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읽어주는 아빠, 책으로 놀이하는 엄마가 있는 집에는 ‘교육적 효과’를 내는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오른쪽부터 신관수씨, 아들 신동찬군, 신동원군, 이진희씨.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사서교사 이진희씨네 ‘특별한 교육습관’
아이가 읽는 책·관심사 소재로 함께 얘기
부부·가족간 ‘대화문화’ 먼저 뿌리내려야
아이가 읽는 책·관심사 소재로 함께 얘기
부부·가족간 ‘대화문화’ 먼저 뿌리내려야
“신라 문무왕때 일본선 무슨일 있었지?”
“7세기니까 여성 천황 옹립 즈음일걸요?” 새 학기, 자녀의 공부 습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부모의 ‘교육 습관’이다. 부모의 일관된 교육 습관은 낭비되기 일쑤인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다. “너무 평범해서 할 말이 없다”는 결혼 15년차 이진희(40)ㆍ신관수(42) 부부. 하지만 그들에게는 ‘특별한’ 교육 습관이 있다. “동원아, 신라 문무왕 시대에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지?” “7세기 즈음이니까 쇼토쿠 태자가 여성 천황인 스이코 천황을 옹립하고 난 다음일걸요?” 지난 11일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 영어 학원을 다녀온 큰아들 신동원(14ㆍ하남 동부중)군에게 이씨가 슬쩍 물어본다. 어릴 때부터 역사 관련 책을 즐겨 봤다는 동원군은 막힘이 없다. 수업 듣느라 지쳤을 법도 한데 짜증내는 기색 없이 술술 말한다. 작은아들 동찬(10ㆍ하남 덕풍초)군도 끼어들고 싶은 눈치다. “두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보면 계속 질문을 했어요. 책 내용을 암기시키기 위한 건 아니고 퀴즈를 내듯 아이와 놀이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묻는 거죠. 그 버릇이 아직도 여전해요.” 이 부부도 깨닫지 못한 일석이조 교육 습관은 바로 ‘독서친화적 대화’다. 부부는 자녀가 읽는 책을 관찰해 관심사를 알아내고 대화의 소재로 활용한다. 책으로 대화하는 습관은 아들의 학습에도 보탬이 된다. 역사나 지리를 좋아하는 아들은 엄마 아빠의 질문에 답하면서 복잡한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와 일본, 서양의 역사를 통합적으로 꿰고 있는 것도 그 덕이다. 초등학교 시절 대화를 통해 갈무리한 지식은 뒤늦게 외고를 준비하는 동원이의 경쟁력이다. 부부가 책에서 얻은 감동을 자녀와 나누는 것도 교육 습관의 일부다. 이순신을 좋아하는 신씨는 <난중일기>나 <징비록> 등의 책을 읽다 수시로 아내와 두 아들을 찾는다. “사업을 하다 보면 독서에서 얻은 교훈이 유용할 때가 참 많습니다. 책을 읽다가 두 아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은 얘기들은 큰소리로 읽어주곤 합니다.” 신관수씨는 두 아들에게 일방적으로 훈계하지 않는다. 다만 책을 통해 인생의 교훈을 나눌 뿐이다. 이런 독서와 대화를 통해 두 아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큰아들 동원군이 큼지막한 책상달력에 해야 할 일을 적어 놓고 시간관리하는 모습은 자기주도 학습의 전형이다. 2월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계획을 완수해 ‘성과급’으로 용돈 5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동원군은 10일 치른 진단평가에서 전교 2등을 했다. 작은아들 동찬군의 방과후 학습은 학원이 아니라 컴퓨터가 맡는다. 도교육청이 무료로 운영하는 ‘사이버가정학습(다높이)’이 동찬군의 선생님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스스로 공부하는 아들이 대견했던 이씨는 지난해 ‘사이버가정학습’ 우수 활용 사례 공모에 글을 내 최우수상을 받았다. 물론 동찬이는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영어, 수학 등의 공부는 학원의 도움을 받는다. “영어, 수학은 제가 도와줄 수 없어서 보내는 거예요. 맞벌이를 해서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내진 않아요.” 이씨는 초교의 사서교사다.
자녀와 ‘독서친화적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가정에 대화 문화를 뿌리내리는 게 우선이다. 열쇠는 부부관계에 있다. 부부가 막힘 없이 대화해야 한다. “저희 부부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대화가 없었어요. 집안 분위기가 냉랭했죠. 그때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어요. 큰아이가 틱장애(근육이 빠른 속도로 리듬감 없이 반복해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장애) 가까운 행동을 보였으니까요.” 놀란 이씨가 부모 교육을 받으면서 남편과 대화를 시도했고 가정에 대화가 자리잡았다. 그러자 아들의 틱장애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자녀 교육의 전제조건으로 부부간 화합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희는 별거 없어요. 부자유친, 엄모자부 정도의 원칙만 지킬 뿐입니다.” 부부는 인터뷰 내내 교육 습관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그러나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는 부부의 교육 습관은 자녀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두 아들로 하여금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길러준 것이다. “동원이가 학기 초에 신상에 관한 내용을 적어 학교에 내는데 아빠, 엄마, 동생과의 관계를 모두 ‘최상’이라고 표시했더라고요.” 내 자녀는 부모와의 관계를 ‘최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공부 잘하는 아이를 원하기 이전에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7세기니까 여성 천황 옹립 즈음일걸요?” 새 학기, 자녀의 공부 습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부모의 ‘교육 습관’이다. 부모의 일관된 교육 습관은 낭비되기 일쑤인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다. “너무 평범해서 할 말이 없다”는 결혼 15년차 이진희(40)ㆍ신관수(42) 부부. 하지만 그들에게는 ‘특별한’ 교육 습관이 있다. “동원아, 신라 문무왕 시대에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지?” “7세기 즈음이니까 쇼토쿠 태자가 여성 천황인 스이코 천황을 옹립하고 난 다음일걸요?” 지난 11일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 영어 학원을 다녀온 큰아들 신동원(14ㆍ하남 동부중)군에게 이씨가 슬쩍 물어본다. 어릴 때부터 역사 관련 책을 즐겨 봤다는 동원군은 막힘이 없다. 수업 듣느라 지쳤을 법도 한데 짜증내는 기색 없이 술술 말한다. 작은아들 동찬(10ㆍ하남 덕풍초)군도 끼어들고 싶은 눈치다. “두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보면 계속 질문을 했어요. 책 내용을 암기시키기 위한 건 아니고 퀴즈를 내듯 아이와 놀이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묻는 거죠. 그 버릇이 아직도 여전해요.” 이 부부도 깨닫지 못한 일석이조 교육 습관은 바로 ‘독서친화적 대화’다. 부부는 자녀가 읽는 책을 관찰해 관심사를 알아내고 대화의 소재로 활용한다. 책으로 대화하는 습관은 아들의 학습에도 보탬이 된다. 역사나 지리를 좋아하는 아들은 엄마 아빠의 질문에 답하면서 복잡한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와 일본, 서양의 역사를 통합적으로 꿰고 있는 것도 그 덕이다. 초등학교 시절 대화를 통해 갈무리한 지식은 뒤늦게 외고를 준비하는 동원이의 경쟁력이다. 부부가 책에서 얻은 감동을 자녀와 나누는 것도 교육 습관의 일부다. 이순신을 좋아하는 신씨는 <난중일기>나 <징비록> 등의 책을 읽다 수시로 아내와 두 아들을 찾는다. “사업을 하다 보면 독서에서 얻은 교훈이 유용할 때가 참 많습니다. 책을 읽다가 두 아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은 얘기들은 큰소리로 읽어주곤 합니다.” 신관수씨는 두 아들에게 일방적으로 훈계하지 않는다. 다만 책을 통해 인생의 교훈을 나눌 뿐이다. 이런 독서와 대화를 통해 두 아들은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큰아들 동원군이 큼지막한 책상달력에 해야 할 일을 적어 놓고 시간관리하는 모습은 자기주도 학습의 전형이다. 2월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계획을 완수해 ‘성과급’으로 용돈 5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동원군은 10일 치른 진단평가에서 전교 2등을 했다. 작은아들 동찬군의 방과후 학습은 학원이 아니라 컴퓨터가 맡는다. 도교육청이 무료로 운영하는 ‘사이버가정학습(다높이)’이 동찬군의 선생님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스스로 공부하는 아들이 대견했던 이씨는 지난해 ‘사이버가정학습’ 우수 활용 사례 공모에 글을 내 최우수상을 받았다. 물론 동찬이는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영어, 수학 등의 공부는 학원의 도움을 받는다. “영어, 수학은 제가 도와줄 수 없어서 보내는 거예요. 맞벌이를 해서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보내진 않아요.” 이씨는 초교의 사서교사다.
자녀와 ‘독서친화적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가정에 대화 문화를 뿌리내리는 게 우선이다. 열쇠는 부부관계에 있다. 부부가 막힘 없이 대화해야 한다. “저희 부부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대화가 없었어요. 집안 분위기가 냉랭했죠. 그때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어요. 큰아이가 틱장애(근육이 빠른 속도로 리듬감 없이 반복해서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장애) 가까운 행동을 보였으니까요.” 놀란 이씨가 부모 교육을 받으면서 남편과 대화를 시도했고 가정에 대화가 자리잡았다. 그러자 아들의 틱장애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자녀 교육의 전제조건으로 부부간 화합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희는 별거 없어요. 부자유친, 엄모자부 정도의 원칙만 지킬 뿐입니다.” 부부는 인터뷰 내내 교육 습관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다며 곤혹스러워했다. 그러나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는 부부의 교육 습관은 자녀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두 아들로 하여금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길러준 것이다. “동원이가 학기 초에 신상에 관한 내용을 적어 학교에 내는데 아빠, 엄마, 동생과의 관계를 모두 ‘최상’이라고 표시했더라고요.” 내 자녀는 부모와의 관계를 ‘최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공부 잘하는 아이를 원하기 이전에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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