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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퇴, 그 이후…

등록 2007-12-09 17:42수정 2007-12-11 13:17

위탁형 대안학교는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을 맡아 새로운 방식으로 교육하는 곳이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에 신청을 하면 학생에게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가진 위탁형 대안학교롤 배정된다. 출석은 대안학교로 하지만 졸업장은 이전 학교에서 준다. 사진은 꿈타래 학생들 수업모습.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위탁형 대안학교는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을 맡아 새로운 방식으로 교육하는 곳이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학교에 신청을 하면 학생에게 맞는 교육프로그램을 가진 위탁형 대안학교롤 배정된다. 출석은 대안학교로 하지만 졸업장은 이전 학교에서 준다. 사진은 꿈타래 학생들 수업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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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를 한 학생들은 어떻게 지낼까? 자퇴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따라 자퇴 뒤의 삶의 양식도 조금씩 달라진다. ‘대표’ 자퇴생 4명이 학교 ‘밖’ 삶의 모습을 털어놨다. ’오늘’ 자퇴를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선택을 해도 늦지 않다.

“책도 읽고 글쓰기에 취미 붙여
별 기대없이 원서낸 대학 합격”

원아무개(17·2006년 자퇴)=나는 내가 느끼는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멋대로 난도질하는 교사와 교과서, 학교라는 체제가 싫어 ‘탈출’을 택했어. 자퇴를 한 뒤 처음에는 ‘바보스럽게’ 수능 준비를 했는데 여전히 학교 속에 있었던 것 같아. 3주쯤 지나 책도 읽고 글쓰기에 취미를 붙였지. 같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도 하며 삶과 공부를 나눌 ‘길동무’를 찾았지만 실패했어. 외롭더라. 서울에 와 ‘수유+너머’라는 연구소나 공간 민들레, 하자센터 등을 찾아 갔어. 그런데 내게 서울은 너무 복잡하고 어지러운 곳이야. 호기심반으로 원서를 냈던 성공회대에 합격해 다음해부터 다녀야 하는데 걱정이다. 대학에 갔지만 학교를 넘어서는 우정과 공부의 공동체를 만들려는 내 계획은 여전히 진행 중이야. 흔히 생활이 흐트러진다고 학교에 얽매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패배주의적 사고라고 생각해. 자신을 더 자주 들여다보고 더 깊이 소통하다 보면 극복할 수 있을 거야.


“학교폭력 벗어나 행복한 나날
인터넷·교육방송 보며 공부”

◆최유진(가명·19·2006년 자퇴)=난 학교폭력 때문에 자퇴했어. 전문계고를 다녔는데 같은 반 친구들한테 두어번 크게 맞았지. 너무 힘들어서 죽으려고도 해 봤지만 못하겠더라.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부분을 꼽으라면 난 주저없이 고교시절을 말할거야. 자퇴하고 난 지금은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행복해. 수능 공부하면서 원래 학교에 있었으면 배우지 못했을 것들을 배우는 것도 좋아. 난 역사가 참 좋은데 학교에는 2학년 때 국사만 있었거든. 얼마전 수능을 치렀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야. 학원엔 다니지 않고 인터넷 강의나 교육방송(EBS)을 보면서 공부했어. 인터넷을 하다보면 나처럼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메일이나 쪽지로 상담을 해주면서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 수능 점수가 모의고사보다 안나올 것 같아 좀 걱정인데 그래두 역사교육과나 심릭학과에 꼭 가고 싶어.

“열심히 하려는데 잘 안돼
누가 자퇴한다면 말리고파”

◆이미나(가명·17·2007년 자퇴)=나는 지방의 사립고를 다녔는데 공부 잘하는 애들만 대접하는 학교 분위기에 질려 버렸어. 말도 안되는 학교에 얽매이면서 선생님만 믿고 따르기엔 내 인생이 너무 아까웠지. 자퇴하고 한달동안은 내내 앓았어. 수면 부족이었던 것 같아. 너희들도 알겠지만 2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나는 게 생활이었거든. 요즘은 나한테 좀 실망스러워. 의지박약인가봐.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 하지만 학교 다닌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검정고시 공부랑 병행하는 게 힘들지만 수능 공부는 정말 착실히 하고 있거든. 사실 나는 누가 자퇴한다고 하면 말려. 자퇴 생활은 부모님의 지지와 지원이 필수적이야. 난 엄마 덕에 편하지만 만일 그럴 자신이 없으면 다시 생각해 봐.

“해방감 만끽하다 사고치기도
자퇴생 따가운 시선…결국 복학”

김정수(가명·18·2006년 자퇴, 2007년 복학)=난 자퇴 뒤 원래 학교로 복학했어. 자퇴는 거의 반강제로 ‘당했어.’ 가출도 하고 문제를 많이 일으켰었거든. 처음에는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되고 구속하는 사람이 없어서 기분이 좋았어. 그런데 점점 ‘내가 뭐하는 짓인가’ 싶어 처참하더라. 다른 애들 교복 입고 다니는데 사복 입은 날 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따가웠어. 돈이라도 벌어보려고 했는데 벌면 쉽게 쓰게 돼. 요즘 미성년자들 술 먹는 거 진짜 쉽잖아, 거의 술 담배에 돈을 버렸지. 그러다 오토바이 사고를 냈어. 처음에 크게 화내지 않던 상대 아저씨가 학교가 어디냐고 물었어. 내가 자퇴했다고 하는 순간 아저씨가 멱살을 잡더라. 경찰서에 갔는데 경찰관 아저씨들도 마찬가지로 내게 쌀쌀했어. 나같은 애들은 6개월안에 다시 들어오게 된다나. 학교는 우릴 보호해주는 울타리 같아. 교복을 입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걸 나는 직접 체험했어. 공부 더 해서 대학가려는 게 아니면 자퇴하지 마. 난 정말 쫓아가서 쥐어박고서라도 자퇴를 말리고 싶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위탁형 대안학교 현황
위탁형 대안학교 현황
무조건 자퇴 결정말고…

‘위탁형 대안학교’ 어때요?

윤아무개(16)군은 서울 관악구의 ‘꿈타래학교’ 1학년이다. 입학은 다른 곳에서 했다. 그 학교에서 시험시간에 엎드려 잤다는 이유로 교사한테 뺨을 맞았다. 그길로 윤군은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자 담임교사가 ‘꿈타래’를 소개해 줬다. 윤군은 “분위기가 가족 같고 학교 생활도 편하고 무엇보다 선생님한테 차별당하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꿈타래는 공립 위탁형 대안학교다. 공립은 전국에 꿈타래 하나다.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어떤 이유든 좋은 결정이 아니다. 자퇴를 결정하기 전에 선택해 볼 수 있는 길이 있다. ‘위탁형 대안학교’다. 위탁형 대안학교는 학교 부적응자들을 맡아 자유롭게 교육하는 곳이다. 진학 문제로 자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곳에서 학교에 대한 새로운 ‘꿈’을 꿔볼 수 있다.

위탁형 대안학교는 기왕의 학교와 규모, 구조, 교사, 교육과정 모든 게 다르다. 규모는 대개 30명 정원 한 반이 전부다. 학교나 복지관, 청소년센터의 일부 공간을 활용해도 될 만큼 규모가 작다. 꿈타래 역시 서울산업정보학교의 귀퉁이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규모가 작은 만큼 일대일로 학생을 보살피고 가르치는 일이 가능하다. 이 학교 하태민 부장교사는 “보살핌(care)과 교육(education)이 만나면 치유(healing)가 일어난다는 게 우리 학교의 철학”이라며 “기왕의 학교에서 체벌과 인격적 모독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우리 학교에 오면 달라지는 이유”라고 했다.

구조는 학교보다 ‘집’에 가깝다. 부엌이 있어서 아이들은 라면을 끓여 먹을 수도 있고 모여 앉아 수다를 떨 수도 있다. 학교는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꿈타래의 생각이 녹아 있는 구조다. 하 교사는 “가구 하나를 들일 때도 색채 디자이너에게 자문해 아이들의 정서를 고려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가장 다르다고 느끼는 점은 단연 ‘교사’다. 이 학교 최아무개(16)군은 “선생님들이 먼저 이해해주고 감싸주면서 무조건 우리 눈높이에서 생각하려 하는 게 좋다”고 했다. 홍아무개(17)군은 “일반 학교는 엘리트주의에 물들어 있는 것 같다”며 “이곳은 배제당하는 아이들도 없고 인간적으로 대한다”고 했다.

꿈타래는 학업성취도 평가 방법도 다르다. 지필평가를 치른 다음, 틀린 것을 학생이 이해할 때까지 교사가 직접 확인하는 성취평가를 또 치른다. 틀렸던 문제를 다 맞추면 20점이 오른다. 맞은 것만 계산해 점수를 매기고 손을 터는 일반 학교와는 많이 다르다.

문제는 이러한 곳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낸 ‘대안교육백서’를 보면 2006년 현재 서울에만 14개 학교가 몰려 있고 경남에 3개, 경북과 부산에 2개씩, 인천, 충남, 울산, 강원에 각각 1개씩 있다. 꿈타래는 서울에 있는 위탁형 대안학교의 구심점 구실을 하는 대안교육종합센터(www.daeancenter.or.kr)를 겸하고 있다. 하 교사는 “경기권에는 대안학교가 하나도 없어서 우리 쪽으로 문의가 많이 들어 온다”며 “서울도 자리가 없어 대기자가 몰려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꿈타래 하 교사는 지난 5년 동안 위탁형 대안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한 경험을 기록한 책을 쓸 계획이다. 그는 “시장성이 없어 출간은 못하겠지만 제본의 형태로는 만들어 보관할 생각”이라고 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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