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 현장에서 도서관의 리모델링과 아침독서 운동의 확산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학교 독서교육의 모범사례를 보도한 언론 기사들이 행사장 벽에 걸려 있다.
매일 20~30분 책으로 여는 하루
“자연스레 도서관 발길 잦아져”
독후감 강요는 되레 흥미 잃게해
“자연스레 도서관 발길 잦아져”
독후감 강요는 되레 흥미 잃게해
‘학교도서관대회’ 가보니···
‘학교도서관, 교육의 희망이 있는 곳입니다.’ 지난 4일과 5일, 수원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일대에서 열린 ‘2007 학교도서관 대회’의 주제다. 올해 대회는 16개 시·도 교육청에서 마련한 체험부스 및 관련 세미나, 거리공연 등의 행사로 꾸려졌다. 특히 사서교사 및 교사·학부모 등 학교도서관에 관심을 갖고 있는 관계자들은 학교도서관 시설 확충에 더해 ‘활용’에 대한 고민들을 나누며 활용 사례 발표와 체험 행사에 참여했다. 첫날만 해도 약 2500여명(경기도 수원교육청 집계)이 접수를 하는 등 올해 대회는 예년에 비해 크게 성황을 이뤘다. 우수 사례로 뽑힌 경기 김포의 금파초등학교(‘글빛누리터’)나 서울 오륜중학교(글사랑)의 학교도서관들은 도서관이 새로운 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우수사례를 소개하는 교사들 입에서는 ‘아침독서’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이 운동은 아침 등교 뒤 매일 10분에서 20분 가량 독서를 하자는 것이다. 아침독서 운동은 사실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학교를 중심으로 시작된 운동이 전사회적인 운동으로 퍼진 바 있다. 아침독서 운동에는 4가지 원칙이 있다. ‘모두 읽어요, 날마다 읽어요,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그냥 읽기만 해요’가 그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독서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여러 학급 또는 학교 차원에서 명상·영어·한자·숙제 대신 아침독서를 실시하고 있다.
아침독서 프로그램의 확산은 학교도서관의 변화와 직접 맞닿아있다. 도서관이 제 모습을 찾아야 이 프로그램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올해 본격적으로 아침독서를 시작했다는 인천 만석초등학교의 홍미화 교사는 “한 달에 한 권도 안 읽던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잘 안 읽던 친구들도 1주에 한 권 이상은 읽고 있다”면서 “이제는 점심시간에 학교도서관에 가서 책을 2권씩 가슴에 품고 오는 모습이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고 했다. 아침독서의 효과는 교실이나 도서관이 아닌 가정에서까지 나타나고 있다. 대구 범출초등학교 학부모인 사미숙씨는 “아침독서 덕에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보던 아이와의 전쟁이 끝났다”며 “아이가 일상적으로 책을 펼쳐보고 있다”고 했다. 교사들은 산만했던 아이들이 차분하고 수업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방법론 없이 아침독서를 했다가는 오히려 아이를 책과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4원칙 가운데서도 ‘매일, 꾸준히 그리고 그냥’ 읽는 것에 방점을 찍어두는 게 중요하다. 강제적인 ‘독후활동’으로 이어질 경우 아이들은 흥미를 잃기 쉬워서 이 시간만큼은 책 읽는 즐거움 자체에 목적을 두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충남 부성중학교의 허삼복 교감은 “중·고교에서야 입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독후활동들을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독서를 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서관 활용수업을 제대로 하는 교사들은 강의계획서에 참고도서 목록이 많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문학·환경·수학 등 장르별로 뭉뚱그린 목록이 아니라 ‘공룡’, ‘조상들의 놀이문화’, ‘우리 악기’와 같이 세분화된 도서목록을 놓고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교과서에서 공룡 이야기가 나오면 교사는 공룡의 역사, 종류, 습성, 현재와의 관련성 등을 보여주는 책들을 부교재로 써서 수업을 진행한다. 창원 사파초등학교 이동림 교사는 “그런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수업에 도움을 주는 게 사서교사의 구실이지만, 사서교사가 없을 때는 교사라도 도서관 자료와 교과를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림 자료가 풍부한 정보서들을 함께 읽을 때 아이들이 훨씬 집중도와 수업 참여도는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또 다른 안내자인 ‘학부모 도우미’와 연계한 수업도 눈길을 끌었다. 수업 중에 이뤄지는 학부모 동화구연 활동이 대표적이다. 도서관 도우미로 일하는 학부모가 도서관 자료를 찾아 교실로 찾아와 그림책을 읽어주는 방식이다. 지난 5월부터 학부모 도우미 동화구연을 시작한 용문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가 읽어준 책들을 다시 빌려보고 싶다는 예비 대출명단자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소연 교사는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이 학부형이 도서관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교실로 찾아와 낭독까지 해주니 더욱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중학교에서의 도서관 활용수업은 독후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독후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창의적인 놀이와 결합되는 게 중요하다고 봉림중학교의 송경영 교사는 말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읽은 책을 친구에게 소개하기 위해 카피나 광고를 만드는 ‘책 광고 만들기’를 해보거나, ‘춘향전’이나 ‘심청전’ 등을 읽고 그림책으로 표현해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무조건 쓰는, 단순한 형태의 독후 활동보다는 책을 통해 상상하고, 만들고, 기획하는 다채로운 일들을 즐기도록 하자는 얘기다. 사생대회나 백일장 등 틀에 박힌 행사 대신 ‘독후활동의 날’을 다채롭게 펼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아직은 소수이지만, 도서관 시설이 확충되면서 논술을 공교육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노력도 주목을 받았다. 충남교육청이 꾸린 ‘에듀퍼스트’라는 독서논술모임이 사례로 소개됐다. 충남 부성중학교 허삼복 교감이 중심이 돼 꾸린 이 모임은 일주일에 한 번씩 10명의 교사가 51명의 학생들과 함께 논술 공부를 하면서 도서관에 있는 단행본 자료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허 교감은 “도서관과 그곳에서의 독서활동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논술 수업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도서관이 방과 후 논술교육의 새로운 공간으로 이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교사가 개인 차원에서 소박하게 ‘도서관에서의 논술 수업’을 시범적으로 하는 식이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이 “서가에 꽂힐 만한 책이 부족하고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만한 사서교사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책은 학부모들한테서 기증을 받을 수도 있지만, 사서교사들의 확충은 요원하다고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우리나라 사서교사수는 400여명이다. 올해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실시한 1단계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이 끝나는 해다. 올 연말이면 전체 초·중학교 학교도서관의 65%가 리모델링을 끝낸다. 커진 외형을 채울 전문 인력과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힘을 쏟을 일이다. 글·사진 김청연 객원기자
“매일,꾸준히,다같이 하는게 중요” 아침독서로 ‘학교도서관 활성 우수’표창 금파초 윤현주 사서교사 “아침독서, 교사의 의지면 반은 성공한 거죠.” “당연히 아침독서 덕이죠, 뭐.”
올해 도서관대회에서 학교도서관 활성화 우수사례로 기관 표창을 받은 금파초등학교의 윤현주 사서교사는 수상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이 학교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차원에서 아침독서를 실시하고 있다. 아침독서를 하면서 학교 풍경은 다른 학교들과는 조금씩 다르게 바뀌었다. 우선 학교도서관은 아침 8시에 문을 연다. 아침독서 시간에 읽을 책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은 8시부터 8시30분까지 도서관에 들러 읽고 싶은 책을 고른다. 그리고 40분까지 입실하면 아침독서 관련 방송이 나온 뒤 학생들과 교사들은 20분 동안 아침독서를 한다.
“처음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저 역시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 지 잘 몰랐는데 어느 순간 자리를 잡아가던데요. 무엇보다도 매일, 꾸준히, 무슨 일이 있어도 다 같이 하는 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윤 교사는 특히 학생들만이 아니라 교사도 함께 입실을 해서 책을 읽는다는 데서 아이들의 참여도가 높아진 거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침독서 후 이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가 많이 차분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집중력이 향상돼 수업에 대한 참여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학교도서관의 월 대출권수가 3000권에서 7000권으로 느는 가시적 성과도 있었다. 윤 교사는 “지난해 리모델링 작업을 마치면서 외형적인 토대를 마련한 도서관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며 “학교 차원에서 시작하지 않은 곳이라도 교사 재량 아래 학급 차원에서라도 우선 실시해보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간혹 10분, 20분 그 짧은 시간에 뭘 하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실제 해보면 그게 아니던데요. 저학년 학생들 중에는 이 시간에 2권을 읽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컴퓨터, 텔레비전 등 시선을 현혹하는 매체들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고들 하는데 단시간이지만 이렇게 집중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다는 게 의미가 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방법론 없이 아침독서를 했다가는 오히려 아이를 책과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4원칙 가운데서도 ‘매일, 꾸준히 그리고 그냥’ 읽는 것에 방점을 찍어두는 게 중요하다. 강제적인 ‘독후활동’으로 이어질 경우 아이들은 흥미를 잃기 쉬워서 이 시간만큼은 책 읽는 즐거움 자체에 목적을 두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충남 부성중학교의 허삼복 교감은 “중·고교에서야 입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독후활동들을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독서를 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서관 활용수업을 제대로 하는 교사들은 강의계획서에 참고도서 목록이 많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문학·환경·수학 등 장르별로 뭉뚱그린 목록이 아니라 ‘공룡’, ‘조상들의 놀이문화’, ‘우리 악기’와 같이 세분화된 도서목록을 놓고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교과서에서 공룡 이야기가 나오면 교사는 공룡의 역사, 종류, 습성, 현재와의 관련성 등을 보여주는 책들을 부교재로 써서 수업을 진행한다. 창원 사파초등학교 이동림 교사는 “그런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수업에 도움을 주는 게 사서교사의 구실이지만, 사서교사가 없을 때는 교사라도 도서관 자료와 교과를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림 자료가 풍부한 정보서들을 함께 읽을 때 아이들이 훨씬 집중도와 수업 참여도는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또 다른 안내자인 ‘학부모 도우미’와 연계한 수업도 눈길을 끌었다. 수업 중에 이뤄지는 학부모 동화구연 활동이 대표적이다. 도서관 도우미로 일하는 학부모가 도서관 자료를 찾아 교실로 찾아와 그림책을 읽어주는 방식이다. 지난 5월부터 학부모 도우미 동화구연을 시작한 용문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가 읽어준 책들을 다시 빌려보고 싶다는 예비 대출명단자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소연 교사는 “그렇지 않아도 아이들이 학부형이 도서관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교실로 찾아와 낭독까지 해주니 더욱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중학교에서의 도서관 활용수업은 독후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독후활동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창의적인 놀이와 결합되는 게 중요하다고 봉림중학교의 송경영 교사는 말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읽은 책을 친구에게 소개하기 위해 카피나 광고를 만드는 ‘책 광고 만들기’를 해보거나, ‘춘향전’이나 ‘심청전’ 등을 읽고 그림책으로 표현해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무조건 쓰는, 단순한 형태의 독후 활동보다는 책을 통해 상상하고, 만들고, 기획하는 다채로운 일들을 즐기도록 하자는 얘기다. 사생대회나 백일장 등 틀에 박힌 행사 대신 ‘독후활동의 날’을 다채롭게 펼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아직은 소수이지만, 도서관 시설이 확충되면서 논술을 공교육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노력도 주목을 받았다. 충남교육청이 꾸린 ‘에듀퍼스트’라는 독서논술모임이 사례로 소개됐다. 충남 부성중학교 허삼복 교감이 중심이 돼 꾸린 이 모임은 일주일에 한 번씩 10명의 교사가 51명의 학생들과 함께 논술 공부를 하면서 도서관에 있는 단행본 자료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허 교감은 “도서관과 그곳에서의 독서활동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논술 수업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도서관이 방과 후 논술교육의 새로운 공간으로 이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교사가 개인 차원에서 소박하게 ‘도서관에서의 논술 수업’을 시범적으로 하는 식이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이 “서가에 꽂힐 만한 책이 부족하고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만한 사서교사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책은 학부모들한테서 기증을 받을 수도 있지만, 사서교사들의 확충은 요원하다고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재 우리나라 사서교사수는 400여명이다. 올해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실시한 1단계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이 끝나는 해다. 올 연말이면 전체 초·중학교 학교도서관의 65%가 리모델링을 끝낸다. 커진 외형을 채울 전문 인력과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힘을 쏟을 일이다. 글·사진 김청연 객원기자
“매일,꾸준히,다같이 하는게 중요” 아침독서로 ‘학교도서관 활성 우수’표창 금파초 윤현주 사서교사 “아침독서, 교사의 의지면 반은 성공한 거죠.” “당연히 아침독서 덕이죠, 뭐.”
금파초 윤현주 사서교사
학교도서관 관련 사이트 단행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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