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부실에는 19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년도별 연극 작품명과 1년 동아리 운영계획이 붙어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최우수 연극동아리 대진여고 〈일막 일장 첫구절〉을 만나다
대진여고 연극동아리 <일막 일장 첫구절>은 2006년 서울시 우수동아리로 선정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 동아리이다. 현재 3학년 9명, 1학년 16명의 부원들이 동아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
대진여고 연극동아리는 19년 된 학교와 역사를 같이했지만, <일막 일장 첫구절>이란 이름은 지난 7기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정확한 유래는 모르지만, 이름만 들어도 연극부임을 알 수 있는 지금의 동아리명이 참 마음에 든다. 특히 ‘일막 일장 첫구절’이 연극의 시작을 알리는 첫 대사를 뜻한다는 점에서 ‘처음’의 설렘과 기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3월 중순 경 19기 신입생을 선발한 <일막 일장 첫구절>은 동아리 홍보를 할 때 대회수상경력과 부원들 간의 탄탄한 단합을 강조했다. 실제 대진여고는 2004년 청소년 성장극 ‘투명비닐의 꿈’으로 동국대 주최 연극제 대상을 수상했고, 연극동아리 학생들의 배역갈등과 우정을 그린 ‘소녀 가시나무에 별을 걸다(2005)’는 서울전국연극협회 연극제에서 대상의 영광을 안겨줬다.
이외에도 5.18광주항쟁으로 정신병을 앓는 할머니와 가족의 갈등을 다룬 ‘할매의 아바타(2006)’로 전국대회 우수상을 받았고, 매년 서울학생동아리한마당 연극분야에서 1,2등을 다툴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연극부 담당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만들어낸 순수창작물이다. 주로 교사가 연극 주제나 콘셉트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청소년극에 맞게 재구성해 대본을 작성한다. 2003년 이후 4개의 창작물을 만들었다.
2006년 18기의 집단 탈퇴, 가슴 아픈 기억
“그래도 소중한 연습시간은 줄일 수 없어” 하지만 동아리 운영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들어온 18기 후배 4명이 연극동아리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집단 탈퇴를 한 것. 현재 2학년 부원이 한명도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8기 부원들은 다른 학년들보다 수도 적고, 빡빡한 연습시간 때문에 동아리 활동에 흥미를 못 느끼고 그만 뒀다. 그도 그럴 것이 <일막 일장 첫구절>은 하루 평균 6시간, 방학 때는 11시간 씩 연극연습을 한다. 연습시간에는 발성부터, 호흡을 기본으로 해서 대본이 완성되면 읽기(리딩), 동선 잡기 등을 한다. 이렇게 1년에 한 개의 창작물을 준비하려면 매일 모여 연습해도 모자랄 정도이다. 오죽하면 학생들은 가족들보다 연극동아리 친구들을 마주하는 시간이 더 많아 “집이 하숙집 같다”고 웃으며 말한다. 매일 연습에 학원도, 과외도 포기해야 하는 동아리 활동이 힘들기도 하고, 몇 개월이나마 함께했던 후배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가슴 아팠지만, 연습시간을 줄이는 데 타협할 수는 없었다. “연극은 고생하면서 낙이 오는 활동이에요. 큰 대회를 준비하다 보면 부원들 간의 단합이 가장 중요한데, 인문계학교다 보니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요. 그런데 배역을 맡은 학생이 빠지면 전체 작품 준비에도 차질이 있기 때문에 연습시간은 꼭 보장해요.”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매일 밤늦게까지 동아리실이나 강당에서 연습하면서 수위아저씨와 마찰을 빚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기자가 방문한 7일에도 정문에서 강당 위치를 묻자 “연극동아리 찾아 왔느냐?”며 “올해부터 없어졌다고 하던데… 매일 늦게 가서 힘들었는데 잘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내막에는 수위아저씨와 관계개선을 위한 담당교사의 선의의 거짓말(?) 작용한 듯 하다. 동아리는 학교생활의 ‘엔돌핀’
가족 같은 친구들과 꿈 키워가요
대진여고 연극동아리 학생들이 이토록 연습에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조성인(고3)양은 작품을 완성하는 순간 느끼는 성취감과 희열을 동아리 활동의 힘이라고 말한다. “연습할 때는 많이 힘들고, ‘굳이 밤늦게까지 연습해야 하나’ 고민도 되지만 관객들 앞에서 피날레를 하고 커튼콜을 받으면 ‘아~ 이만큼 좋은 게 없구나’라고 생활 될 정도로 감격스러워요. 그때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에요.”
김재경(고3, 부장)양은 연습하면서 많이 싸우는 만큼 정도 많이 든다고 털어놨다. “3년을 함께하면 동기들이 가족처럼 느껴져요. 피곤하고 힘들 때도 친구들과 있으면 너무 좋고, 맛있는 거 먹을 때도 동기들이 생각나요.”
이러한 의미에서 전미란(고3)양은 동아리 활동은 학교생활의 ‘엔돌핀’이라고 말한다. 동기들과 함께 있으면 어느 샌가 웃음이 나고, 고민과 어려움을 털어 놓으면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연극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진로를 결정하고, 남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며 자기를 단련하는 인성교육의 새로운 장이 되기도 한다.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연극의 특성상 배역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본이 나오고 캐스팅(배역결정) 할 때 학생들이 원하는 역할을 1지망, 2지망으로 적고 담당교사의 판단으로 최종 정한다. 자기 하고 싶은 배역을 맡지 못 할 때 속상하고 서운하기도 하지만, 막상 작품이 완성 될 때 쯤 되면 무엇보다 자기역할에 애정을 갖는다.
이재영(고3)양은 “스텝도 (배우처럼) 무대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음향 엔지니어를 하면서도 단순히 기계만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와 함께 호흡하고, 관객의 편의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무대에만 서지 않을 뿐, 오히려 배우보다 대본을 더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것.
연극을 하면서 연극영화과로 진학을 결정했다는 이준영(고3)양은 ‘무조건 연습하면 결실을 이룰 수 있다’는 좌우명을 바탕으로 대학에 가서도 연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교사, 예산지원· 연극 지도… <일막 일장 첫구절>과 희로애락 함께해
반면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데는 담당교사의 역할이 컸다.
올해로 14~15년 째 연극동아리를 담당·지도하고 있는 이정수(사회과, 특별활동부장)교사는 학생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축제지원금을 포함해 1년에 20-30만원이 전부인 학교예산을 극복하기 위해 서울문화재단이나 교육청 등 외부에서 예산지원을 받아오기도 하고, 일주일에 두 번 진행하는 비교과 특기적성 시간에 외부강사의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교사는 연극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사)한국교사연극협회 임원으로서 정기적으로 공연도 하고, 다른 학교 동아리 운영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있기에 교사도 있다”며 ‘아이들이 원한다면 뒤에서 밀어주자’라는 기조로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때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아이들의 눈빛을 보면 뿌리칠 수 없었다고 한다.
20여명의 신입생과 함께 2007년에도 더 큰 도약을 꿈꾸는 <일막 일장 첫구절>은 이번에 ‘아리랑’과 같은 민요적 소재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것이 좋다’라는 것을 강조하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라며 웃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포부가 깃들어 있었다.
김수아(고1)양은 ‘연극 연습을 하면서 너 자신도 성숙해 질 거다’라는 언니의 추천으로 연극부에 들어왔다며, 동아리를 하면서 고등학교 생활을 잘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방송인을 꿈꾸는 송연주(고1)양은 “발성 연습하다보니 연극에도 욕심이 생겨요. 또 3학년 언니들이 편하게 잘 대해 주셔서 참 좋아요. 선배들이 해 온 것보다 더 잘해서 점점 발전하는 동아리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제10회 전국청소년연극제 출전극 ‘할매의 아바타(2006)’ 공연 사진 ⓒ 한국연극협회
“그래도 소중한 연습시간은 줄일 수 없어” 하지만 동아리 운영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들어온 18기 후배 4명이 연극동아리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집단 탈퇴를 한 것. 현재 2학년 부원이 한명도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8기 부원들은 다른 학년들보다 수도 적고, 빡빡한 연습시간 때문에 동아리 활동에 흥미를 못 느끼고 그만 뒀다. 그도 그럴 것이 <일막 일장 첫구절>은 하루 평균 6시간, 방학 때는 11시간 씩 연극연습을 한다. 연습시간에는 발성부터, 호흡을 기본으로 해서 대본이 완성되면 읽기(리딩), 동선 잡기 등을 한다. 이렇게 1년에 한 개의 창작물을 준비하려면 매일 모여 연습해도 모자랄 정도이다. 오죽하면 학생들은 가족들보다 연극동아리 친구들을 마주하는 시간이 더 많아 “집이 하숙집 같다”고 웃으며 말한다. 매일 연습에 학원도, 과외도 포기해야 하는 동아리 활동이 힘들기도 하고, 몇 개월이나마 함께했던 후배들을 떠나보내는 것이 가슴 아팠지만, 연습시간을 줄이는 데 타협할 수는 없었다. “연극은 고생하면서 낙이 오는 활동이에요. 큰 대회를 준비하다 보면 부원들 간의 단합이 가장 중요한데, 인문계학교다 보니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요. 그런데 배역을 맡은 학생이 빠지면 전체 작품 준비에도 차질이 있기 때문에 연습시간은 꼭 보장해요.”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매일 밤늦게까지 동아리실이나 강당에서 연습하면서 수위아저씨와 마찰을 빚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기자가 방문한 7일에도 정문에서 강당 위치를 묻자 “연극동아리 찾아 왔느냐?”며 “올해부터 없어졌다고 하던데… 매일 늦게 가서 힘들었는데 잘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내막에는 수위아저씨와 관계개선을 위한 담당교사의 선의의 거짓말(?) 작용한 듯 하다. 동아리는 학교생활의 ‘엔돌핀’
가족 같은 친구들과 꿈 키워가요
“8월 연극공연 보러보세요”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일막 일장 첫구절〉부원들과 이정수 교사. “행복한 동아리,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 가요”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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