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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살아있는 현장교육’ 학급회의가 사라진다

등록 2008-11-02 22:02

“학생회장 투표를 하면 4분의 1이 기권표예요. 진지한 태도로 투표하는 학생들이 그만큼 없는 거죠. 학급회장과 부회장이 모이는 대의원대회도 맥이 풀리기는 마찬가지예요. 나름 학급 대표들인데 손 들고 말하는 애들이 없어요. 눈치 보며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죠.” 서울 ㅍ여고 학생회장의 말이다. 학생자치활동의 뿌리가 말라가고 있다는 증언이다.

학생회의 풀뿌리 조직인 학급에서 회의가 사라지고 있다. 1학기 때 학급회장을 했던 정아무개(17)양은 “학급회의를 한 적도 별로 없거니와 날 잡아 해도 빨리 끝내고 자습하자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의사 진행 과정을 제대로 아는 이들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노년환 중앙고 교사는 “과거에는 토요일에 한 시간씩 배정돼 있었지만 놀토가 끼면서 어렵게 됐다”며 “정규수업, 보충수업, 야자로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일정 속에 회의시간을 따로 빼기도 어렵고 점심시간에 잠깐 하는 회의는 깊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급회의의 실종은 자치활동의 위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현장 교사들은 말한다. 이필우 마산 합포고 교사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가르치려면 수업은 주입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며 “학급회의는 문제를 발견하고 토론하고 결론을 이끌어 내는 ‘과정적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효과적인 교육의 장”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이우학교가 매주 월요일 100분의 자치활동 시간을 배정하는 이유도 학급회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효과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수광 이우학교 교감은 “현재 학교의 위기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에 맺어진 관계의 위기라고도 볼 수 있다”며 “학급회의를 통해 학생들끼리 얘기하고, 교사와 함께 얘기하면서 관계를 두텁게 만든다면 위기의 돌파구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요즘처럼 학생들의 정치의식이 높은 때에는 학교에서 제도화된 정치 체험의 기회가 소중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창수 영신고 교사는 “촛불시위 때 학생들이 거리로 나간 것은 학교에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없었던 탓도 있다”며 “학생들의 정치적인 욕구가 폭발하는 이때 학교는 학생의 눈높이에 맞는 자치활동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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