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지난해 ‘일제고사’ 폐지
오바마 “과정 중심 정책전환”
오바마 “과정 중심 정책전환”
전국 단위 일제고사와 성적 공개를 통해 학교의 책무성을 높이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영국과 미국을 본보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쟁 지상주의 교육정책의 ‘본산’인 두 나라는 이미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9월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를 각 학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일제고사를 폐지한 셈이다. 이 나라는 보수당 정부 시절인 1980년대 후반 이래 학교별 학업성취도 순위 공개를 핵심으로 하는 시장주의 교육개혁을 밀어붙여왔다. 하태욱 성공회대 교수(교육학)는 “영국 정부가 방향을 바꾼 이유는 일제고사와 학교간 비교가 학생들의 성적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 반면, 지역·학교간 서열화와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등 폐해가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에서는 경쟁과 시장논리에 기반한 교육개혁을 밀어붙인 결과, 학군·학교 간 격차 심화, 좋은 학군을 향한 백인 중산층의 대이동,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을 높이기 위한 성적 조작을 비롯한 부정행위의 만연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이에 ‘이튼 컬리지’ 등 일부 명문 사립 학교는 “성적에 따른 학교 서열화가 전인교육을 망치고 시험 중독자를 양산한다”며 시험 성적 제출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설계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이 저서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에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한 미국의 ‘낙오자방지법’(NCLB)도 마찬가지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2001년부터 시작한 이 정책은 해마다 모든 학교가 표준화된 시험을 치르게 해, 학교의 책무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 정책은 초기부터 교육 연구단체인 미국교육학회 등의 비판을 받았다.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에 대한 불충분한 재정 지원, 비현실적인 정책 목표, 학교 서열화, 공교육 파행 등이 이유였다. 이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이 정책 개혁을 교육 분야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그는 공약집인 ‘오바마-바이든 플랜’에서 “교사들을 일제고사 대비에 시간을 허비하도록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평가 방식을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으로 바꾸고 처벌보다는 지원을 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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