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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2만리>는 명실상부한 어린이 책의 고전이다. 시중에 번역된 것만 20여종에 이른다. 그러나 도서출판 주니어파랑새가 새로 펴낸 <해저 2만리>는 익히 알고 있는 그 책이 아니다.
책의 무게감부터 다르다. 보통 어린이 문학도서의 두배 정도 되는 판형으로 무려 544쪽이나 펼쳤다. 이 책을 가방에 끼고 다니며 틈틈이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긋이 앉아 찬찬히 음미하며 읽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부담을 능가하는 ‘지극정성’이 책에 깃들어 있다.
부피와 무게에 잠시 질렸을지라도, 책장을 펴는 순간 화려하고 사실감 넘치는 삽화에 눈길을 뺏긴다. 여러 판타지 소설의 일러스트를 그렸던 프랑스인 디디에 그라페가 어지간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능가하는 ‘고급 삽화’를 그려냈다.
번역 또한 흠잡을 데 없다. <해저 2만리>가 왜 세계적 고전이 됐는지 실감할 수 있다. 지리학·천문학·동물학·식물학 등 원작자의 폭넓은 지식이 그대로 담긴 원작을 매끄럽게 우리말로 그대로 옮겼다. 완역과 함께 세심한 편집자주를 담아 배경지식과 낱말풀이를 해두었다.
영화 <네버엔딩스토리>를 보면, 주인공 소년이 자기 몸집의 절반쯤 되는 큰 책을 펼쳐 읽으며 그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 흥미진진한 모험을 펼친다. 이 책은 그렇게 밥 먹는 것도 잊고 이야기에 완전히 매혹당하려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원작자인 쥘 베른 사망 100년을 기념한 출판이라는 게 기획자의 설명이다. 당분간은 이보다 더 튼실한 <해저 2만리>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부심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해저 2만리>의 끝은 이렇다. “‘너는 바닷속 깊은 곳을 거닐어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권리가 있는 것은 모든 인류 가운데 오직 두 사람, 네모 선장과 나뿐이다.” 지금 노틸러스호가 네모 선장에 뒤이어 바닷속 깊은 곳을 거닐려는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고학년, 쥘 베른 지음, 디디에 그라페 그림, 김석희 옮김. 주니어파랑새/4만5000원.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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