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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도전정신이 ‘밑천’ 현장 경험이 ‘수확’

등록 2007-04-22 19:37수정 2007-04-22 21:37

그래픽 홍종길 기자
그래픽 홍종길 기자
도전! ‘청소년 CEO’
활발해진 ‘청소년 창업’
체험형 청소년 경제교육은 자기 주도적 학습의 주요한 유형이다. 특히 최근 들어 활발해지고 있는 청소년 창업은 청소년들에게 자립심과 도전 정신을 북돋아 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벤처 특기자 전형, 각종 창업대회 입상자 특채 등 대학이나 기업도 청소년 창업자들을 우대하고 있다. 자신의 미래를 자신의 힘으로 열어가는 청소년 창업자가 되려면 어디서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 서울 용산구 갈월동 청소년정보문화센터 4층에 있는 디디 뺄리꿀라. ‘언니네 영상’이라는 뜻인 이 회사는 영상제작 업체이다. 주로 청소년단체, 복지관, 대학교, 시민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단체·학교를 홍보하거나 행사를 알리는 영상물을 만들어 준다. 지난해 11월 창업했는데 이제 제법 자리를 잡아 월 수입이 300만~400만원은 된다. 요즘은 온라인 학원들의 인터넷 강의를 찍어 주느라 직원들은 밤 9~10시는 돼야 집에 들어간다.

그런데 회사 운영자들의 면면이 이색적이다. 박지희(21), 이민정(22), 김슬기(19)씨 등 3명이 공동창업자다. 박씨와 이씨는 대안학교인 미디어스쿨 1, 2회 졸업생이고, 슬기양은 5회 졸업생이다. 이들은 지난해 늘푸른여성지원센터가 10대 여성 자립지원 사업 공모를 한다는 공고를 보고 의기투합했다. 지원금은 모두 800만원. 김씨는 “이른 나이에 명함 주고받으며 세상을 배워가고 있다”며 “번듯한 회사로 키워 청소년 창업의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충북기계공고 3학년인 한수동, 남승현, 정재학군은 지난해 5월 양말업체를 세웠다. 이름이 ‘노란삭수’인 이 회사는 기능성 양말과 캐릭터 양말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보온, 아토피방지, 은나노 참숯, 황토 양말 등 온갖 기능성을 내세운 양말들을 만들어낸다. 또 자신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창조한 캐릭터를 새겨넣은 양말도 생산한다.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군은 “가장 흔하게 보는 게 양말이지만 조금만 다르게 만들면 사업이 될 거라고 생각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홍보 영상물 만들고…
기능성 양말회사 세우고…
월 수입 300만원 넘는 곳도
사업 원하세요?
창업학교 찾아 아이템 검증부터

청소년이 회사를 운영한다?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해마다 한국청소년벤처포럼을 여는 코리아영리더스포럼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청소년 벤처기업이 무려 200개가 넘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주로 학교에서 중퇴한 학생들이나 실업계고 학생들 위주로 창업이 이뤄졌는데, 요즘은 인문계고 학생이나 중학생까지도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하자센터가 지난해 연 청소년 창업대회 ‘틴틴 이코노미’에서 마리학교의 생활소품 염색팀 학생이 자신들의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고 있다.
하자센터가 지난해 연 청소년 창업대회 ‘틴틴 이코노미’에서 마리학교의 생활소품 염색팀 학생이 자신들의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고 있다.
아직 공부를 해야 할 나이에 무슨 창업이냐고 하면 이들은 창업을 통해서 배우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일차적으로 경제교육을 확실하게 받고, 나아가 자신의 적성과 특기를 키울 수 있으며, 자신감과 도전 정신을 갖게 된다고 청소년 시이오(최고경영자)들은 강조한다.

박계현 기독교청년회 청소년경제체험센터 소장은 “청소년 창업은 기본적인 경제 개념을 학습하고 체험을 통해 노동의 가치와 동기를 발견함으로써 청소년들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한다.


한영미 하자센터 프로젝트기획팀장은 “교과서 중심인 현재의 경제교육은 청소년들을 소비의 주체로 양산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창업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형 청소년 경제교육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창업 프로그램 어디에서 운영하나?

청소년 경제교육을 하는 곳은 꽤 많지만 창업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는 곳은 적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 이 곳에서는 10대 창업 프로젝트, 알바 서바이벌 캠프·게임, 틴즈 이코노미, 인턴십 프로젝트 등 청소년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을 받는 프로그램은 ‘요리 스튜디오’. 요리 문화, 이론, 양식 조리법, 커피 만드는 법, 창업과정 등의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매번 10명 안팎의 청소년을 모아 두 달 동안 꾸린다. 강사를 맡고 있는 차유진(33)씨는 “중학생들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하자센터가 두 달 과정으로 운영하는 디자인 발상 프로젝트수업 장면. 청소년들은 명함가게를 차리겠다는 꿈을 품고 이 수업에 참가했다고 했다.
하자센터가 두 달 과정으로 운영하는 디자인 발상 프로젝트수업 장면. 청소년들은 명함가게를 차리겠다는 꿈을 품고 이 수업에 참가했다고 했다.
대안학교 미디어스쿨은 미디어와 영상 관련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진로 탐색, 다큐 제작, 작작 프로젝트, 포토에세이 등의 강좌를 통해 창업을 원하는 청소년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2년 4학기제로 돼 있어 훈련 기간이 꽤 긴 편이다. 차영복 교장은 “선배들이 만든 회사에 후배들을 인턴으로 연결하는 식으로 창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가청소년위원회(all4youth.net)는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직업 정보를 제공하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다음달 시작한다. 이 프로그램은 어떤 직업을 갖기를 바라는 청소년들이 질문을 하면 거기에 맞는 현직 직업인이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는 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ypik.or.kr)은 탈북 청소년과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창업 교육을 하고 있다. 기본적인 경제 개념을 심어 준 뒤 사업계획서 작성, 경영 방법, 프레젠테이션 기법 등 창업에 구체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가르친다. 5월에 40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은 이번 여름방학에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4박5일 동안의 창업 캠프를 연다.

당장 창업이 어렵다면 창업 대회에 나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독교청년회 청소년경제체험센터는 다음달에 제5회 청소년벤처창업대회를 연다. 입상 팀에 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조사, 경영 기법, 판매 노하우 등 실질적인 창업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해 이 대회에는 25개팀이 참가했다. 이 대회를 계기로 창업한 뒤 현재까지 회사를 운영하는 팀이 4곳이나 된다.

기독교청년회가 지난해 연 청소년 벤처창업 게임에 참가한 아이스티팀은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티셔츠를 자신들의 힘으로 개발했다.
기독교청년회가 지난해 연 청소년 벤처창업 게임에 참가한 아이스티팀은 한여름에도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티셔츠를 자신들의 힘으로 개발했다.
●주의할 점은?

청소년 창업은, 톡톡 튀는 젊은 세대가 풍부한 아이디어로 뛰어들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자신감과 도전 정신을 키울 수 있어 이후 살아가는 데 큰 추진력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무엇보다 사업과 공부를 병행하기가 만만치 않다. 자금 조달도 쉽지 않다. 공부를 게을리한다는 부모님의 걱정을 어떻게 덜어낼지도 문제다. 이 때문에 실제로 사업체 등록만 해놓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창업 강좌와 동아리 활동에 참여해 정보를 교환하고 사업 아이템 검증 과정을 거칠 것을 조언한다. 또 창업 대회에 참가해 실전 연습을 해보는 것도 권장한다. 안전 장치로 선배들이나 아는 어른들과 공동창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하자센터 ‘청소년 경제체험 시장’

업체 탐방 제품정보 등 학습
가게 매니저 돼 위탁 판매도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하자센터에서는 다달이 넷째 토요일마다 청소년 경제체험 시장이 열리고 있다.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학부모, 지역 주민, 협력업체 등이 참여하는 이 시장은 이름하여 ‘맛보기 시장’. 청소년들이 기업체와 근로계약서를 맺어 하루 동안 직업체험을 해 보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시장에 참여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아르바이트 체험’으로 협력업체 부스에 일일직원으로 들어가 업체 상품을 소개하고 파는 일을 한다. 청소년이 가게 매니저가 되어 협력업체 부스 기획과 운영, 정산, 제품관리, 재고 파악 등을 책임지고 떠맡는 ‘위탁 판매’ 과정도 있다. 아르바이트 체험과는 다른 집중력과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이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모든 청소년은 협력업체의 개요와 제품 정보, 서비스 마인드 등을 업체 탐방을 통해 미리 학습해야 한다. 또 근로계약서와 이력서 작성법을 배우고, 참가한 뒤에는 체험 평가서를 작성해 낸다. 협력업체와 관계없이 자신의 창업 아이템으로 ‘일일창업’을 해볼 수도 있다. 청소년 개인 또는 팀 단위로 참가할 수 있다.

한영미 하자센터 프로젝트기획팀장은 “실물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고 노동의 가치를 이해하며 진로탐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02)2677-9200(내선 216). 박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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