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낙하
자유 낙하
한 소년의 꿈속 여행을 소재로 한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세밀하고 사실적인 그림과 초현실적인 구성이 읽는 이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이끈다.
한 소년이 서양장기판처럼 네모난 무늬가 그려진 이불을 덮고 책 한 권을 가슴에 품은 채 잠들어 있다. 첫 장을 넘기면 열린 창으로 불어온 바람에 책 한 장이 찢겨져 들판 위로 날아가는 장면이 두 쪽에 걸쳐 펼쳐진다. 알고 보니 소년이 보다 잠든 책은 지도책이다. 소년이 베고 있던 베개는 하얀 구름으로, 덮고 있던 이불은 너른 들판으로 변한다. 이 때부터 지도를 찾아 떠나는 환상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다음 장을 넘기면 너른 들판은 점점 장기판으로 변하고, 장기 말들은 사람으로 변한다. 다음 장에서는 사람으로 변한 장기 말들이 소년을 장기판과 이어진 성으로 안내한다. 소년이 찾는 지도는 경비병들이 지키고 있는 성벽에 둘둘 말려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상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변화가 이어진다. 소년이 지도를 찾아 뛰어 올라간 성벽은 무서운 용의 꼬리로 변하고, 지도는 비둘기와 함께 어디론가 날아간다. 무시무시한 용을 피해 숲으로 달아난 소년과 친구들은 비둘기를 쫓아 나무가 변한 책 속으로 들어간다. 책 속에서 빠져나온 소년은 책이 변해 나타난 성으로 들어가고, 마침내 지도를 손에 넣게 된다. 성 안에는 소년의 손가락 크기만 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지도를 펼쳐 놓고 소년에게 뭔가를 설명해 준다. 소년은 소인국 사람들이 내어 준 돼지에 올라타 다시 여행길에 오른다. 소인국의 성은 바위산으로, 바위산은 다시 도시의 건물들로 변하더니, 갑자기 도시가 책장이 떨어지듯 하나하나 떨어져 바람에 날려간다. 물론 소년도 건물 조각과 함께 날아간다. 바람에 흩날리는 건물 조각 뒤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다. 날아간 건물들은 마치 퍼즐이 맞춰지듯 서로 맞붙으며 다시 한 장의 지도를 만들어낸다. 이렇듯 책장을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변화무쌍한 장면들이 이어져 마치 환상적인 ‘슬라이드 쇼’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과연 소년과 친구들이 펼치는 모험 여행의 끝은 어디일까?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 책을 한장한장 뜯어 이어붙이면 책의 모든 장면을 하나로 길게 이을 수 있다. 마치 하나의 긴 두루마리 그림처럼. 책장을 넘기며 앞뒤의 그림을 맞춰 보는 즐거움을 누려 보자.
데이비드 위스너 지음, 이지유 해설. 미래M&B/9천원.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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