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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엄친아’에 휘둘리지 않을 내공 기르시길

등록 2008-02-24 16:10수정 2008-02-24 16:13

진로를 탐색할 때 실제 직업인을 만나거나 그들의 일을 체험해보게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진로를 탐색할 때 실제 직업인을 만나거나 그들의 일을 체험해보게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정연순의 진로교육 나침반

‘엄친아’를 아시는가? 대개 “누구는 공부도 잘하고 …”로 시작해 “그런데 너는 왜 그 모양이니?”로 이어지는 잔소리에 등장하는 바로 그 주인공. 번번이 우리 자식들의 기를 죽이는 ‘엄마 친구 아들’이다. 자식이 맘에 안 들 때마다 등장시키려니 엄친아들은 하나같이 깍둑썰기를 해놓은 듯 반듯하다. 일단 엄친아가 등장하면 부모자식 간의 대화는 단절이다. 부모는 울화통이 터지고, 자식은 자존심이 상하니 감정의 불길을 막으려면 서로 입 다무는 게 상책이다. 잔소리는 대부분 이렇게 끝난다.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지!”

자녀의 학업과 진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자극은 필요하다. 그러나 “잘되라고 하는 소리”는 비난의 언어가 아니라 지원과 격려의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같은 시대에 자녀 진로에 대한 지원과 격려는 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식의 무조건적인 수용이어서는 곤란하다. 적극적인 안내와 개입 없이 아이는 비현실적인 꿈을 꾸거나 자기 모색의 피로감에 빠지기 쉽다. 마음을 비운 척하면서도 은근한 기대를 했던 부모도 실망 끝에 무작정 입시체제로 다시 아이를 밀어 넣기 십상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그저 아이를 돌보고 사랑하는 일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모의 능력이 필요하다.

자녀의 진로지도를 위해 부모는 두 가지 차원의 능력을 고루 갖춰야 한다. 우선, 직업 세계에 대한 지식이다. 어떤 직업이 있고, 그것을 준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도울 수 있다. 직업에 대한 지식은 많을수록 좋고, 직업 준비에 관한 지식은 현실적일수록 좋다. 워크넷이나 커리어넷 같은 직업정보 제공 사이트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두번째로 자녀의 적성과 관심, 그리고 발달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녀에 대한 이해는 깊고 풍부할수록 힘이 된다. 직업 세계를 잘 모르는 자녀에게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으로 얻을 수 있는 답은 매우 빈약할 것이다. 자녀의 재능을 발견하려면 아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녀가 관심을 가진 분야와 관련된 직업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더욱 좋다. 사진 찍기에 관심을 보인다면, 사진 스튜디오를 방문해서 사람들이 하는 일을 관찰하고 직업 관련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마련해 주는 식이다. 요즘은 청소년 인턴십이나 직업체험을 제공하는 전문기관들이 있으니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다.

그러나 경계도 필요하다. 아이는 부모의 기획대로 자라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들이 자기 길을 찾아가는 방식은 다 다르다. 머뭇거리거나 주저앉기도 하고 다른 길로 돌기도 한다. 부모는 이 과정을 기다려 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키우니 잘 자라주었다는 성공담보다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고통과 모순에 찬 성장과정을 거치는지를 다룬 체험이나 상담 사례에 관한 책을 읽는 부모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학업과 진로를 둘러싸고 자녀와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면 ‘엄친아’에 휘둘리지 않을 내공을 길러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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