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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쇼 선생님께 미국이라는 나라의 존재 가치를 긍정하게 만드는 책들이 아주 가끔 있다. 〈헨쇼 선생님께〉는 미국이 아니었으면 탄생하지 않았을 소설이다. 이동식 컨테이너에 사는 사람들, 대륙을 횡단하며 트럭을 모는 아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결혼한 엄마, 아이를 두고 이혼한 부부 등은 온통 ‘미국적’인 소재와 설정이다. 그러나 주인공 소년 리 보츠는 전혀 미국적이지 않다. 세계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아이다. 그는 지금 따분하기 짝이 없는 가난한 동네에서 지루함에 몸을 비비틀고 있다. 특별히 총명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바보 멍청이도 아니다. 리 보츠가 스스로 말한 것처럼 그저 ‘평균치의 소년’이다. 세상의 모든 놀라운 일이 언제나 그러하듯, 변화는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학교 선생님이 책 한 권을 소개한다. 작가에게 편지를 쓰는 숙제도 내준다. 리 보츠는 작가의 책이 “아주 재밌었다”며 편지를 쓴다. 딱 세 문장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쓴 이 편지는 이후 6학년 때까지 계속된다. 글은 길어지고 표현도 성숙해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에게 보내는’ 일기도 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숙제라서 시작했는데
6학년 때까지 이어져
소년기의 진한 상처가
감동으로 차오른다
소년은 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만나기 힘든 아빠에 대한 그리움, 이혼한 엄마에 대한 애증, 도시락을 훔쳐가는 정체불명의 도둑, 그리고 그다지 중대한 이유도 없이 작가가 되겠다고 문득 결심한 자신의 소망 등을 말한다. 그 흔한 ‘지은이의 말’이나 ‘옮긴이의 말’도 없이, 〈헨쇼 선생님께〉는 다짜고짜 편지로 시작해 일기로 끝난다. 약간의 당혹스러움도 잠시의 일이고, 소년의 이야기를 ‘훔쳐보느라’ 이 책을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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