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47.5% 수능점수로 뽑는 ‘우선 선발 제도’ 도입
고려대가 2008 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대학 수학능력 시험(수능) 반영 비율을 크게 높여 특목고 출신 학생들에게 더 유리해진 전형안을 발표했다. 고려대는 27일 전체 정원의 최대 47.5%까지를 수능 점수로 뽑는 ‘우선 선발 제도’ 도입을 뼈대로 한 2008 학년도 학생선발 계획을 발표했다.(표 참조) 우선 선발 제도는 모집 단위별로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정원의 50%씩 뽑은 뒤 나머지를 학생부와 논술·수능 성적으로 가리는 것으로, 학생부 등급에 견줘 수능 등급이 높은 특목고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수시 2학기 우선 선발 대상을 ‘수리·외국어 영역 모두 1등급’으로 정한 것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전형요소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한 교육부 방침과 배치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려대가 제시한 조건이 최저학력 기준으로서 의미를 가지려면, 모집 정원보다 많은 학생들이 기준을 충족시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어야 한다. 그러나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2~4개 모집군을 제외하면 지원자들이 이런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가 모집군별 정원의 50%를 넘지 않는다”고 밝혀, 대다수 모집군에서 이 기준만 충족하면 우선으로 선발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또 △과학영재 전형 지원자격을 과학 전문교과 이수자로 한정해 과학고 출신 학생들만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특목고생 동일계열 진학 때 비교내신 적용 △고교 과목별 차등 내신제 등 그동안 특목고 ‘특혜’ 논란을 불렀던 제도들을 신설하거나 유지했다. 다만, 비교내신과 관련해 박 처장은 “기존과 같이 정시모집 일반전형에 비교내신을 적용하되, ‘동일계’의 개념을 교육부 방침에 맞춰 외국어고는 어문계열, 과학고는 이공계열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또 수시 특별전형으로 미국 쪽 대학 수능시험(SAT) 등 외국 대학 입학시험 성적을 전형요소로 반영하는 글로벌 케이유(KU) 전형을 신설했다. 지역별로 선발 인원을 할당하는 지역인재 전형과 사회봉사활동 우수자 전형은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학윤 함께하는 교육시민모임 부회장(잠신고 교사)은 “지방 우수 인재보다 조기 유학생을 우대하는 고대의 방침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대림 교육부 대학학무과 사무관은 “고려대의 수시 우선선발이 수능 등급을 전형 요소로 활용하지 못하게 한 방침을 어겼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케이유 전형에 국내 학생들도 미국 에스에이티를 치르면 지원할 수 있게 한 점, 과학고 출신만을 뽑는 과학영재 전형이 모집단위를 한정하지 않아 의대 등에도 지원할 수 있게 한 점 등은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여 대학 쪽의 태도를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이수범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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