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틀린 답 이르는 과정 바로잡아줘
오답노트는 우등생의 ‘신앙’이다. 공신(공부의 신)들은 한결같이 오답노트의 효과를 증언한다. 성적 향상의 드라마를 가능케 하는 오답노트의 비밀은 무얼까.
대개 오답노트는 틀린 문제를 다시 풀어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오답노트를 제대로 활용한 이들은 오답을 고르던 상황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재원 비유와상징 공부연구소 소장은 “오답노트를 만들 때는 오답을 고른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부분에서 논리적 비약이 있었는지, 서로 혼동한 개념은 어떤 것들인지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답에 대한 해설을 요약해 적는 것은 오답노트가 아니다. 오답노트는 그야말로 오답에 이르는 ‘틀린’ 과정에 대한 보고서가 돼야 하는 것이다.
오답노트의 이러한 본질은 잘못된 학습의 첫 단추를 다시 끼울 수 있도록 돕는다. 임웅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잘못 습득된 지식은 필요할 때 제대로 활용될 수 없다”며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지식은 아무리 반복해도 기억으로 저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보고 또 봐도 자꾸만 틀리는 문제가 있다면 오답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처음 지식을 습득한 방법부터 점검해야 한다. 임교수는 “과거에는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등을 근거로 주기적인 반복학습이 기억을 강화한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였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최초의 지식을 어떻게 습득하느냐가 기억의 양과 질을 결정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답을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불완전한 지식이 완전해지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김종백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는 “시험문제는 5개의 개념을 통합적으로 사고해야 풀 수 있는데 학생이 습득한 개념이 3개 뿐이라면 오답을 고를 수밖에 없다”며 “오답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2개의 개념을 찾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식의 체계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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