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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콩 민족이야. 봄이 되면 산천 곳곳에 콩을 심지. 저 혼자 자라는 콩도 많단다. 무슨 콩이냐고? 푸르스름한 녹두, 푸릇푸릇한 완두, 조랑조랑 땅콩, 새까만 서리태, 알록달록 강남콩, 노릇노릇 콩나물콩, 올망졸망 쥐눈이 콩, 불그죽죽 팥, 삐죽삐죽 까치콩, 둥글둥글 메주콩 …. 하, 읽기만 해도 숨차지? 그렇게 우리 땅에서 자라는 콩은 한도 끝도 없단다.
그 콩으로 무얼 하냐고? 콩을 따서 밥에 두어 먹지. 떡시루에 올려 콩떡도 해먹고. 콩으로 속을 만들어 송편도 빚잖아. 콩나물을 길러 국이나 무침을 해먹기도 하지. 너희들 좋아하는 두유도 콩으로 만들잖아. 그런데 진짜 콩 요리는 따로 있어. 오직 우리 민족만 해먹는 비밀요리야. 바로 메주를 띄우는 거지.
우선 메주콩을 푹 삶아 반듯이 빚어서 짚으로 매달아야 해. 꾸덕꾸덕 말라서 흰곰팡이가 피면 일단 완성이야. 한국판 최고급 치즈인 셈이지. 그렇다고 바로 먹을 순 없겠지? 펑퍼짐하게 잘 생긴 장독에 소금물을 부어 함께 담궈 놓아야 해. 건더기를 따로 건지면 된장이 되고, 그 국물만 따로 달이면 까만 간장이 돼.
그렇다고 간장이나 된장만 숟가락으로 푹 떠먹는 친구들은 없겠지? 이 된장, 간장은 우리 민족이 즐기는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 은근하고 구수하면서도 영양만점의 천연식품이지. 고구려 때부터 이렇게 콩으로 간장을 담궈 먹었대. 그러니까 우리 민족은 콩 민족 아니겠어?
그 콩 이야기, 좀 더 들어보지 않을래? <다 콩이야>를 들춰보면 거기에 다 있단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식물과 동물을 그림에 담아 책으로 펴내는 ‘도토리’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만들었단다. 그림은 또 얼마나 정겨운데. 구수한 메주 냄새가 절로 풍겨날걸? 취학전, 도토리 기획·글, 정지윤 그림. 보리/9500원.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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