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서울 한 초등학교 1학년생들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엄마손’을 든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체험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스쿨 존’ 교통사고 여전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의 등·하굣길이 불안하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 존)이 현재 1천곳 넘게 늘었지만, 어린이들의 교통사고는 다른 나라들에 견줄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4년 회원국 통계를 비교해 보니, 교통사고로 숨진 14살 이하 어린이가 인구 10만명당 3.1명이나 됐다. 미국(3.5명)에 선두를 내줬지만, 스웨덴(0.9명)의 3.4배, 일본·독일(1.3명)의 2.4배나 된다.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
초등 1·2학년이 사망자 절반 넘어
손들고 건너기 등 습관 중요
지역사회 동참 ‘모둠하교’ 눈길 학교 근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도 어린이 교통사고는 3월 새 학기가 되면 급증하기 시작해, 6월까지 40건 넘게 발생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최근 꽤 늘렸는데도 몇 년 동안 비슷한 추세인 점을 보면, ‘학기 동안 아이들이 많이 다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더구나 초등 1~2학년 저학년생들이 많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2001~2005년 교통사고로 숨진 초등학생 707명 가운데 1학년생이 242명(34.2%), 2학년생이 147명(20.8%)으로 절반을 넘는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어려서 올바른 보행 습관을 들이는 것이 평생 자녀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말한다. 17년째 교통안전 문화 운동을 해 온 허억(47)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아이들에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올바른 습관을 길러 주기만 해도, 교통사고를 상당 수준 예방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학교에서 교통 안전교육은 그동안 꽤 강화돼 왔다. 서울시교육청 양금정 장학사는 “교통 안전생활 교육을 특별히 잘 하는 학교를 꼽기 힘들 정도로 학교들이 너나없이 교통안전에 힘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년 동안 안전교육 시범학교로 운영해 온 서울 강서구 내발산초등학교 최병술 교장은 “갖가지 교육 프로그램으로 교통안전 의식을 높였다고 자평한다”며 “그렇다고 아이들이 습관으로 굳혔다고까지 자신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안전교육 위주에서 나아가, 행정자치부, 경찰청과 함께 어린이 보호구역을 924곳 더 늘리겠다고 한다. 방지턱을 만들고 교통안내판을 정비하는 데 1822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 몸에 교통안전 습관을 익히게 하려면, 학부모들의 관심이 필수다. 어머니안전지도자회 이복희 강사는 “학부모들도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법을 숙지하고 아이가 일상생활을 하는 가운데 익히도록 하는 게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아동안전운동단체 세이프키즈코리아(safekids.or.kr)가 초등 신입생의 교통안전 운동에 집중해 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단체는 2002년부터 해마다 3월이면 ‘엄마손 들고 안전하게 길 건너기 캠페인’을 한 달 동안 벌인다. 노란색 플라스틱으로 만든 ‘엄마손’을 쥐어 주며, 횡단보도를 건널 때 손을 쳐들고 운전자와 눈을 맞추는 습관을 들여주자는 것이다. 전국 초등학교 500여곳에서 초등 새내기들과 학부모들에게 어린이 교통안전 수첩을 나눠주며 교육도 한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올해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첫선을 뵈인 ‘걸어다니는 통학 버스’(워킹 스쿨버스) 운동은 지역사회,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운전자’격인 인솔자가 1학년 아이들을 모이게 한 뒤 집 방향별로 모둠 지어 함께 하교하는 것이다. 집이 가까와진 아이가 손을 들어 인솔자에게 알리고 행렬을 빠져나가거나 버스에서 내리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국, 영국, 뉴질랜드에선 몇 년 전부터 해왔다고 한다. 학부모에게만 도움을 요청하는 데서 나아가, 예컨대 동네 노인들도 도와줄 수 있다는 게 이 단체의 제안이다. 허억 사무처장은 “어린이가 길거리에서 목숨을 잃는 일을 확 줄이려면, 학교와 학부모는 물론, 지역 시민과 자원봉사단체들도 함께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초등 1·2학년이 사망자 절반 넘어
손들고 건너기 등 습관 중요
지역사회 동참 ‘모둠하교’ 눈길 학교 근처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도 어린이 교통사고는 3월 새 학기가 되면 급증하기 시작해, 6월까지 40건 넘게 발생한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최근 꽤 늘렸는데도 몇 년 동안 비슷한 추세인 점을 보면, ‘학기 동안 아이들이 많이 다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더구나 초등 1~2학년 저학년생들이 많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2001~2005년 교통사고로 숨진 초등학생 707명 가운데 1학년생이 242명(34.2%), 2학년생이 147명(20.8%)으로 절반을 넘는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어려서 올바른 보행 습관을 들이는 것이 평생 자녀의 안전을 지켜준다고 말한다. 17년째 교통안전 문화 운동을 해 온 허억(47)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아이들에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올바른 습관을 길러 주기만 해도, 교통사고를 상당 수준 예방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학교에서 교통 안전교육은 그동안 꽤 강화돼 왔다. 서울시교육청 양금정 장학사는 “교통 안전생활 교육을 특별히 잘 하는 학교를 꼽기 힘들 정도로 학교들이 너나없이 교통안전에 힘쓰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년 동안 안전교육 시범학교로 운영해 온 서울 강서구 내발산초등학교 최병술 교장은 “갖가지 교육 프로그램으로 교통안전 의식을 높였다고 자평한다”며 “그렇다고 아이들이 습관으로 굳혔다고까지 자신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안전교육 위주에서 나아가, 행정자치부, 경찰청과 함께 어린이 보호구역을 924곳 더 늘리겠다고 한다. 방지턱을 만들고 교통안내판을 정비하는 데 1822억원을 들일 계획이다.
나라별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 2001-2005년 초등학교 학년별 교통사고 사망자
아동안전운동단체 세이프키즈코리아(safekids.or.kr)가 초등 신입생의 교통안전 운동에 집중해 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단체는 2002년부터 해마다 3월이면 ‘엄마손 들고 안전하게 길 건너기 캠페인’을 한 달 동안 벌인다. 노란색 플라스틱으로 만든 ‘엄마손’을 쥐어 주며, 횡단보도를 건널 때 손을 쳐들고 운전자와 눈을 맞추는 습관을 들여주자는 것이다. 전국 초등학교 500여곳에서 초등 새내기들과 학부모들에게 어린이 교통안전 수첩을 나눠주며 교육도 한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올해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첫선을 뵈인 ‘걸어다니는 통학 버스’(워킹 스쿨버스) 운동은 지역사회,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운전자’격인 인솔자가 1학년 아이들을 모이게 한 뒤 집 방향별로 모둠 지어 함께 하교하는 것이다. 집이 가까와진 아이가 손을 들어 인솔자에게 알리고 행렬을 빠져나가거나 버스에서 내리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국, 영국, 뉴질랜드에선 몇 년 전부터 해왔다고 한다. 학부모에게만 도움을 요청하는 데서 나아가, 예컨대 동네 노인들도 도와줄 수 있다는 게 이 단체의 제안이다. 허억 사무처장은 “어린이가 길거리에서 목숨을 잃는 일을 확 줄이려면, 학교와 학부모는 물론, 지역 시민과 자원봉사단체들도 함께 나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범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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