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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랑 부모랑] 쓸 게 없다고? 특별한 일 아니라도 괜찮아

등록 2007-08-23 19:04

그림 <일기 도서관> (사계절) 표지
그림 <일기 도서관> (사계절) 표지
일기쓰기 지도 이렇게 해봐요
하루 일과 중 가장 쓰고싶은 것
그때 상황 떠올리며 생생하게
국어·생활 지도와 연계 말아야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들을 둔 주부 김아무개(39)씨에게는 요즘 새로운 ‘숙제’가 하나 생겼다. 아이가 여름방학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를 지도하는 일이다. 아이가 늘 잠자리에 들 때가 되어서야, 그것도 엄마가 잔소리를 해야 마지못해 일기장을 펴는 통에 밤마다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다. 날마다 “쓸 게 없다”며 툴툴대는 아이 얼굴을 바라봐야 하는 엄마도 짜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비단 김씨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 법한 일이다. 이처럼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고달픈 숙제가 되어 버린 일기 쓰기, 어떻게 지도해야 서로 얼굴을 덜 붉히고 아이의 짐도 덜어줄 수 있을까?

■ 일기는 국어 공부가 아니다=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일기 지도를 통해 국어 공부를 시키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렸더라도 그 자리에서 고치라고 하거나 나무라지 말라는 얘기다. 〈일기 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의 저자인 윤태규 대구 금포초등학교 교감은 “아이들이 일기를 쓰면서 ‘글자가 틀리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일기를 국어 공부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일기 쓰기의 싹을 뿌리째 뽑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꼭 맞춤법 지도를 하고 싶다면 자주 틀리는 글자를 적어 뒀다가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어 지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 쓸 말이 없다고? =아이들이 일기를 쓸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글감 찾기다. 이는 ‘일기는 하루 일 중 특별한 일을 골라서 써야 한다’는 어른들의 잘못된 고정관념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날마다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는 아이들의 일상에서 특별한 일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김익승 사무총장(서울 화양초 교사)은 “일기에는 특별한 일만 쓰는 게 아니라, 늦잠 잔 일, 밥 먹다가 오빠와 싸운 일, 준비물을 빠뜨리고 와서 집에 다시 갔다 온 일, 복도에서 뛰다가 선생님께 걸린 일 등 그날 보고 듣고 겪은 일 가운데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쓰고 싶고, 쓸 거리가 많은 것을 골라 쓰면 된다”고 말했다. 글을 쓸 때는 ‘너무 재미있었다’처럼 느낌을 한 줄 쓰기보다는 재미있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듯이 자세하게 쓰도록 지도해야 한다.

■ 글감 찾기 도와주려면=아이가 글감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아이와 하루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화를 나누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래? 그런 일이 있었어? 그걸 일기에 쓰면 되겠네” 하고 자연스럽게 일기 쓰기로 유도해 보자. 아예 일기를 마주이야기 형태로 써 볼 수도 있다. 부모나 교사, 친구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일기장에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다. 한국마주이야기교육연구소 김원숙 연구원은 “입말을 그대로 살려 쓰면 생생한 일기를 쉽게 쓸 수 있다”며 “아이들이 말이 곧 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특별한 일이 없더라도 늘 쓸 거리가 넘쳐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래가 쓴 본보기글을 읽어 보게 해도 도움이 된다. 본보기글은 번듯하게 잘 쓴 글이 아니라, 틀린 글자도 그대로 들어 있는 평범한 친구들의 글을 골라야 한다. 김 사무총장은 “또래들의 일기를 읽다 보면 ‘아, 이런 것도 일기가 되는구나’, ‘나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고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 일기 모음집으로는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소속 교사들이 엮은 〈내가 처음 쓴 일기〉, 〈새롬이와 함께 일기쓰기〉 〈1학년 일기쓰기※엄마는 미워〉 등이 나와 있다.


■ 본문을 쓰기 전에=윤 교사는 “일깃감을 골랐다면 쓰고자 하는 상황을 머릿속에 찬찬히 떠올려 다시 한 번 겪어 보는 시간을 가져야 자세하고 생생한 일기를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시장에 간 이야기를 쓰기로 했으면 눈을 감고 다시 시장에 가 보라는 것이다. 본문을 쓰기 전에 제목을 정하는 것도 좋다. 제목을 먼저 쓰면 그 한 가지 일만을 자세히 생각하게 되어 내용이 뚜렷한 글을 쓸 수 있다. 특히 일기 쓰기에 서툰 아이들의 경우 제목을 정하지 않으면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집에 와서 놀다가, 학원 갔다 와서 숙제하고…’ 하는 식으로 초점 없는 글을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 아이 일기장 볼 때는=아이들의 일기 지도 사례를 모아 최근 〈초등 논술은 없다〉라는 책을 펴낸 임명남씨는 “아이가 쓴 일기 내용을 보면서 잘잘못을 따지거나 생활지도를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기장을 ‘생활 감시용’으로 활용하면 아이들이 일기를 솔직하게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아이가 일기를 보지 말라고 할 경우에는 절대 봐서는 안 된다. 임씨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기장을 보게 되더라도 일기를 봤다는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기는 잠자기 전에 길~게 써라?

버려야 할 몇가지 고정관념들

■ 일기는 잠자기 바로 전에 쓰는 것이다=졸음을 참으면서 써야 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앉아서 일기를 쓸 수 없게 된다. 될 수 있으면 겪은 즉시 일기를 쓰도록 하되 쓸 시간을 충분히 갖고 쓰도록 해야 한다.

■ 일기에는 생각과 느낌을 많이 써야 한다=어디까지나 일기는 겪은 일을 중심으로 쓰는 사실 기록이다. 아이들은 억지로 강요하지 않더라도 생각이나 느낌을 꼭 써야 할 때는 쓴다. 중요한 것은 사실 기록 안에 들어 있는 아이들 생각을 읽는 것이다.

■ 일기는 길게 써야 한다=‘아무리 짧아도 한 쪽은 넘도록 써야 한다’는 등의 말이 아이들에게는 큰 짐이 된다. 한두 줄을 써도 하고 싶은 말을 다 썼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길게’가 아니라 ‘자세히’ 쓰는 것이다. 남이 읽었을 때 궁금한 게 없도록 쓰게 해야 한다.

■ 일기에는 반성이 들어 있어야 한다=일기 끝에 반드시 다짐이나 반성을 쓰도록 한다면 그것이 또 하나의 틀이 되어 자유롭게 일깃감을 고르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없는 거짓글을 쓰게 만든다. 일기의 생명은 정직이다. 억울하면 억울하다, 미우면 밉다고 솔직하게 써야 쌓이거나 억눌린 마음이 풀린다.

■ 처음에는 그림일기로 시작해야 한다=아이들은 날마다 그림을 그리는 것에 굉장히 부담을 갖는다. 글자를 완전히 익혀야만 그림이 아닌 글로 일기를 쓸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1학년이 알고 있는 글자만으로도 일기를 충분히 쓸 수 있다.

출처 : 〈일기 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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