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운위서 결정…서울·대구 등 체험학습 잇따라
교육학자들 “일제고사, 사교육 광풍만 부추겨”
교육학자들 “일제고사, 사교육 광풍만 부추겨”
중학교 1·2학년 대상 ‘전국 시도연합 학력평가’가 치러진 23일 일부 학생들이 시험을 보지 않고 체험학습을 떠났다. 교육 당국은 체험학습을 허락해 준 교사들을 이번에도 중징계할 방침이다.
서울에서는 이날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서울시민모임’이 70여명의 학생과 함께 덕수궁에서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이들 가운데 이번 일제고사 대상인 중학교 1·2학년은 2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와 경북에서는 24명의 중학생이 시험을 거부하고 경주박물관 등으로 체험학습을 떠났다.
전북에서도 20여명의 학생들이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이날 오전 대전 엑스포공원에서 체험학습을 했다. 체험학습을 주관한 ‘사회공공성·공교육 강화 전북네트워크’는 “일제고사는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는 반인권적 교육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전북지역에서는 또 장수중과 대안학교인 김제 지평선중, 전북체육중 등 세 학교가 시험을 치르지 않고 수업을 진행했다. 장수중의 경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일제고사 참여 여부를 논의한 결과 시험을 보지 않기로 결정하고 최근 전북도교육청에 통보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앞서 지난 2일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교의 업무경감을 위해 (전국 단위 학력평가) 응시를 희망하지 않는 학교에 한해 이를 확인하고자 한다”며 ‘비응시 학교명단 제출’을 요구하면서 “응시 여부는 학교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대안학교 등 특별한 학교에 유연성을 준 것일 뿐, 시험 거부를 허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 대학 교육학과 교수 등 교육학자 142명은 이날 성명을 내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한 교사들에 대한 파면·해임 조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전국 단위 일제고사는 교육 소외지역에 대한 어떤 정책적 배려와 지원책도 마련해 두지 않고 시행되는 ‘학생 줄 세우기식’ 표준화 평가로, 과열 입시경쟁과 사교육 광풍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처럼 일제고사의 타당성을 두고 논란이 많은 상황에서, 현장 교사들이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사를 물어 체험학습과 시험을 선택하도록 한 것은 교육자로서 충분히 이해할 만한 행동인데도 교육 당국은 해임과 파면이라는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자녀가 일제고사를 보지 않기를 원하면 학교에 그 뜻을 전달하고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체험학습을 허락해 주거나 시험 거부를 유도한 교사들에 대해서는 조사를 거쳐 파면·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종규, 전주/박임근 기자 jklee@hani.co.kr
이종규, 전주/박임근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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