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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또 빗나간 ‘특목고 열풍’ 평준화 무력화 거세진다

등록 2009-04-16 19:46수정 2009-04-16 23:47

수능성적 공개 후폭풍
‘지역명문 간판’ 특목고·자사고 유치전 불붙을듯
고입·서열화 빗장 풀리면 학생·학부모 부담 가중
지난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 분석자료 공개로 지역·학교간 성적 차이가 드러남에 따라, 이명박 정부 들어 표면화하고 있는 고교 평준화 무력화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간판’ 구실을 할 특수목적고 등 ‘입시 명문’을 유치하려는 자치단체들의 요구가 커지고, 그동안 잠복해 있던 ‘평준화 해체론’도 힘을 얻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고교 다양화’ 탄력 수능에서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기숙형 자율학교 등이 있는 지역이 좋은 성적을 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정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 정책은 전국 일반계고 중에서 학생 선발 등에서 자율성을 갖는 자율형 사립고 100곳과 기숙형 공립고 150곳을 지정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기숙형 공립고는 지난해에 이미 82곳이 지정됐으며, 자율형 사립고는 올해 30곳이 지정될 예정이다.

기숙형 공립고·자율형 사립고 250곳에다 기존의 외국어고·과학고·국제고 등 특목고 55곳, 자립형 사립고 6곳을 합치면, 우수 학생 선발을 통해 ‘입시 명문’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고교가 311곳에 이르게 된다. 전체 일반계고 1493곳의 20%가 넘는 수치다. 또 지역의 성적 순위에 민감한 유권자들을 의식해,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특목고 설립을 추진할 가능성도 크다. 머지않은 시기에 전국 고교가 상위 20~30%에 해당하는 ‘명문고 리그’와 ‘나머지 리그’로 나뉘고, 평준화는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회장은 “이번 수능 분석 결과를 시험을 치러 우수 학생을 뽑는 학교를 곳곳에 세우자는 식으로 해석할 경우, 평준화는 사실상 와해될 수밖에 없다”며 “1970년대처럼 수많은 중학생들이 고교 입시에 내몰리는 상황을 우리 사회가 과연 감당할 수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평준화 해체 압력 커질 듯 수능 성적 공개를 통해 평준화 지역 학교들 사이에서도 점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평준화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학교간 성적 차이가 드러난 상황에서 자식이 성적이 낮은 학교에 배정될 경우, 부모들이 불만을 갖게 되고 ‘이럴 바에야 시험을 치러 능력대로 학교에 갈 수 있게 하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평준화를 폐지하면 학부모와 학생의 고통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무시험 추첨 배정’을 원칙으로 하는 평준화 폐지는 곧 고교 입시 부활을 뜻하는데, 이렇게 되면 대학 입시처럼 서열화된 고교 가운데 한 단계라도 높은 학교에 입학하려고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평준화 해체 주장은 결국 명문고에 가려고 재수·삼수까지 하던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수천명에 지나지 않는 몇몇 명문고의 입학 정원을 놓고 수십만명이 목을 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낙후지역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실질적인 평준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윤미 홍익대 교수(교육학)는 “일부 명문고를 육성해도 결국 전체 학교간 학력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평준화 해체론’이 가진 딜레마”라며 “다른 지역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할 만큼 소외 지역에 예산을 쏟아부어 학급당 학생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의 지원을 해주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종규 유선희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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