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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원마다 요동치는 아이실력 어떻게 믿지?

등록 2009-03-08 17:16

레벨테스트를 통해 자녀의 실력을 평가하는 일을 학원에 맡기면서 학부모는 사교육의 늪에 빠지기 시작한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레벨테스트를 통해 자녀의 실력을 평가하는 일을 학원에 맡기면서 학부모는 사교육의 늪에 빠지기 시작한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커버스토리]
해당학원 교재에 익숙한 학생들이 유리
내공 착실히 쌓았다면 결과 맹신 말아야
‘겁주고 부추기고’ 학원쪽 상술 유념하길
레벨테스트의 함정

학원의 레벨테스트로 자녀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믿는 학부모가 많다. 특히 전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몇몇 대형 학원이 치르는 레벨테스트는 응시 집단의 규모가 크고 테스트 결과를 분석한 결과지까지 제공해 학부모의 신뢰가 두텁다. 서울 노원구의 ㅌ학원 정세웅 부원장은 “학원 등록은 하지 않고 레벨테스트의 결과만 활용하려는 부모가 크게 늘었다”며 “최근 2만~3만원 정도 레벨테스트 응시료를 받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정말 레벨테스트는 내 자녀의 실력을 정확히 평가할까?

학습능력이 아닌 선행의 정도를 파악하는 레벨테스트

여러 입시학원을 거느린 ㅌ교육기업의 최영석 본부장은 “학원이 진짜 학생의 학습 능력을 파악하려면 중1 학생한테는 중1 수준의 심화문제를 주는 게 맞다”며 “그러나 대개는 중1한테 중2~3 수준의 문제를 주는 식으로 난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특히 ‘선행학습’이 전제가 되는 특목고 입시학원의 레벨테스트가 그렇다. 중2 교과과정을 이수하면 너끈히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지닌 학생도 이런 체제의 레벨테스트는 통과할 수 없다. 학부모가 레벨테스트의 성격을 모른 채 자녀의 실력에 낙담하면 안되는 이유다.

최영석 본부장은 “영어는 영어를 얼마나 접해봤는지에 따라 수준 차가 크게 벌어진다”며 “영어를 충분히 접하면 놀라운 향상을 이룰 수 있는 아이를 레벨테스트가 가려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ㅇ어학원의 레벨테스트 문제는 중등 내신형, 고등 내신형, 수능형, 토플형 등으로 출제된다. 수능 모의고사나 토플 시험 문제에서 직접 문제가 출제되기도 한다. 이는 영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능력보다는 각각의 유형을 미리 겪어 본 아이들한테 유리하다. 따라서 ‘엄마표 영어’ 등을 통해 자녀의 내공을 착실히 쌓아온 학부모는 학원의 레벨테스트 결과를 맹신하면 안 된다. 학원의 레벨테스트는 학원에서 쌓은 능력만을 평가하는 체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원에 따라 결과가 다른 레벨테스트

장진숙(43·서울 강남구)씨는 학원을 바꿀 때마다 요동치는 자녀의 레벨이 못마땅하다. 그는 “아주 실력이 대단한 아이가 아니면 이 학원에서 높은 레벨을 받았어도 저 학원에 가면 레벨이 떨어지는 게 흔한 일”이라며 “그래서 학부모들은 일부러 다른 학원의 레벨테스트를 받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는 레벨테스트가 학원이 쓰는 교재에서 출제되기 때문이다. ㅇ어학원 관계자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보는 레벨테스트로 재학생들이 보는 승급시험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원의 특정 교재에서 출제되는 시험은 학생의 영어 실력을 평가한다기보다 낯선 문제에 대한 적응력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중3 자녀를 둔 김희진(43·서울 강남구)씨는 “애가 학원을 1년 정도 쉬었는데 나중에 다시 와 시험을 봤더니 레벨이 똑같이 나왔더라”며 “1년 동안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같은 레벨이 나온 것은 레벨테스트가 이미 아이한테 익숙한 문제들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레벨테스트는 학원의 마케팅 수단

중학교 시절 서울 노원구의 한 대형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는 배아무개(15)군은 레벨테스트가 학원의 상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학교에서 평균 70~80점 되는 친구들이 학원의 외고반에 들어가 있는 걸 많이 봤다”며 “애들 끌어모으기 위해서 형식적으로 치르는 것일 뿐 진짜 우리 실력을 평가해 주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의 장한슬(15)양은 “레벨테스트를 보고 난 뒤 결과가 나쁘면 겁주는 식으로 학원을 수강하게 만들고, 결과가 좋으면 조금만 더 잘하면 외고 갈 수 있겠다는 식이었다”며 “결과가 어떻든 학생들을 유인하려는 수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원 비유와상징 공부연구소 소장은 “특목고 입시 학원은 대개 특목고 합격의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을 끌고 가는 전략과, 가능성이 없는 아이들을 끌고 가는 전략을 동시에 쓴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레벨테스트를 통해 학원이 정한 평균점수가 되지 않으면 학원에도 ‘불합격’할 수 있어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감이 크다. 최영석 본부장은 “효율적인 측면에서 성적이 안 되는 학생들을 걸러내는 것도 있지만 학원이 ‘불합격’을 시키는 이유는 학원의 자기과시용”이라며 “되겠다 싶은 아이들만 모아 놓으면 학원의 입시 실적을 올리는 데도 좋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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