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 오류 발생 현황
작년 학업성취도 평가 재조사 결과
입력누락 등 오류 1만6402건 발견
입력누락 등 오류 1만6402건 발견
지난해 10월 실시된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집계하는 과정에서 운동부 학생 등의 성적을 빼고 보고한 사례가 전국에서 1천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2월25일부터 2008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집계 및 보고 과정에 대한 재조사를 벌인 결과, 모두 1만6402건의 오류가 발견됐다고 13일 밝혔다.
유형별로 보면, 응시자 수 착오 등 집계 오류가 9198건(56.1%), 주관식 문항 채점 결과를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가 3236건(19.7%)으로 ‘단순 오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운동부와 예능부 학생, 일부 과목 시험만 치른 학생 등의 성적을 빼고 집계한 사례도 1075건(6.6%)이나 됐다. ‘성적 조작’ 논란을 빚은 전북 임실지역처럼 교육청에 보고한 내용과 실제 학교에서 채점한 결과가 다른 경우도 54건(0.3%)이 적발됐다. 교과부는 또 전체 900만장의 답안지 가운데 65만장(7.2%)가량이 학년이 바뀌는 과정에서 없어지거나 폐기돼, 재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발견된 오류 가운데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교육청 자체 조사 뒤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하도록 시·도 교육청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과부는 입력 누락, 보고 오류 등에 대해 ‘고의에 의한 성적 조작’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비판을 사고 있다. 장기원 교과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애초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고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학교 차원의 고의나 중과실은 거의 없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일제고사는 전국 단위의 서열화 부담 때문에 성적을 높이기 위한 의도적인 조작 가능성이 상존하는 시험”이라며 “교과부가 이렇게 문제가 없다고 공언하고 있는 마당에 시·도 교육청이 고의성 여부를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교과부가 애초 표집 학생(전체의 4~5%)들의 평가 결과만 공개하기로 해놓고 갑자기 전수 공개로 방침을 바꿔 뒤늦게 일선 학교에 성적을 보고하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성적 조작 논란이 빚어졌다는 점에서, ‘공개가 예정된 시험이 아니었기 때문에 고의 조작 가능성은 없다’는 교과부의 설명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과부는 이날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채점을 학교가 아닌 교육청에서 한꺼번에 하고, 결과 보고도 전산시스템을 통한 자동 집계 방식으로 바꾸는 등 학업성취도 평가 관리체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10월에 실시하는 초3 대상 국가 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3월에 시·도 교육청이 주관해 치르는 교과학습 진단평가와 통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엄민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대변인은 “시험 관리를 아무리 강화해도 일제고사와 성적 공개로 학교들이 경쟁에 내몰리는 한, 성적이 낮은 학생 배제, 시험 부정 등 비교육적인 상황이 계속 빚어질 것”이라며 “학업성취도 평가를 표집 방식으로 바꾸는 것만이 일제고사 문제를 푸는 유일한 답”이라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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