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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남녀분반 전환보다 현실적 성교육 필요

등록 2008-03-09 17:09수정 2008-03-09 17:13

커버스토리 /

‘남녀공학은 성(性)에 지나치게 개방적이다.’ 학생들의 ‘성(性)적 일탈’에 대한 우려는 남녀공학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 가운데 하나다. 정말 그럴까?

우선 합반으로 출발한 대개의 남녀공학이 분반을 결정하는 원인을 보면 실태를 짐작할 수 있다. 2000년 남녀공학으로 전환해 남녀 합반을 운영했던 서울의 한 고교는 3~4년 전부터 교사와 학부모의 만장일치로 ‘분반’을 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의 지나친 ‘애정표현’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무부장은 “이성 친구끼리 손을 잡거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수업을 듣는 일이 있어 교사들이 애를 먹은 게 사실”이라며 “교사들은 수업 기피증까지 있었다”고 토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남학생들이 성적의 열세를 이유로 남녀공학을 기피하면서 남고나 여고의 남녀공학 전환이 주춤하고 있다. 1999년에서 2003년까지 남녀공학으로 전환한 학교는 모두 95개교였지만 2004년에서 2006년까지 바꾼 학교는 20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분반 형태의 남녀공학은 이미 불거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남녀공학의 한 교사는 “여학생들은 콘돔을 한번도 보지 못한 경우가 많지만 남학생들은 콘돔을 모르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성에 대한 지식이나 인식에서 차이가 난다”며 “합반이든 분반이든 이성을 접할 기회가 많은 공학에서는 서로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성교육이 절실한 것 같다”고 했다.

학생들의 성교육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아진다. 남녀공학 중학교를 나온 이아무개(15)양은 “어른들이 보기에 충격적인 일탈행동이 간간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이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그냥 ‘싫어요!’라고 외치라거나 ‘정자와 난자가 어떻네’ 하는 식의 성교육보다 이성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성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이석희 한국보건교사회 회장은 “성희롱 예방이나 성폭력 방지를 위한 방어적인 성교육만으로는 남녀공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부딪치는 성과 관련된 문제들에 해답을 줄 수 없다”며 “그러나 입시가 중요한 한국의 고교에서 성교육에 일정 수업시수를 받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96년 학교 성교육이 의무화됐지만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한 실효성있는 성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원중 경남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는 “남녀공학이 학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학생들을 다시 분리하는 것은 전인적 인간을 양성하는 교육의 본래 취지에도 걸맞지 않다”며 “우리 사회에 직장 내 성폭력이나 일그러진 성문화가 존재하는 것은 과거 남녀별학의 교육문화 탓이 큰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학의 이점을 살려가는 게 좋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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