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접촉
아이 동의 구한뒤 사이트 차단
피엠피 등 다른 경로도 살피고
유해성 설명 등 유연한 대처를 “우리 아이는 안 볼 거라고 평소에 자신하고 있었는데 방에서 음란물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너무 실망도 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아이와 냉전 상태예요.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화가 나고 눈물이 나와서 말이 나오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 인터넷 사이트 상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아이가 음란물을 보고 있는 광경을 마주한 부모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특히 최근 발생한 대구 초등학교 집단 성폭력 사건이 인터넷 음란물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녀의 음란물 접촉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 음란물 접촉 실태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인터넷은 음란물의 바다”라고 꼬집었다.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너무나 쉽게 음란물을 접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인터넷상에서 음란물로 이어지는 길은 사실상 무한정 열려 있다. 우선 이메일을 열어 보거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뜻하지 않게 음란 사이트로 들어갈 수 있다. 이메일의 30~40%가 음란물 광고로 추정되고 있으며, 더욱이 스팸 메일은 사용자의 나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배달된다. 사이트 주소를 실수로 잘못 입력해도 음란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으며,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건전한 사이트로 위장한 음란 사이트를 만날 수도 있다. 이 밖에 게시판 광고, 배너 광고, 링크 사이트, 팝업 창 등을 통해서도 음란물을 만날 수 있다. 성인 인증 절차는 물론 로그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음란물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도 있다. 어 소장은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은 착해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청소년이 성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인터넷을 사용한다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음란물에 접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 음란물의 영향 가장 큰 악영향은 왜곡된 성 의식을 심어준다는 데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건전정보문화팀 박상미 전임연구원은 “음란물은 여성을 쾌락의 도구로 묘사하고, 불륜과 타락을 미화해 여성관과 성의 의미를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이 강간당하기를 원하다’든가 ‘성폭력 피해자는 처음에는 저항하지만 나중에는 그것을 즐기기도 한다’는 생각이 한 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모방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형초심리상담센터 이형초 대표는 “반복해서 음란물을 보게 되면 죄의식이 없어지고 실제 여성을 대상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된다”며 “대구 초등학생 성폭력 사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어 소장은 음란물을 통해 아이들이 성적 일탈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여섯 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여러 계기로 처음 음란물을 접한 아이들은 강한 호기심을 갖게 되고, 호기심 충족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음란물을 자주 접하게 되며, 갈수록 강한 자극을 주는 음란물을 찾게 된다. 그러다 보면 파격적인 음란물에도 무감각해지고 음란물 속의 성범죄나 변태 행위를 일반적인 성적 표현으로 잘못 이해하게 되며, 음란물을 장시간 접촉한 청소년들은 실제로 성 경험을 하고자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 대처 방법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집에 있는 컴퓨터에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원하지 않는 음란물 접촉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 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정책실(옛 국가청소년위원회) 홈페이지(youth.go.kr)에서 유해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인 ‘웹클린’과 음란 스팸메일 차단 프로그램인 ‘스팸체커’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도 유해 사이트 차단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무료 프로그램보다 성능은 낫지만 유료라는 게 단점이다. 이용료는 한 달에 3천원 안팎이다.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는 먼저 아이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아이 컴퓨터에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어 소장은 “차단 프로그램으로 음란 사이트를 100% 막을 수는 없으며, 더욱이 최근 들어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접촉하는 경로는 음란 사이트보다는 개인과 개인이 파일을 공유하는 피투피(P2P)나 웹하드의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음란 동영상 실행을 막는 유해 동영상 차단 프로그램도 나왔지만,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피엠피(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나 전자사전, 휴대폰 등을 통해서도 음란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마음만 먹으면 피시방이나 친구 집에 가서도 얼마든지 음란물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성교육을 통해 아이가 올바른 성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부모가 먼저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고, 음란물의 유통 경로 등 인터넷 음란물의 실체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어 소장은 “아이가 음란물을 본 사실을 확인했을 때도 무작정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음란물에 관심을 가질 나이가 됐구나’, ‘음란물 보니 기분이 어떠니?’와 같은 말을 건네 아이의 생각을 들어 보는 등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음란물에 묘사된 내용은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피엠피 등 다른 경로도 살피고
유해성 설명 등 유연한 대처를 “우리 아이는 안 볼 거라고 평소에 자신하고 있었는데 방에서 음란물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너무 실망도 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아이와 냉전 상태예요.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화가 나고 눈물이 나와서 말이 나오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 인터넷 사이트 상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아이가 음란물을 보고 있는 광경을 마주한 부모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특히 최근 발생한 대구 초등학교 집단 성폭력 사건이 인터넷 음란물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녀의 음란물 접촉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 음란물 접촉 실태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인터넷은 음란물의 바다”라고 꼬집었다.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너무나 쉽게 음란물을 접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인터넷상에서 음란물로 이어지는 길은 사실상 무한정 열려 있다. 우선 이메일을 열어 보거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뜻하지 않게 음란 사이트로 들어갈 수 있다. 이메일의 30~40%가 음란물 광고로 추정되고 있으며, 더욱이 스팸 메일은 사용자의 나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배달된다. 사이트 주소를 실수로 잘못 입력해도 음란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으며,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건전한 사이트로 위장한 음란 사이트를 만날 수도 있다. 이 밖에 게시판 광고, 배너 광고, 링크 사이트, 팝업 창 등을 통해서도 음란물을 만날 수 있다. 성인 인증 절차는 물론 로그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음란물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도 있다. 어 소장은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은 착해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청소년이 성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인터넷을 사용한다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음란물에 접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 음란물의 영향 가장 큰 악영향은 왜곡된 성 의식을 심어준다는 데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건전정보문화팀 박상미 전임연구원은 “음란물은 여성을 쾌락의 도구로 묘사하고, 불륜과 타락을 미화해 여성관과 성의 의미를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이 강간당하기를 원하다’든가 ‘성폭력 피해자는 처음에는 저항하지만 나중에는 그것을 즐기기도 한다’는 생각이 한 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모방 범죄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형초심리상담센터 이형초 대표는 “반복해서 음란물을 보게 되면 죄의식이 없어지고 실제 여성을 대상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게 된다”며 “대구 초등학생 성폭력 사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어 소장은 음란물을 통해 아이들이 성적 일탈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여섯 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여러 계기로 처음 음란물을 접한 아이들은 강한 호기심을 갖게 되고, 호기심 충족을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음란물을 자주 접하게 되며, 갈수록 강한 자극을 주는 음란물을 찾게 된다. 그러다 보면 파격적인 음란물에도 무감각해지고 음란물 속의 성범죄나 변태 행위를 일반적인 성적 표현으로 잘못 이해하게 되며, 음란물을 장시간 접촉한 청소년들은 실제로 성 경험을 하고자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 대처 방법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집에 있는 컴퓨터에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원하지 않는 음란물 접촉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된다. 보건복지가족부 아동청소년정책실(옛 국가청소년위원회) 홈페이지(youth.go.kr)에서 유해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인 ‘웹클린’과 음란 스팸메일 차단 프로그램인 ‘스팸체커’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도 유해 사이트 차단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무료 프로그램보다 성능은 낫지만 유료라는 게 단점이다. 이용료는 한 달에 3천원 안팎이다.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는 먼저 아이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아이 컴퓨터에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어 소장은 “차단 프로그램으로 음란 사이트를 100% 막을 수는 없으며, 더욱이 최근 들어 청소년들이 음란물을 접촉하는 경로는 음란 사이트보다는 개인과 개인이 파일을 공유하는 피투피(P2P)나 웹하드의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음란 동영상 실행을 막는 유해 동영상 차단 프로그램도 나왔지만,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피엠피(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나 전자사전, 휴대폰 등을 통해서도 음란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마음만 먹으면 피시방이나 친구 집에 가서도 얼마든지 음란물을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성교육을 통해 아이가 올바른 성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부모가 먼저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고, 음란물의 유통 경로 등 인터넷 음란물의 실체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어 소장은 “아이가 음란물을 본 사실을 확인했을 때도 무작정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음란물에 관심을 가질 나이가 됐구나’, ‘음란물 보니 기분이 어떠니?’와 같은 말을 건네 아이의 생각을 들어 보는 등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음란물에 묘사된 내용은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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