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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판단의 갈림길, 가슴에 손을 얹어보라

등록 2007-02-12 14:57

논리로 키우는 논술내공
칸트에게 배우는 양심 활용법

송나라 양공은 초나라와 강을 사이에 두고 전투를 벌였다. 마음 급한 초나라가 먼저 강을 건너 왔다. 송나라 참모들은 신중했다. “적은 많고 우리는 적습니다. 적의 군대가 대열을 갖추기 전에 공격해야 합니다. 강을 건너느라 흐트러진 바로 이때가 기회입니다.”

그러나 양공은 고개를 저었다. “남의 약점을 노리는 짓은 비겁하오. 군자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소.” 결국 송나라 군대는 무참하게 무너졌고 양공 또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송양지인(宋襄之仁)’의 내용이다. 송양지인이란 쓸데없이 착하기만 한 경우를 빗대는 말이다. 하지만 만약 송나라 군대가 큰 승리를 거두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양공의 선한 마음에 감동한 초나라가 송나라를 존경하여 따르게 되었다면? 아마도 송양지인은 진정한 승리를 일컫는 말로 쓰일 터다.

그렇다면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는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가? 이 물음은 어디서나 부딪히는 아주 현실적인 고민이다. 황우석 사태도 그렇다. 황 교수 쪽은 자신들의 논문 조작을 ‘고의적 실수’였다고 말한다. 성과가 나와야 연구에 필요한 돈과 인력을 확보하기도 쉽다.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데이터 몇몇의 ‘사소한’ 변경은 큰 문제 안 된다는 취지다. 문익점은 원나라의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 가져왔단다. 그렇게 가져 온 씨앗이 온 나라를 따뜻하게 해주었다. 이야기대로라면, 문익점의 행동은 ‘불법 밀수입’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무엇이 과연 올바른 행동인지 헷갈린다.

이럴 때 우리는 흔히 양심에 손을 얹고 물어보라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양심은 너무 막연하여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칸트는 양심의 소리를 좀 더 쉽게 듣도록 도와준다. 그는 다음과 같은 판단 잣대를 일러준다.

첫째, 내가 마음먹은 바가 누구에게나 법칙처럼 통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 하늘로 던진 돌은 예외 없이 땅에 떨어진다. 물리학 법칙이 적용되는 까닭이다. 양심도 그렇다. 양심은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나 똑같이 통하는 도덕의 법칙이다.


예컨대, 친구에게 거짓말을 해서 돈을 빌린다고 해 보자. 이런 짓을 다른 사람이 해도 문제없을까? ‘거짓말을 해서 돈을 빌려도 된다.’는 것이 정말 올바르다면 다른 누구도 똑같이 해도 괜찮아야 한다. 성적이 정말 절실한 친구를 돕기 위해 내 답안지를 보여주는 행동은 어떨까? 남들도 이렇게 해도 되는지 되물어 보자. 양심은 조용히 답을 일러줄 것이다.

둘째, 다른 사람들을 항상 수단으로만 여기지지 말고 목적으로 대하라. 동물에게는 예의를 차리라고 말할 수 없다. 도덕윤리는 사람한테만 있다. 정말 도덕이 제대로 선 사회가 되려면 윤리의 가치를 깨닫는 능력이 있는 인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 아오지마 섬을 공격하던 미군은 시간이 부족했다. 몇 시간이라도 빨리 섬에 도착해야 하는 상황, 함선 위에서 장난치던 병사 한 명이 물에 빠졌다. 하지만 군함은 그를 구하기 위해 멈추지 않았다. 미군의 행동은 과연 옳았을까?

두번째 잣대는 답을 일러준다. 물에 빠진 병사에게 상황을 모두 설명해주고,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묻는다는 기분으로 처신하라. 상대는 윤리적인 판단을 할 줄 아는 인간이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더 많은 병사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기꺼이 받아드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 한 명의 생명이 여럿만큼이나 가치 있고 소중하다고 반박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의 양심은 결코 나 하나만 살면 다른 이들은 모두 죽어도 된다고 말하지는 않을 터다. 다른 사람들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말은 이런 뜻이다.

셋째, 양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신이 하려는 바를 언제든지 법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각오로 행동하라. 내게 양심이 있다면 다른 이들에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을 믿고 존경하자.

실험을 해 보겠다. 눈을 감고 절대 노란 곰을 생각하지 말라. 과연 머릿속에 노란 곰이 떠오르지 않았는가? “X를 하지 말라.”는 말은 이미 “X”를 염두에 두게 한다. 앞서 걱정하지 말고, 상대를 먼저 믿고 존중하자. 상대에게도 양심이 있다.

이상의 세 잣대를 칸트는 ‘정언명법(定言命法)’이라고 불렀다. 정언명법이란 양심이 무조건 하라고 우리에게 내리는 명령이다. 이제 다시 가슴에 손을 얹어 보라. 양심은 이미 우리에게 무엇이 옳은지 일러주고 있다.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에 위의 세 잣대를 적용해 보자. 양심은 가장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결론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뇌를 깨우는 논리 체조

마음 속 갈등을 일으키는 여러 상황들을 보고, 칸트의 잣대에 따라 도덕적인 결론을 내려 보자.

1. 수학여행을 떠나려는데 한 학생이 약속시간까지 오지 않았다. 장염에 걸린 동생을 혼자 놔둘 수 없었던 탓이다. 수백 명이 한 학생을 기다릴 수 없었다. 일정상 버스도 떠나야 했으므로 그 학생을 두고 출발했다. 학생을 두고 떠난 행동은 올바른가?

2. 가난한 집의 어른이 몹쓸 병에 걸렸다. 뻔한 살림에 치료비까지 대기는 힘든 상황이다. 다른 가족에게 피해가 되지 않기 위해 그는 자살을 택하려 한다. 어른의 행동은 올바른가?

3. 체육복을 안 가지고 와서 옆 반에 들어가 사물함에서 체육복을 빼와 입었다. 물론, 체육시간이 끝난 뒤에는 옷 주인이 모르게 가져다 놓았다. 이런 일은 친구들 사이에서 흔히 벌어지곤 한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이를 잘못되었다고 나무라셨다. 내 행동은 왜 옳지 못할까?

* 체조방법 = 칸트의 정언명령은 구체적인 해법을 내준다기보다, ‘양심의 자세’를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큽니다. 논란은 여전히 계속될 터이지만, 분명한 생각방법을 갖추고 하는 토론은 학생들의 ‘도덕적 감수성’을 한 뼘 높게 자라게 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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