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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관심주제 골라서 마음껏 몰입해 보자

등록 2009-01-18 16:17

방학은 무엇보다 ‘재충전’의 시기다. 섣부른 선행학습 보다는 체력과 학습력의 기초를 기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사진은 빙어축제에 참가한 학생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방학은 무엇보다 ‘재충전’의 시기다. 섣부른 선행학습 보다는 체력과 학습력의 기초를 기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사진은 빙어축제에 참가한 학생들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선행학습은 안도감 외엔 얻는 게 별로 없어
학원에만 공부 맡기면 ‘학습근육’ 못 키워
이주의 교육테마 /

길고 긴 겨울방학 어떻게 보낼까

이은동씨는 중1, 초4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겨울방학이다보니 출근길에 아이들은 모두 자고 있고, 점심시간 때 쯤 되어 집으로 전화를 해 보면 그제서야 일어나 밥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이 방학 때 늦잠 자는 것까지 뭐라 하고 싶지는 않지만 매일 의미 없이 지나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2~3시간 학원 가는 것 말고는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보자니 일하는 엄마의 한계인 듯해 미안한 마음도 든다.

정희영씨는 중2, 중1 두 아이의 엄마이다. 아이들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니는 학원도 아무렇게나 택할 수 없게 됐다. 겨울방학이 시작하면서 그 지역에서 비교적 이름이 알려진 학원에 보냈는데, 일요일에도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이다. 학원 숙제 이외에는 스스로 하는 공부가 전혀 없는 점도 마음에 걸리고, 아이의 성장기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학원을 그만두자고 얘기해 봤지만 오히려 아이가 불안해 한다. 원하는 고등학교에 가려면 새벽 2시까지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데 자신은 학원 때문에 과외도 끊고 다른 아이들만 못하다는 것이다. 아이의 공부 욕심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근본적인 실력향상과는 무관한 것 같아 걱정스럽다.

겨울 방학이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여름방학보다 길어 무언가를 해도 할 수 있는 기간이지만, 학생들은 대부분 선행학습 이외의 별다른 계획은 세우지 못한다. 아이들은 방학이어도 부모의 일상은 변함이 없으니 아이들은 늦잠과 학원숙제로 하루를 보낸다. ‘방학인데 좀 쉬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이렇게 놀다가는 새학년 올라가서 뒤처지지’라는 불안함에 학생들도 혼란스럽다. 학년이 바뀌는 방학인 만큼 학업에 대한 긴장도 커서 학생들 스스로 더 열심히 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책하기도 한다.


긴 방학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늦잠 자는 여유를 즐기면서도 공부하는 시간만큼 집중하여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연습을 해 보자. 잠시도 놀지 않고 공부하는 모양새만 따라하는 학생보다 훨씬 신나고 알찬 방학을 보낼 수 있다.

▶ 선행학습? 앞으로 배울 지식의 바탕 다지기(O) 학교진도 미리 나가기(X)

겨울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법규정이라도 있는 듯 누구나 새학년 선행학습을 한다. 선행학습을 한다고 성적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해마다 경험하면서도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함에 연례행사처럼 선행학습을 한다. 대부분 사교육에 의존하는데, 사실 선행학습을 하면서 학생들은 ‘학교 진도를 미리 나갔다’는 안도감 이외에 얻는 것은 별로 없다. 오히려 ‘학교 수업을 좀 편하게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학교 수업의 이해와 집중 정도는 훨씬 떨어진다. 학교 수업의 ‘진도’가 학원에서 이미 ‘나간’ 부분인지 확인되면 마음을 놓아 버리기 때문이다.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은 학교 수업 중 자신에게 익숙한 내용만 기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자신이 이미 배워 익숙한 내용 말고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버리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교과과정의 학습목표대로 수업이 이루어지므로, 학원의 수업보다 원칙과 과정에 더 많은 초점을 둔다. 그러나 어려운 문제 풀이에 익숙한 ‘학원생’들은 정작 자신이 푼 그 문제에 적용된 공식의 도출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선행학습을 하고 싶다면 학교 진도를 먼저 공부한다는 조급증 대신, 학교에서 공부할 주제를 미리 검색해 보거나, 관련 도서를 읽어보는 등의 방법으로 ‘앞으로 받아들일 지식의 바탕을 만든다’는 생각을 실천해야 한다. 그 후 학교 수업이 이어진다면 익숙한 주제이므로 흥미로울 뿐 아니라 불안함이 덜하고, 구체적인 학습 내용은 이전에 본 것이 아니므로 수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 새학년 공부에 대한 부담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자

특히 상급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은 겨울방학 동안의 학습 부담을 더욱 크게 느낀다. 계획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을 게으르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친구들과 비교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위의 예에 나온 정씨의 큰아이도 비슷한 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공부하는 거야”라고 이야기해 줘도 ‘다른 아이들도 다 저만큼 해요’라고 답한다. 자신의 공부는 한없이 부족하며, 늦잠을 자거나 인터넷 하느라 시간을 보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학생들은 “이번 방학에는 정말 공부 열심히 해야 하는데,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친구들과 함께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다”며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없는 것이 속상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친구들이 모두 다니는 학원에 다니지 않더라도 나의 실력 향상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특히 친구들만큼 하지 않으면 뒤떨어진다는 생각으로 취침 시간을 늦추거나, 하루에 외워야 하는 단어 수를 늘리는 등의 학습은 목적 없이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공부이므로 당연히 성과도 없고 피곤하기만 하다. 나의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지 남보다 잘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아님을 기억하자.

방학 동안은 몸도 마음도 충분히 쉬어야 한다. 잠을 많이 자거나 노는 것을 포함해 나의 정신과 의식에도 신선한 휴식이 필요하다. 공부와 숙제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태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방학이 되어 할 일이 없거나 자는 시간이 많아지면 해야 할 노력을 덜한 것 같아 불안해하는데, 내가 힘들어야 공부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신나고 편안하게 공부해야 건강한 노력이다. 새학년 공부에 대한 열정은 좋지만 부담으로 자신을 괴롭히지는 말자.

▶ 무작정 학원 가지 말고, 내가 해야 할 공부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자

방학의 긴 하루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종일반 학원’은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 주요과목 선행학습뿐 아니라 자율학습시간도 보장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들의 시간관리가 어려운 워킹맘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루 종일 학원에 맡겨버리는 공부는 나의 ‘학습 근육’을 전혀 키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내가 해야 할 공부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취약과목 보완이나 선행학습 말고도, 더 어려운 공부를 하고 싶은 과목이 있을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공부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 해야 할 공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은 나의 학습 상황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므로 의미가 크다. 사교육 중에서도 개인과외를 할 수 있다면 좀 더 능동적으로 내가 원하는 교재와 공부 방법, 공부 순서, 숙제 등을 정해 보자. 학원에 가기로 했다면 하루 일과가 정해지는 종합반보다는 단과반을 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학원에 오가는 시간, 친구들과 노는 비효율이 싫다면 인터넷 강의로 수업을 대신하고 나머지는 문제를 풀면서 숙제를 하는 방법도 좋다.

온종일 학원에 묶여 정해진 시간을 지키고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공부를 100% 잘해 냈다고 기뻐할 일은 아니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이 수업이 새학년 학과 공부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그때 다시 볼 수 있도록 주의하며 필기를 하자. 과제를 할 때에도 이 과제를 하면 나의 어떤 실력이 향상될지 생각해 본 후에 시작해야 한다.

▶ 학교에서 할 수 없는 몰입학습의 재미 체험하자

학교에서는 지식을 과목별로 나누어서 배우고, 40~50분 단위로 공부 시간이 끊어져 있다. 따라서 한 주제에 깊이 몰입하기 어렵고 이것과 저것이 종횡으로 연결되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학생들이 학교 공부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학은 시간과 공간을 학생들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방학 동안 평소에 궁금했던, 관심 있었던 주제를 몇 가지 골라 범위와 깊이의 제한 없이 생각을 이어가는 탐구를 해 보자. 예를 들어 학교 공부는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 순서로 나누어 역사 과목으로 한정하여 배우지만, 내가 자유롭게 조선시대를 공부한다면 조선시대의 기후변화가 기근을 가져왔고 그것이 정치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등을 연결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과목으로 나누자면 지구과학과 경제, 정치, 역사 등 매우 복합적이어서 학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공부이다. 자연스럽게 읽고 싶은 책들이 나타나고 꼬리를 물어 궁금한 것들이 이어질 것이다.

학교에서 하는 학습은 의무교육 과정의 학습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편성되어 있으므로 나의 학습동기와는 맞지 않는 부분도 많다. 방학 때에는 그간 참았던 나만의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이든 재미를 느낀 뒤에는 열정도 커지기 마련이다. 남은 겨울방학에는 사고의 힘을 키우고 공부할 맛을 되살리는 시간을 가져보자.

이지은/학습법전문가 www.sy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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