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엄마는 항상 네곁에 있단다 <일하는 엄마의 그림 편지>에 대해 출판사 쪽은 “일기장·학습장·놀이장인 ‘다큐멘터리 그림책’”이라고 소개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 치겠지만, 그 전에는 도통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이 책은 주 독자층이 따로 없단다. 글자를 깨우치려는 미취학 어린이부터 자연과 과학의 원리에 눈 뜨는 초등학생 저학년까지 두루 읽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들이 함께 읽어도 손색 없단다. 이 기기묘묘한 책을 이해하려면 그 탄생 과정부터 알아야 한다.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지은이는 갓 돐이 지난 아들을 두고 출근길에 나선다. 엄마를 찾으며 칭얼거릴 아이 생각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궁리 끝에 그림 편지를 쓴다. 그림과 글자를 번갈아 등장시키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돌쟁이 두고 출근하는 엄마…아침마다 아들에게 편지 전해
그림·글자 섞어 "사랑한다”…오랜기간 쓴 편지 단행본 묶어 어떤 날은 아이와 함께 놀았던 일을 그림 편지로 옮겼고, 또 다른 날은 그날 꼭 해야할 일을 그림 편지로 적었다. 아빠와 할머니가 읽어주는 그림 편지를 들고 아이는 하루를 신나게 놀았다. 행복해 하는 아이 때문에 지은이는 바쁜 출근길을 쪼개 매일 20분씩 그림 편지를 썼다. 그림 편지와 함께 아이가 자랐다. 아이가 자라면서 그림 편지도 자랐다. 밥 잘 먹고 재밌게 놀라는 이야기는 개구리의 일생과 형광등의 원리를 설명해주는 내용으로 변했다. 겨울이면 왜 나무가 옷을 입는지, 물은 어떻게 수증기로 변하는지 등도 그림 편지로 일러줬다. 아이는 그림 편지를 통해 엄마를 만나고 세상을 만났다. 아이는 엄마를 언제나 곁에 둘 수 있었고, 엄마는 큰 시름없이 직장생활을 헤쳐갈 수 있었다. <일하는 엄마의 그림 편지>는 그 편지 묶음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육아와 직장생활의 완벽한 조화를 일궈낸 이 사례는 믿기지 않는 ‘기적’이지만, 반신반의하며 들춰보노라면 그 기적이 아주 작은 ‘일상’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림을 따라가며 한글을 깨치고 재미 쏠쏠한 자연공부·과학공부를 하는 게 아이들 차지라면, 그 정성과 지혜를 따라밟으며 ‘육아와 교육’의 새로운 길을 터득하는 건 부모들의 몫이다. 한국 사회의 여러 제약을 나름대로 극복하고 좋은 부모와 훌륭한 사회인이 되는 일을 동시에 해결했으니 먼저 박수부터 보낼 일이지만, 찬찬히 읽다보면 질투심이 불꽃처럼 일어나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 아이만의 그림편지 책을 직접 만들어 주고, 나 역시 세상으로 나아가 사회와 소통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에 휩싸이는 게 세상 부모들의 마음이다. 사실은 그런 부모들 많아지라고 이런 책이 나왔다. 박기영 글·그림. 다섯수레/1만2000원.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엄마는 항상 네곁에 있단다 <일하는 엄마의 그림 편지>에 대해 출판사 쪽은 “일기장·학습장·놀이장인 ‘다큐멘터리 그림책’”이라고 소개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 치겠지만, 그 전에는 도통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이 책은 주 독자층이 따로 없단다. 글자를 깨우치려는 미취학 어린이부터 자연과 과학의 원리에 눈 뜨는 초등학생 저학년까지 두루 읽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들이 함께 읽어도 손색 없단다. 이 기기묘묘한 책을 이해하려면 그 탄생 과정부터 알아야 한다.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지은이는 갓 돐이 지난 아들을 두고 출근길에 나선다. 엄마를 찾으며 칭얼거릴 아이 생각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궁리 끝에 그림 편지를 쓴다. 그림과 글자를 번갈아 등장시키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돌쟁이 두고 출근하는 엄마…아침마다 아들에게 편지 전해
그림·글자 섞어 "사랑한다”…오랜기간 쓴 편지 단행본 묶어 어떤 날은 아이와 함께 놀았던 일을 그림 편지로 옮겼고, 또 다른 날은 그날 꼭 해야할 일을 그림 편지로 적었다. 아빠와 할머니가 읽어주는 그림 편지를 들고 아이는 하루를 신나게 놀았다. 행복해 하는 아이 때문에 지은이는 바쁜 출근길을 쪼개 매일 20분씩 그림 편지를 썼다. 그림 편지와 함께 아이가 자랐다. 아이가 자라면서 그림 편지도 자랐다. 밥 잘 먹고 재밌게 놀라는 이야기는 개구리의 일생과 형광등의 원리를 설명해주는 내용으로 변했다. 겨울이면 왜 나무가 옷을 입는지, 물은 어떻게 수증기로 변하는지 등도 그림 편지로 일러줬다. 아이는 그림 편지를 통해 엄마를 만나고 세상을 만났다. 아이는 엄마를 언제나 곁에 둘 수 있었고, 엄마는 큰 시름없이 직장생활을 헤쳐갈 수 있었다. <일하는 엄마의 그림 편지>는 그 편지 묶음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이다. 육아와 직장생활의 완벽한 조화를 일궈낸 이 사례는 믿기지 않는 ‘기적’이지만, 반신반의하며 들춰보노라면 그 기적이 아주 작은 ‘일상’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림을 따라가며 한글을 깨치고 재미 쏠쏠한 자연공부·과학공부를 하는 게 아이들 차지라면, 그 정성과 지혜를 따라밟으며 ‘육아와 교육’의 새로운 길을 터득하는 건 부모들의 몫이다. 한국 사회의 여러 제약을 나름대로 극복하고 좋은 부모와 훌륭한 사회인이 되는 일을 동시에 해결했으니 먼저 박수부터 보낼 일이지만, 찬찬히 읽다보면 질투심이 불꽃처럼 일어나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리 아이만의 그림편지 책을 직접 만들어 주고, 나 역시 세상으로 나아가 사회와 소통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에 휩싸이는 게 세상 부모들의 마음이다. 사실은 그런 부모들 많아지라고 이런 책이 나왔다. 박기영 글·그림. 다섯수레/1만2000원.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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