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가 자랑하는 교육 경쟁력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에서 나온다. 사진은 스트룀베리 초등학교의 국어 수업. 안승문씨 제공
핀란드 스트룀베리초등 ‘협력학습’ 현장 컴퓨터 자리 이동시키며 창작 유도
자연스레 모국어 읽기·능력 키워져
교사들에 시간운용 자율성 줘 가능 핀란드 헬싱키의 스트룀베리 초등학교(Str<00F6>mberg Koulu). 7~12살 어린이들이 다니는 프레네 학교인 스트룀베리 학교에서 참관했던 ‘컴퓨터를 활용한 글쓰기(읽기) 집중 수업’은 학생들이 함께 협동하고 소통할 때 공부가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학교에서는 한 학급의 학생들이 컴퓨터실에서 일주일(5일) 내내 국어(핀란드어) 수업을 한다. 일종의 ‘컴퓨터실 활용 집중 수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주 동안의 수업 중에 ‘자유롭게 이어 쓰기’ 수업이 있다. 읽기와 쓰기(읽기)는 물론 컴퓨터 활용 능력까지 기를 수 있는 다목적 수업이다. 먼저, 학생들은 컴퓨터에 앉아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글을 쓴다. 선생님이 처음에 실마리 격인 첫 문장을 제시해 주면 학생들은 이어서 자유롭게 글쓰기를 한다. 7분 정도쯤 쓴 다음 모두가 왼편 친구의 컴퓨터로 옮겨 앉고, 친구가 쓰던 글의 뒤를 이어 쓴다. 내용은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쓰면 된다. 또다시 7분쯤 쓴 다음 옆의 컴퓨터로 옮겨 이어 쓴다. 두세 차례 하다 보면 글 쓰는 속도가 빨라져 시간을 5분 정도로 줄일 수 있다.
학생들은 친구가 먼저 쓴 글을 읽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생각해 내고 글로 표현하는 일이 즐거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고 쓰는 활동에 몰입한다.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이어 쓴 다음 맨 처음 자기의 컴퓨터 앞에 돌아와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학생들은 맨 처음 자기가 시작했던 이야기가 친구들의 상상력을 통해서 얼마나 기상천외하게 달라졌는지를 발견하면서 배꼽을 잡으며 매우 재미있어 한다. 학습의 가장 기본인 읽고 쓰는 능력을 길러주는 핀란드형 협동 학습의 한 단면이다. 부럽지 않은가? 스트룀베리의 신명나는 협동학습을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에서 발견하고 싶다면 우리의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먼저, 교사들이 수업의 소재를 창의적으로 찾고 조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즉, 모든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교과서 내용을 가르치도록 강요하는 경직된 교육과정이 폐기돼야 한다. 교육과정은 학교나 교사들한테 ‘열 살 정도의 어린이는 자연스럽게 읽고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정도의 유연한 목표를 제시하면 된다. 어떤 소재로, 어떤 방법으로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학교와 교사들이 자유롭게 정하도록 하는 게 좋다. 다음으로, 일주일 동안 정해진 수업 시간표에 따라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틀에 박힌 학교의 시간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자면 학교의 교육과정 계획을 세울 때 창의적으로 시간을 배분해 활용할 수 있도록 시간 운용의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 90분 수업도 할 수 있고, 일주일 내내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집중 수업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학교에서의 시간을 교과목별로 조각내 쓰는 현재의 방식을 뛰어넘어 몇몇 교과를 통합해 수업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돼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나이의 학급 학생들 모두를 똑같은 문제로 평가하는 교내 일제고사나 학교 밖 일제고사를 치르고 점수를 비교하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 모든 수업의 목표는 학생들 모두가 교육과정상의 교육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각의 교사들이 학생마다 교육과정상의 교육 목표에 도달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고 평가해,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자유롭게 보충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획일적인 평가는 좋은 점수를 내기 위한 획일적이고 폐쇄적인 교수 학습을 부추길 뿐이다. 학교와 교사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을 설계해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교과서 중심의 획일적인 수업을 강요하지 않으며, 똑같은 문제로 평가해서 우열을 가르겠다는 발상을 버릴 때에 비로소 흥미롭고 창의적이며 협력적인 교육이 가능해진다는 것은 교육의 기본 원리다. 기본에 충실한 핀란드는 2006년 국제수준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1등을 차지했다. 우리도 1등을 했다. 그러나 우리의 1등은 불안하다. 우리가 이 ‘교육의 기본’으로부터 너무 멀리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일까. 안승문 스웨덴 웁살라대학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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