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업무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 넘어간 뒤 처음 치러지는 2009학년도 입시에서 일부 사립대가 논술고사에 영어 지문을 내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희대는 20일 올해 수시모집 인문계 논술고사에서 제시문 한 개 정도를 영어로 출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희대는 이를 위해 25일 실시되는 논술 모의고사에 영어 지문을 포함시켜 변별력 등 문제의 타당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경희대는 수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60~100% 반영한다. 한국외국어대도 올해 수시모집 논술고사부터 제시문 중 1개를 영어로 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국어대는 전체 모집인원의 30% 가량을 뽑는 ‘외대 프론티어 전형’에서 논술을 30~50% 반영한다.
논술고사 영어 제시문 출제는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가 논술이 본고사로 변질되는 것을 막으려고 만든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난해까지는 금지돼 왔다. 그러나 논술 가이드라인은 올해 초 이명박 정부의 대입 자율화 조처로 대입 업무가 대교협으로 넘겨지면서 폐지됐다.
허용 외국어대 입학처장은 “영어 제시문은 논술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기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활용했던 방식”이라며 “고 1·2 수준의 지문을 낼 것이기 때문에 영어를 몰라서 논술을 못 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완용 경희대 입학처장도 “국·영·수 위주의 지식을 묻는 본고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정명신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회장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대학들이 변별력을 위해 앞다퉈 영어 지문을 어렵게 낼 경우 본고사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본고사형 논술을 내지 않는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대학들의 공언이 벌써부터 ‘빈 말’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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