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아이랑 부모랑]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써보렴

등록 2007-08-16 18:52

아이들에게 틀에 박힌 독후감을 강요하면 오히려 책과 멀어지게 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초등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아이들에게 틀에 박힌 독후감을 강요하면 오히려 책과 멀어지게 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초등학생들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자녀 독후감 지도 어떻게 할까

틀에 박힌 형식 강조하면 ‘억지글’
책 끝까지 앍도록 칭찬하고 상줘야
책읽기 몸에 밴 뒤 쓰게 하면 좋아

요 몇 년 새 논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아이에게 책읽기와 글쓰기 능력을 길러 주려고 독후감을 쓰게 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초등학교 방학숙제 목록에서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이 독후감 쓰기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독후감 쓰기를 싫어한다. 초등 인터넷 학습지 업체인 와이즈캠프가 지난달 초등학생 9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독후감 쓰기는 일기 쓰기에 이어 ‘가장 하기 싫은 여름방학 과제물’ 2위로 꼽히기도 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틀에 박힌 독후감을 강요해 온 어른들 탓이 크다고 독서교육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문가들한테서 자녀 독후감 지도 방법을 들어 봤다.

■ 이것만은 지키자=독서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책읽기 자체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독후감은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꾸준히 읽도록 돕는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지나치게 독후감을 강요하면 부담 때문에 오히려 책읽기를 싫어하게 되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처음부터 책을 읽을 때마다 반드시 독후감을 쓰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책읽기가 몸에 배고 즐거워진 뒤에 서서히 독후감을 써 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후감을 쓸 때 아이들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문장 표현이다. 많은 부모들이 정확하고 완벽한 문장을 쓰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독후감은 일반적인 글쓰기와는 달리 책과의 정서적 교감이 중요하다. 문장 표현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느낌과 생각이 분명하다면 그 점을 더 칭찬해 줘야 한다.

적지 않은 부모들이 독후감을 쓸 때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쓰고, 줄거리를 요약한 뒤 배워야 할 점이나 자신의 각오를 써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고정관념이 아이들로 하여금 억지글을 쓰게 하기도 한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일정한 형식을 강조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줄거리는 핵심 내용만 정리하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 위주로 글을 쓰도록 한다. 책 내용을 장황하게 소개한 뒤 ‘나도 주인공을 본받아서 훌륭한 사람이 돼야겠다’는 식으로 상투적으로 마무리한 독후감보다는 창의적인 사고로 자신의 느낌을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한 독후감을 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 어떻게 도와줄까? =우선 책을 끝까지 읽도록 지도해야 한다. 독후감을 잘 쓰려면 책을 읽고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영상매체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인내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독서를 어려워하고 책을 끝까지 읽지 않는 경향이 많다. 책을 끝까지 읽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칭찬과 상으로 끝까지 읽도록 유도하면서, 가족도 함께 책을 읽는 것이 좋다.


독후감을 쓰기 전에 책 내용을 먼저 이야기로 표현해 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을 읽은 뒤 부모와 아이가 줄거리나 인상 깊은 장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어떤 주제로 독후감을 쓸지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 부모와 아이 사이에 유대감이 형성돼 스스로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해 준다. 책 내용에 대해 설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요약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다.

책을 읽고 간단하게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좋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이나 인상 깊은 구절, 떠오른 생각, 기억해야 할 내용을 수첩이나 공책에 적어 뒀다가 독후감을 쓸 때 이용하도록 하면 책읽기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일을 기록하고 활용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또래 친구들이 쓴 독후감을 많이 읽어 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독서·글쓰기 지도 사이트 글나라(gulnara.net)의 글쓰기마당과 어린이마당, 부산 동부교육청이 운영하는 전자독서신문 사이트(dongbuedu.pen.go.kr/~rn), 한우리독서논술 홈페이지(hanuribook.com)의 자료마당 등에서 초등학생들이 쓴 다양한 독후감을 접할 수 있다.

독후감을 쓸 때는 꼭 줄거리와 느낌 등으로 이뤄진 한 편의 완결된 감상문 형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읽은 책의 내용과 성격, 아이의 흥미 등을 고려해 편지쓰기, 뒷 이야기 상상해 쓰기 등 여러 가지 방식의 독후감을 써 보도록 한다. 책을 읽고 마음 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그물처럼 엮어 보는 생각그물(마인드맵) 만들기나 그림(독서감상화) 그리기 등도 해 볼 만하다.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라면 책 읽고 식구들에게 이야기로 전달하기, 읽은 책 목록 쓰고 별 다섯 개로 평가해 보기,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요약해 보기, 아이와 부모가 역할을 나눠 등장인물 인터뷰하기 등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독후활동을 해 보는 것도 좋다.

다양한 독후활동 어떤게 있나

독서·글쓰기 지도 포털 사이트인 글나라(gulnara.net)를 운영하고 있는 이기숙 한국독서문화재단 글나라연구소장은 초등학생들이 책을 읽고 해 볼 만한 독후활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 편지쓰기=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에게 자신의 생각을 편지 형식으로 전하는 활동이다. 편지쓰기는 받는 사람의 특성에 따라 범위가 한정돼 내용을 전개하기가 쉽다. 또 대화체로 느낌을 전달하는 형식이어서 표현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저학년 어린이들도 쉽게 해 볼 수 있다.

■ 바꿔 쓰기=아이 나름대로 주인공의 미래를 상상하도록 하는 이야기 이어가기나, 아이의 욕구와 기대에 맞게 이야기의 내용이나 결말을 바꿔 보도록 하는 이야기 바꾸기는 아이가 작가가 되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흥미 있는 활동이다.

■ 독서감상화=책을 읽고 떠오르는 장면, 느낌, 배경이나 소재, 이어질 이야기 등을 그림으로 나타내는 방법이다. 우편엽서나 엽서 크기의 종이를 이용해 한 면에 독서감상화를 그리고, 뒷면에 편지를 쓰게 하는 독서 엽서 쓰기도 아이들이 흥미롭게 해 볼 수 있는 활동이다.

■ 책 소개하기=읽은 책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나 편지 형식으로 소개하는 활동이다.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독서신문 만들기=책 내용과 읽은 느낌을 기사와 칼럼, 만평 등 신문 형식으로 표현하는 활동이다. 책에서 얻은 간접 경험을 여러 가지 시각으로 해석하고 판단해서 현실과 관련지어 보는 활동을 통해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도움말=이기숙 한국독서문화재단 글나라연구소장, 강백향 ‘책 읽어 주는 선생님’(mymei.pe.kr) 운영자·수원 화서초 교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