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용암동굴 만장굴에 갔다. 에어컨보다 더 시원한 바람이 우리의 땀을 식혀주었고 오랜 시간 용암이 만든 동굴 내부의 모습에 참가자들은 모두 감탄을 했다. 녹색연합 제공
사람발길에 몸살 앓는 한라산·만장굴
생태학교 ‘제주 섬환경캠프’ 참가기
[편집자주] (함께하는 교육)은 HSBC과 녹색연합이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제주도에서 연 청소년 생태학교 ‘미래세대 섬환경캠프’의 참가기를 싣는다. 이번 행사는 지난 6월27일 유네스코가 지정한 한국 최초의 세계자연유산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14~16살의 청소년 41명은 행사를 마치면서 평화와 환경의 가치를 담은 ‘미래세대 섬환경캠프 2007 제주선언문’을 발표했다.
여름방학 때 제주에 가는 캠프에 참가한 것이 여섯번째이지만, 올 여름은 특별했어. 지난달 6월27일에 유네스코는 한국의 첫 세계자연유산으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등재했어. 한라산 천연보호구역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여기에 속하는데 제주도의 10.1%인 187.2㎢나 된다고 해. 자, 온몸으로 생태감수성을 깨운 환경교육 속으로 들어가 볼까?
제주에서의 첫날밤을 보내고 캠프 일정을 시작하는 아침, 1년에 60여일밖에 정상을 보여주지 않는 한라산이 정상을 보여줬어. 백록담이 손에 잡힐 것 같아. 하지만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방문하기로 한 우리는 산 정상을 향하지 않았어. 대부분 한라산을 찾는 이들은 해발 1000m 위쪽 백록담 가까이만 한라산으로 여기잖아. 그들에게 한라산은 정상부로 향하는 등산로에 그칠 뿐이야.
거대한 자연림 사라진 자리 인공조림 숲만 무성해 쓸쓸… 세계자연유산 오른 만장굴 불빛 너무 환하고 음악 커… 그 때문에 한라산은 지금 백록담을 비롯한 어리목―윗세오름―성판악이나 영실 일대를 찾는 등산객의 발길로 몸살을 앓고 있어. 사실 해마다 섬캠프의 발길도 한라산 정상부로만 향했는데 이번만큼은 한라산 정상으로만 향하지 않고 한라산 기슭, 사람들과 자연이 더 많이 함께 하며 서로를 키우고 보듬으며 살아온 중산간지대로 향했어. 버스는 그렇게 한라산으로 휘돌아 오르는 도로가에 서고 우리는 울창한 숲으로 접어들기 시작했어. 몇 시간 동안 그렇게 종가시나무와 같은 난대림에서 볼 수 있는 자연림을 지나다가 1930년대에 심은 거대한 삼나무 숲을 만났어. 그런데 이 ‘퐁낭’(제주도 말로 ‘삼나무’를 뜻함)숲도 너무 많이 심어서 ‘나무를 더 심어야 한다’거나 ‘그만 심고 일정부분은 제거해야 한다’는 등 아직도 제주도 안에서는 찬반이 팽팽해. 자연림의 거대한 숲이 사라지고 인공 조림 숲에서만 거대한 나무할아버지를 만난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했어. 눈길은 하늘로 뻗은 가지 끝으로 향하고 친구들은 이 거대한 할아버지 나무들에게 안기듯 다가갔지. 세 명이 팔 벌려 둘러서야 한 아름이야. 하늘과 나란히 누워 온몸으로 땅이 되자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코끝을 스치는 향기와 이름 모를 새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숲의 일부가 됐어. 용암동굴은 여러 차례 용암이 흘러지나가면서 만들어지고 용암이 다 빠져나가면서 생성된 용암통로야. 용암동굴은 보통 10만년이 되면 수명을 다해 무너지는데 이곳 만장굴은 그대로 잘 보존돼 있어. 그래서 세계자연유산이 됐다는구나. 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거든. 그런데 막상 찾아간 만장굴은 너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어. 신발에 묻어온 씨앗들이 동굴 내부에 뿌리를 내려서 ‘녹색오염’을 일으키고 있었어. 식물의 뿌리가 벽 내부를 갈라지게 해서 언젠가는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빛이 너무 밝고 음악 스피커 소리도 너무 커서 용암동굴 보존은 빨간불인 거 같아. 이젠 세계자연유산이 된 만큼 음식물도 아예 못가지고 가게 해서 쓰레기가 없게 하고 더 이상 훼손되지 않게 철심, 전선, 불빛 같은 시설을 줄이고 랜턴만 들고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다른 관광객들은 만장굴만 보고 가버리는데, 우리는 이 만장굴을 만든 용암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서거문이 오름 분화구로 가봤어. 만장굴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이곳 숲 한가운데에도 있어서 역시 신기해했어. 만장굴과 성산일출봉은 이미 관광지야. 일본인이나 중국인들도 붐벼.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들이 오겠지? 만장굴도 성산일출봉도 옛날 관광유원지에서 벗어나 잘 보존할 수 있게 친구들이 토론을 벌였듯이 사람들이 오기만을 바라기보다는 자연유산이 된 만큼 세계인이 지킬 수 있게 관람객들이 훼손을 최소화해야 해. 풍력단지에서 배운 것처럼 바람 같은 대안 에너지를 쓰는 방법도 고민해야지. 모둠끼리는 중산간마을, 어촌마을, 해녀, 무속, 4·3과 평화를 주제로 흩어져 해녀할머니와도 인터뷰하고 4·3학살 현장에도 찾아가 평화를 고민했어. 요즘 제주도에서는 생물권보전지역인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평화와 자연이 함께 위협받고 있어. 이런 사실을 두고 해군기지가 필요한지, 안 필요한지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지. 골프장이 너무 많고 도로도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왔어. 세계자연유산으로 만나는 제주는 뭍과 섬, 자연과 인간, 나와 우리, 과거와 미래를 연결 짓는 교육마당이란다. 환경교육은 ‘관계성 교육’이야. 한반도와 제주섬은 떨어져있지만, 인간의 활동과 문화로 이어져 있듯 아이들이 돌아와 다시 살게 될 곳곳과 제주섬은 떨어져있지만 연결되거든. 이걸 깨닫게 될 날이 오면 너희들은 이미 훌쩍 자라있을 거야.
제주=글 윤지선/섬환경캠프 교사
거대한 자연림 사라진 자리 인공조림 숲만 무성해 쓸쓸… 세계자연유산 오른 만장굴 불빛 너무 환하고 음악 커… 그 때문에 한라산은 지금 백록담을 비롯한 어리목―윗세오름―성판악이나 영실 일대를 찾는 등산객의 발길로 몸살을 앓고 있어. 사실 해마다 섬캠프의 발길도 한라산 정상부로만 향했는데 이번만큼은 한라산 정상으로만 향하지 않고 한라산 기슭, 사람들과 자연이 더 많이 함께 하며 서로를 키우고 보듬으며 살아온 중산간지대로 향했어. 버스는 그렇게 한라산으로 휘돌아 오르는 도로가에 서고 우리는 울창한 숲으로 접어들기 시작했어. 몇 시간 동안 그렇게 종가시나무와 같은 난대림에서 볼 수 있는 자연림을 지나다가 1930년대에 심은 거대한 삼나무 숲을 만났어. 그런데 이 ‘퐁낭’(제주도 말로 ‘삼나무’를 뜻함)숲도 너무 많이 심어서 ‘나무를 더 심어야 한다’거나 ‘그만 심고 일정부분은 제거해야 한다’는 등 아직도 제주도 안에서는 찬반이 팽팽해. 자연림의 거대한 숲이 사라지고 인공 조림 숲에서만 거대한 나무할아버지를 만난다는 사실이 조금 씁쓸했어. 눈길은 하늘로 뻗은 가지 끝으로 향하고 친구들은 이 거대한 할아버지 나무들에게 안기듯 다가갔지. 세 명이 팔 벌려 둘러서야 한 아름이야. 하늘과 나란히 누워 온몸으로 땅이 되자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코끝을 스치는 향기와 이름 모를 새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숲의 일부가 됐어. 용암동굴은 여러 차례 용암이 흘러지나가면서 만들어지고 용암이 다 빠져나가면서 생성된 용암통로야. 용암동굴은 보통 10만년이 되면 수명을 다해 무너지는데 이곳 만장굴은 그대로 잘 보존돼 있어. 그래서 세계자연유산이 됐다는구나. 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거든. 그런데 막상 찾아간 만장굴은 너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어. 신발에 묻어온 씨앗들이 동굴 내부에 뿌리를 내려서 ‘녹색오염’을 일으키고 있었어. 식물의 뿌리가 벽 내부를 갈라지게 해서 언젠가는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빛이 너무 밝고 음악 스피커 소리도 너무 커서 용암동굴 보존은 빨간불인 거 같아. 이젠 세계자연유산이 된 만큼 음식물도 아예 못가지고 가게 해서 쓰레기가 없게 하고 더 이상 훼손되지 않게 철심, 전선, 불빛 같은 시설을 줄이고 랜턴만 들고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다른 관광객들은 만장굴만 보고 가버리는데, 우리는 이 만장굴을 만든 용암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서거문이 오름 분화구로 가봤어. 만장굴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이곳 숲 한가운데에도 있어서 역시 신기해했어. 만장굴과 성산일출봉은 이미 관광지야. 일본인이나 중국인들도 붐벼.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들이 오겠지? 만장굴도 성산일출봉도 옛날 관광유원지에서 벗어나 잘 보존할 수 있게 친구들이 토론을 벌였듯이 사람들이 오기만을 바라기보다는 자연유산이 된 만큼 세계인이 지킬 수 있게 관람객들이 훼손을 최소화해야 해. 풍력단지에서 배운 것처럼 바람 같은 대안 에너지를 쓰는 방법도 고민해야지. 모둠끼리는 중산간마을, 어촌마을, 해녀, 무속, 4·3과 평화를 주제로 흩어져 해녀할머니와도 인터뷰하고 4·3학살 현장에도 찾아가 평화를 고민했어. 요즘 제주도에서는 생물권보전지역인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평화와 자연이 함께 위협받고 있어. 이런 사실을 두고 해군기지가 필요한지, 안 필요한지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지. 골프장이 너무 많고 도로도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왔어. 세계자연유산으로 만나는 제주는 뭍과 섬, 자연과 인간, 나와 우리, 과거와 미래를 연결 짓는 교육마당이란다. 환경교육은 ‘관계성 교육’이야. 한반도와 제주섬은 떨어져있지만, 인간의 활동과 문화로 이어져 있듯 아이들이 돌아와 다시 살게 될 곳곳과 제주섬은 떨어져있지만 연결되거든. 이걸 깨닫게 될 날이 오면 너희들은 이미 훌쩍 자라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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