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명령·강요의 말 대신 ‘마음속 얘기’ 들어주세요

등록 2007-05-13 22:08

가정에서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공감하려는 ‘비폭력 대화’가 중요하다. 사진은 군산의 한 초등학교 교실 풍경. <한겨레> 자료사진
가정에서와 마찬가지로 학교에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공감하려는 ‘비폭력 대화’가 중요하다. 사진은 군산의 한 초등학교 교실 풍경. <한겨레> 자료사진
소통과 관계를 위한 비폭력대화 /

① 가정에서의 비폭력대화
② 학교에서 비폭력대화

진정한 교육이란 아이들의 자연스런 호기심과 배움에서 나오는 기쁨을 한평생 유지해 창조적이고 유연하며 모험을 즐기는 삶을 살며 가까운 인척들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 공감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교육을 말한다. 즉 우리의 마음, 가슴 그리고 정신을 열고 넓혀서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교육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권위주의적 질서와 철저한 위계 서열 관계를 배운다. 특히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에 전혀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고 복종을 강요당하는 교사들의 모습을 볼 때 일찍이 군림·굴복을 배운다. 그래서 탐구심과 비판적인 생각은 억압당하고, 배려하지 않는 태도, 폭력적인 행동의 모델을 보며 자란다. 학교구조뿐만 아니라 교과과정 또한 폭력과 지배체제가 바람직한 것으로 가르친다. 역사 시간에는 전쟁의 연대를 외워야 하고, 사람을 대량학살하고 남의 땅을 정복한 것을 남자답고 영웅적인 것으로 이상화한 얘기를 배운다.

이런 구조와 이런 유형의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려는 선생님들도 많은 갈등과 고통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류와 다른 생명체들이 같이 살아남을 기회를 위협한다. 이런 지배체제 교육모델에서 벗어나려는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여러 곳에서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저항을 받기도 하며 지배체제로 퇴행하기도 한다. 특히 21세기를 특징짓는 애매모호한 뜻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는 불평등, 폭력, 인간과 자연에 대한 착취, 그리고 지배체제로의 퇴행을 가져오고 있다.

이런 위험한 퇴행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상호존중하고 배려에 바탕을 둔 인간관계를 경험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 경험은 개인적인 행복과 배움, 성장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좀 더 평화롭고 공평하며 배려하는 사회, 진정한 뜻의 민주적인 사회를 이뤄가는 데 밑바탕이 된다. 특히 지배를 하거나 지배를 받는 두 가지 대안만 있다고 배운 아이들에게는 특히 그런 경험이 중요하다. 학교가 등급을 매기는 비인간적인 공장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동료로서 관계를 맺는 곳, 느낌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곳, 아이들 하나하나가 인정받고 소중히 여겨지는 곳, 인간 정신이 성장하는 안전하고 가슴 설레는 곳으로 변하려면 먼저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새로운 인간관계를 배우며 동반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지배체제에서 잘 길들여진, 복종하는 노예들을 길러 내는 데 효과가 있었던 말(비난·비판·명령·강요의 말)들을 우리 교무실에서, 교실에서, 포기해야 한다. 그 대안 가운데 하나가 비폭력 대화(NVC)다.

비난·비판 등 폭력적인 말 포기해야
학생과 교사가 동반 성장할 수 있어
대화법 위해 교사에 대한 지원 필요

비폭력 대화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공감을 받고 배려를 받는 관계의 도구로서 함께 공부하고, 비폭력적으로 갈등을 해결하고, 공감하고 배려하는 방식으로 협력하며 자기 자신과 타인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젊은 사람들을 준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대화 방법이다. 우리의 미래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현재 우리의 교육이 어떤 종류의 문화를 전달하고 있는가’일 것이다. 서로 협력하고 평화롭게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교육인가? 아니면 지배체제와 폭력의 문화인가?


캐서린 한 / 한국NVC센터 대표 겸 비폭력대화센터(CNVC) 본부 이사
캐서린 한 / 한국NVC센터 대표 겸 비폭력대화센터(CNVC) 본부 이사
비폭력 대화의 목적은 질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모든 사람의 욕구가 평화롭게 충족될 수 있는 세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적대감 없이 서로의 욕구를 존중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서로의 삶에 기여하는 기쁨을 나눈다.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말하거나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줄 때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고 그 상황에서 느낌을 전하고 그 느낌의 원인인 욕구를 찾아서 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부탁을 한다.

이러한 지배체제의 교육구조에서는 선생님들도 아이들만큼이나 피해자다.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선생님들을 위해서 비폭력대화 설립자인 마셜 로젠버그 박사가 쓴 책이 곧 번역이 되어 나올 예정이다.

캐서린 한/한국NVC센터 대표 겸 비폭력대화센터(CNVC) 본부 이사

비폭력 대화의 예

학기 초부터 한 학생이 인상을 쓰면서 구석에 앉아 있어서 선생님이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하루는 “진경이 오늘 예쁜데” 하고 말해 주었더니, 픽 돌아서며 다른 아이에게 “담임 오늘 왜 저런대”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 상황에서 선생님은 화가 나고 속상했다. 혼자서 화를 내거나 우울해졌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이들을 야단쳤을지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 선생님이 진경이를 조용히 불러서 비폭력 대화 모델로 대화를 시도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선생님: 진경아, 아까 선생님이 너 예쁘다고 말했을 때 (관찰) 기분 나빴어? (상대의 느낌을 추측해본다.)

진경이: 네,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선생님: 음, 그러니까 너는 사람들이 서로 말을 할 때 진실하게 말하는 게 중요해? (욕구를 추측해서 확인을 해본다.)

진경이: 그렇죠. 선생님이 저 싫어하신다는 거 다 아는데 일부러 그러실 필요 없잖아요.

선생님: 너 그동안 힘들었어?(느낌) 선생님한테서 공평하게 관심을 받고 싶었는데?(욕구)

진경이: (침묵).

선생님: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불편해?(느낌) 어른들이 정말로 너에게 관심을 둘 거라는 것을 믿기가 힘들어?

진경이: (계속 침묵. 진경이의 말을 먼저 들어주고 이제 선생님이 자신의 말을 한다.)

선생님: 그런데 나도 네가 매일 구석자리에만 앉는 것을 보았을 때(관찰) 걱정이 되는 때가 있었고(느낌), 그래서 너와 좀 친해지기 위해(욕구) 한 말이 그렇게 들렸다니까 나도 좀 민망스럽기는 해.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 들으니까 너는 어떻게 들리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