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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머리 맴돌던 학교공부 몸으로 배우니 ‘쏙쏙’

등록 2007-03-11 17:41수정 2007-03-11 17:49

강화도 역사체험에서는 직접 돌을 운반하는 체험을 해보며, 옛날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고인돌을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다.
강화도 역사체험에서는 직접 돌을 운반하는 체험을 해보며, 옛날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고인돌을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다.
무턱대고 현장학습은 역효과
적성에 맞는 프로그램 위주로
연간계획 세워 차근차근 해야
토요 격주 휴업 실시와 새로운 형태의 학습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가 맞물려 체험학습 인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많은 체험학습 활동이 체계적인 계획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파편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수준과 적성, 흥미에 맞고 학교 교육과정과도 연계된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연간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편집자

새 학년의 시작과 함께 체험학습 계획을 세우는 집들이 많다. 주말 가족 나들이, 교회나 청소년수련관의 수련회, 지역 문화행사 참여, 국내외 자원봉사 등 그동안 해왔던 여러 체험학습 활동들이 생각보다 큰 효과를 가져온 것을 많은 학부모와 아이들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체험학습은 초등학생의 인지발달 수준에 맞는 가장 효과적인 지식형성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선생님께 배우기만 했던 것이 명확하게 머리 속에 개념을 잡게 하는 데 체험학습이 그만인 것이다. 이는 마치 유아에게 백과사전만으로 곰, 우주선을 알려주기보다는 실제로 곰과 우주선을 보여줬을 때 그 개념을 더 잘 아는 것과 비슷하다.

강화도의 고인돌을 구경하고 있는 초등학생들.
강화도의 고인돌을 구경하고 있는 초등학생들.
체험학습은 발달 단계에 따른 학습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 서승호 어린이역사문화학교 교사는 “아직 인지구조가 덜 성숙된 초등학생은 직접 체험을 통해 오감으로 정보를 습득해야 제대로 된 자기 지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도 길러지고, 공부에 대한 자신감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체험학습 만능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교과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무턱대고 역사 현장학습에 참가시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또 좋아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라고 무조건 배제하면 나중에 아이의 단점만 방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김정주 모든학교 체험학습연구소장은 “체험학습은 아이의 적성에 맞춰 준비되어야 한다”며 “아이와 상의해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하면 체험학습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체험학습을 즐기는 수준에 이르면 그 다음에는 아이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프로그램에 대한 빈도를 점점 늘려 나가면 된다. 아이는 어느덧 자신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두려움 없이 부닥쳐 보고자 하는 학습 의지가 생겨난다.

초등 1~2학년

초등학교 1~2학년에게는 자연에서 숨쉬고 뛰놀면서 배울 수 있는 놀이 형태나 단순 견학이 좋다. 이 시기에는 야외에서 진행되는 체험형 학습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해주자. 시골 개울가 물놀이나 민속놀이, 농촌과 숲 체험 프로그램, 그리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동물원이나 체험전 등을 자주 다니도록 한다. 틈틈이 2~3가지 중요한 사항들을 반복해서 알려주고, 집에 돌아와서 일기 형태로라도 체험학습 보고서를 꼭 써보게끔 하는 것도 잊지 말자.


엄마와 함께 하는 전통문화체험에서 한 아이가 땅콩을 수확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엄마와 함께 하는 전통문화체험에서 한 아이가 땅콩을 수확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초등 3~5학년

초등학교 3~5학년 아이들은 본격적으로 다양한 체험학습에 참가할 것을 권한다. 이 시기의 다양한 직접 체험이 자기학습 능력과 자신감을 길러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학원에서 무리하게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보다는 학교 진도보다 1~2개월 가량 빠르게 체험학습을 해보는 것도 좋다. 특히 이 시기의 과학 교과는 동·식물과 곤충, 천문·우주, 암석·화석, 에너지, 물의 순환 등에 대해 학기를 거듭하면서 심화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체험학습을 통해 미리 명확한 개념을 잡아주도록 하자.

5학년 2학기부터 6학년 아이들은 중학 사회 교과를 미리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한국사 현장학습을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시에 정치, 경제, 지리, 세계사 등 사회 교과를 구성하는 여러 분야에 대한 기초 개념을 쌓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초등 3학년과 5학년 두 아이를 두고 있는 김미경(43·서울 송파구 오금동)씨는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부모를 잘 따라다니려 하지 않고 설명도 오래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30분 정도 설명을 듣도록 하고 나머지는 만들기, 그리기 등 참여활동으로 진행하면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초등학교 3~5학년 교과 과정에 맞춰 계절과 학기에 따라 적합한 프로그램을 알아 보면 다음과 같다.

● 3월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새로운 시작은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하게 마련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초등학생에게는 이 시기에 사회적 관계 형성과 새로운 학습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부모와 동행하는 체험학습도 좋지만, 다양한 환경의 여러 아이들과 만나 1일 체험을 다녀올 수 있는 전문업체의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또한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부담없이 시작해 보자.

● 4~5월

꽃이 만개하는 4월은 야외활동에 적합한 시기이다. 야외활동이 많은 농·어촌 체험은 다양한 사회환경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 좋고, 유적과 문화재를 직접 찾아가 견학하는 강화도·공주·부여 역사체험은 교과학습에도 도움이 된다. 가족의 달 5월에는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식물원 탐방, 숲생태 관찰 등의 체험활동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에는 반드시 정리활동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강화역사관을 방문한 뒤 체험학습 보고서를 쓰고 있다.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에는 반드시 정리활동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강화역사관을 방문한 뒤 체험학습 보고서를 쓰고 있다.
● 6~7월

장마가 지나가고 더위가 시작되는 이 시기에는 실내와 야외 프로그램을 적절히 고려해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또 학기말 시험을 준비해야 하므로 무리한 일정을 잡기보다는 주제를 정해 주변의 박물관과 공공기관 등을 견학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8~9월

방학은 ‘학생의 건전한 심신의 발달을 위해 실시하는 장기간의 휴가’인 만큼, 재미와 학습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동·식물원 견학이나 숲생태, 계곡탐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자연환경 관찰과 생태학습을 병행하면 좋다. 날씨가 더워 야외활동이 힘든 날에는 견학홀, 박물관 등 실내체험을 진행하면 된다.

● 10~11월

가을은 수확과 결실의 계절인 만큼 곳곳에서 다양한 지역문화행사가 열리고, 야외활동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때다. 온 가족이 함께 전통문화와 민속놀이를 체험해보고자 한다면 한국민속촌이나 안동 하회마을, 외암리 민속마을 등을 견학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 싫다면 천문대 프로그램이나 동굴탐사, 방송국 견학 등의 이색체험을 해 보는 것도 괜찮다.

● 12월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에는 연말연시 분위기와 크리스마스 시즌에 들떠 자칫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기 쉽고, 날씨가 추워져 움츠리다 보면 건강도 나빠지기 쉽다. 이럴 때는 야외 활동 프로그램 1~2가지와 박물관 견학 등 실내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 좋다. 철새 탐조의 경우, 겨울철에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다양한 철새들을 직접 관찰하고(실외), 조류 관련 박물관을 견학(실내)하는 순서로 진행하면 좋고, 에너지체험의 경우 댐, 발전소 등을 직접 견학하고(실외), 에너지 관련 전시관을 견학(실내)하면 더욱 알찬 내용으로 학습할 수 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도움말: ㈜모든학교(schoolall.com), 어린이역사문화학교(goodschooli.com), 생태문화연구소 새봄(saebo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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