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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도서관진흥법이 도서관진흥 막을라

등록 2008-07-06 18:54수정 2008-07-06 18:56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 가운데 문제가 되는 조항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 가운데 문제가 되는 조항
‘예산낭비’ 눈치보는 학교현장
‘최소기준’이 ‘상한선’ 될 우려
커버스토리 /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은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추진계획’과 맥을 같이한다. 학교도서관과 관련된 모든 결정을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의 재량과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홍강표 교과부 교육복지기획과 담당은 “시행령에서 정한 기준은 평균치가 아닌 하한선”이라며 “학교자율화 취지에 맞게 법에서는 최소한의 기준을 정했으며 시도교육청이 형편에 맞게 세부계획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교육현장의 생리를 모르는 단순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행령에 못박은 최소기준이 결국에는 ‘표준’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덕주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대표는 “학교에는 교구설비 기준이 있는데 과학실이나 음악실 등 교과교실이 갖추고 있어야 하는 기자재의 수량이 명시돼 있다”며 “학교가 감사를 준비할 때 지침에 나온 기준에 모자라지도 넘치게도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고 했다. 교구설비 지침에 과학실 비커를 4개로 정했으면 4개만 있어야지 10개가 있으면 ‘예산 낭비’ 요소로 지적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학교당 장서기준을 1000권으로 정하고 한해 구입해야 하는 신간을 100종으로 명시한 시행령은 결국 단위학교에 ‘상한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서교사 배치 등 교과부의 특단이 필요한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이번 시행령의 한계다. 김선굉 단밀중학교 교장은 “사서교사는 일반 교사와 마찬가지로 국가공무원이므로 공무원총정원제에 따라 배치된다”며 “2002년 당시에도 33명의 사서교사 정원을 배정받는데 다른 교과교사들의 반발이 있었다”고 했다. 따라서 사서교사 배치율이 학교당 0.05명에 그치는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려면 공무원총정원제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는 별도의 임용계획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002년 149명에 불과했던 사서교사가 2008년 현재 640여명 정도로 늘어난 것도 교육부의 조처가 뒤따른 덕분이다.

학교도서관은 신간의 공급이 여느 도서관보다 활발해야 하기 때문에 도서구입비의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 고양시 화수고에 학교도서관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이혜화 전 화수고 교장은 “청소년들은 2~3년 정도가 지난 책도 안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묵은 책을 버리고 새 책을 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학교도서관은 학생들에게 교육기본권과 같으므로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덕주 대표는 “독서 논술교육이 강화되면서 지갑이 얇은 서민 부모들은 자녀에게 느끼는 미안함이 너무 크다”며 “권장도서다 필독도서다 좋은 책은 많이 나오는데 그걸 사 줄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으로 독서가 중시되는 만큼 누구나 똑같은 독서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의 각별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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