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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잔소리만 하던 엄마가 청중이 됐어요

등록 2009-04-26 21:22

‘펼 독서토론 아카데미’의 토론 현장. 청중으로 앉은 학부모들을 두고 학생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배홍 교사 제공
‘펼 독서토론 아카데미’의 토론 현장. 청중으로 앉은 학부모들을 두고 학생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배홍 교사 제공
커버스토리 / 학생·학부모·교사 함께하는 ‘펼 독서토론 아카데미’

청중 없는 토론은 팥소 없는 찐빵이다? 김배홍(55) 인천 부광고 교사의 지론이다. 그가 학부모들과 함께 청소년 토론 모임을 여는 이유다.

김배홍 교사가 2002년부터 인천지역에서 운영해 온 ‘펼 독서토론 아카데미’(openacademy.net)는 청중이 있다는 점에서 여느 독서토론 동아리와 다르다. 게다가 그 청중이 토론에 참여하는 학생의 부모라는 점도 독특하다. 김 교사는 “토론 역시 대중 앞에서 말하기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청중의 존재는 필수”라며 “토론에 미숙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가장 잘 경청할 수 있는 게 부모이기 때문에 항상 청중으로 모신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참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펼’의 가장 중요한 가입조건 가운데 하나다. 부모님도 학생과 마찬가지로 3분의 2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모임을 탈퇴해야 한다.

청중 말고도 학부모들의 구실은 매우 다양하다. 김배홍 교사가 정해놓은 역할들을 부모들이 분담해 맡는다. 안미경(53·인천시 연수구)씨는 “1, 2기 부모들은 토론에도 참여했다고 하는데 지금 6, 7기는 토론에는 참여하지 않고 녹취를 하거나 동영상 촬영, 펼침막 걸기, 다과 준비 등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얼핏 토론의 주변에 머무르는 것 같지만 부모들도 자녀와 함께 토론의 맛에 푹 빠진다. 박명해(46·인천시 연수구)씨는 “처음에는 좀 지루하기도 했는데 날이 갈수록 이번에는 어떤 주제일까 궁금하고 최근에는 바탕도서를 나도 읽게 된다”며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아들한테 얘기하다 보니 ‘엄마는 잔소리만 할 줄 안다’고 여겼던 아이가 엄마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펼’은 부모의 학구열에도 불을 지핀다. 안미경씨는 “얼마 전에는 <금융권력>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아이가 모르는 개념을 자꾸 물어서 덩달아 경제 공부를 했다”며 “남편도 그런 아이를 위해 <경제용어사전>을 사오는 등 온 집안이 토론에 열심”이라고 말했다. 한 해에 여덟 차례, 자녀와 함께 토론에 참여하는 사이 집안에 토론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이다.

부모의 지원과 지지가 있은 덕인지 ‘펼’ 출신 학생들은 토론대회 나가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일이 많다. 특히 한국자유총연맹에서 주최하는 ‘전국 고교생 토론대회’에는 두 차례나 대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김배홍 교사는 “최근 토론에 관심있는 교사들이 많은데 뜻이 맞는 학생과 학부모를 모은다면 누구나 양질의 토론 동아리를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펼’ 누리집에는 지난 7년 동안 50여 차례에 걸쳐 해 온 토론의 녹취록과 동영상 자료가 올라와 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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