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사교육비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뭔지 아는가? 정부에서 국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몇 가지 정책을 수선스럽게 발표한다. 학교에서 국어수업 시간을 늘린다, 국어 선생님을 더 뽑는다, 수능에서 국어를 빼고 국어능력인증시험을 도입한다 … 그러면 그 결과 국어 사교육비가 증가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분명 ‘공교육을 강화한다’고 발표하는데도 사교육비가 증가한다. 이렇게 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와 교사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학교와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시험 보고 기계적으로 다음 학년으로 진급시킬 뿐, 학생들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의 수업참여도를 높이거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애를 먹는 학생들을 배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학생들은 증언한다. “학교 선생님에게 질문했더니, 학원에 가서 물어보래요.”,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너희들 이거 다 학원에서 배웠지?’ 하고 넘어가던데요” … 학원강사 초년 시절에 이런 얘기를 듣고 나는 귀를 의심했지만, 너무나 많은 학생들로부터 똑같은 증언을 듣고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현실에 이미 적응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교육에서 특정 과목을 강화한다는 발표를 곧 ‘그 과목의 사교육을 늘려라’는 발표로 해석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수능을 대체하는 새로운 시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제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든 시험이라 할지라도 고등학생에게는 특정 단계의 시험만 치를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성인을 대상으로 삼는 최상위단계 시험성적에 대입 가산점을 준다면, 이건 완전히 ‘사교육비를 늘려라’라는 신호탄이 되는 셈이다. 대학들에게 자율적인 학생선발권을 부여하면 이러한 문제를 통제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
지금까지 얘기한 ‘국어’를 ‘영어’로 바꿔보자. 고스란히 뜻이 통한다. 즉 이명박 정부의 영어교육 강화정책이 ‘공교육을 강화한다’는 정책내용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교육을 팽창시키는 데는, 이런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학교가 학생을 끝까지 책임져주지 못하는 한, 그리고 대학들이 대입에서 이를 악용한다는 보장이 없는 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은 곧 사교육 투자로 귀결된다. 언론보도를 보면 이미 영어 사교육비 지출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교육 개혁안은 ‘오륀지’ 파동과 잦은 말바꾸기로 희화화되고 대중적 반감을 샀다. 이명박 당선인의 지지도가 취임하기도 전에 10여%나 낮아지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고, 곧 총선에서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영어로 영어수업, 영어수업시간 증가, 실용영어 강화, 영어전문교원 채용, 수능에서 영어 배제 등의 기본 뼈대는 올바른 방향으로 잡혀 있다고 본다. 다만 이것들은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혹자는 대통령 임기내에 성과를 보기 위해 너무나 조급히 시행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물론 조급증이 엿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 정책이 단순히 속도를 조절한다고 해서 성공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교육이 성공하려면 학교와 교사가 ‘한 명도 뒤처지지 않게끔 책임져주도록’ 만들어야 하고, 대학들이 영어능력평가를 악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것들이야말로 진정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이범 (곰TVㆍEBS 강사)
지금까지 얘기한 ‘국어’를 ‘영어’로 바꿔보자. 고스란히 뜻이 통한다. 즉 이명박 정부의 영어교육 강화정책이 ‘공교육을 강화한다’는 정책내용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교육을 팽창시키는 데는, 이런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다. 학교가 학생을 끝까지 책임져주지 못하는 한, 그리고 대학들이 대입에서 이를 악용한다는 보장이 없는 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은 곧 사교육 투자로 귀결된다. 언론보도를 보면 이미 영어 사교육비 지출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교육 개혁안은 ‘오륀지’ 파동과 잦은 말바꾸기로 희화화되고 대중적 반감을 샀다. 이명박 당선인의 지지도가 취임하기도 전에 10여%나 낮아지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고, 곧 총선에서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영어로 영어수업, 영어수업시간 증가, 실용영어 강화, 영어전문교원 채용, 수능에서 영어 배제 등의 기본 뼈대는 올바른 방향으로 잡혀 있다고 본다. 다만 이것들은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혹자는 대통령 임기내에 성과를 보기 위해 너무나 조급히 시행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물론 조급증이 엿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 정책이 단순히 속도를 조절한다고 해서 성공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교육이 성공하려면 학교와 교사가 ‘한 명도 뒤처지지 않게끔 책임져주도록’ 만들어야 하고, 대학들이 영어능력평가를 악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것들이야말로 진정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이범 (곰TVㆍEBS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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