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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 이주헌씨는 ‘미술평론’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주역이다. 요즘 부쩍 그의 책이 많이 나온다. 다양한 미술책이 쏟아지면서 그만큼 미술평론 독자층이 넓어진 탓도 있지만, 맛깔스런 그의 글쓰기가 지닌 독특한 매력을 출판사들이 마냥 내버려두지 않는 까닭도 크다. 그가 어린이를 위한 미술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풍경화에 뭐가 숨어 있을까>로 운을 뗐다. 제목 그대로 동서양 풍경화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소개하는 책이다. 앞으로 인물화, 역사화, 정물화 등 주로 서양화를 장르별로 엮은 시리즈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림을 장르별로 접근하는 것은 다분히 ‘전문가적 심미안’을 요구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어린이 미술 교양서들이 화가나 소재별로 유명 그림을 묶어내는 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번 시리즈를 기획한 출판사로선 일종의 ‘모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40여편의 시원한 그림으로 미술평론가 이주현씨가 어린이를 위한 미술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이유에 대해 지은이는 “이제 본격적인 미술의 모습도 보여줄 때가 됐다”고 머리말에서 말한다. “미술관을 방문하거나 미술사 책을 접할 때 정통 서양 미술사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 보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그러니까 이 책은 미술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과 애정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권할 만하다. 그림의 아름다움을 보다 깊이 음미하기 위한 ‘배경 지식’에 갈증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그렇다고 어렵거나 딱딱하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클림트의 <아터 호수의 쉴로스 성>, 쇠라의 <그라벨린 운하의 밤>, 반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 루소의 <꿈’>등 눈과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그림들이 책장마다 가득하다.
고갱·모네·터너 등 유명 서양화가는 물론이고 국내 화가와 서양 중세 그림까지 불러와 늘어놓았다. 40여편이 넘는 이 그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풍경화의 가치를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도판만으로 보자면, 어른들을 위한 본격 미술 입문서에 못지 않다. 여기에 곁들여 어른들조차 미처 모르는 풍경화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으니,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은이가 힘주어 말하고 싶은 것은 화가들이 ‘풍경화’라는 장르를 통해 드러내려 했던 고뇌를 함께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풍경화는 풍경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풍경에 반영된 인간에 대한 그림이라는 것이다. 몬드리안의 추상화인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같은 그림을 풍경화의 하나로 소개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림을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로 대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는 사색의 소중한 우물로 삼았으면 하는 지은이의 소망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고학년, 이주헌 지음. 다섯수레/1만원.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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