 전교조 조합원이야. 저 사람은 조합원이 아니었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전교조 조합원들의 ‘농도’가 옅어진 것은 ‘몸집 불리기’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이계삼(37) 경기 밀양 밀성고 교사는 전교조가 위기에 놓인 원인을 그동안 추구해온 ‘성장’과 ‘힘’의 논리에서 찾는다. ‘머릿수’를 배경으로 협상력을 높이는 데 급급한 나머지 교육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로부터 갈수록 멀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교육 상황, 교사집단의 의식 수준에 비하면 전교조는 규모가 크다”며 “가입 동기가 의심스럽기까지 한 이들을 포함해 매우 다양한 성향의 조합원들이 존재하다 보니 교육현장에서 학교의 비민주적인 관행이나 아이들의 실제 삶과 관련된 일들에 대해 합의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힘’이 없었던 20년 전에 가장 강력했고, 어느 정도 ‘힘’을 갖춘 지금 오히려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완전히 무기력해졌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조직 비대화는 전교조의 ‘내부 정치’에 그대로 투영된다. 전교조 지회장과 대의원을 지낸 한 중견 조합원은 “전교조에 일반적인 노조의 역할을 기대하고 가입한 교사들이 늘다 보니 전교조 내부 정파들이 교사의 권익을 내세워 ‘집권’하려 하고, 그러다 보니 전교조의 사업과 투쟁 방향이 ‘교육적 가치’가 아니라 ‘선거공학’에 따라 결정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7차 교육과정 개정, 교원평가 등 사안마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내세우는 것도 내부 결집을 통해 표를 얻으려는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강신만(46) 서울 백운중 교사는 “교육노동은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실현되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교사들의 이해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이해도 운동의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노동운동을 표방하는 전교조의 운동론은 다른 노조와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 노조로서 전문성을 갖췄는지 반성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부소장을 지낸 권재원 서울 풍성중 교사는 “전교조가 도덕적 명분에만 의존하려 했을 뿐, 실력으로 승부하려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적어도 합법화 이후부터는 ‘순교자’의 위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참교육의 상’을 제시하고 그것을 가로막는 장벽이 뭔지 보여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권 교사는 “많은 전교조 교사들이 남다른 교육을 실천하기는 했지만, 전교조는 이런 다양한 실천들을 한데 모으고 모델로 구성해 보급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교조 본부에서 집행부로 일했던 한 조합원은 “교원의 전문성과 시대 변화에 맞는 교수학습방법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은 중대한 오류”라며 “조합원들이 교육의 주체로서 학교개혁과 수업개혁에 나서도록 하고 전문가로서 교육에 책임지는 자세를 갖도록 전교조가 이끌어 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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