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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폐증 백호에게 새세상 열어준 ‘멘토링’

등록 2007-02-01 20:07수정 2007-02-01 21:54

발달장애를 겪는 중학생 백호가 1일 서울대에서 서울대 사범대의 멘토링 사업으로 인연을 맺은 선생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멘토 배혜심씨, 백호, 어머니 이은주씨, 멘토 김도연씨.
발달장애를 겪는 중학생 백호가 1일 서울대에서 서울대 사범대의 멘토링 사업으로 인연을 맺은 선생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멘토 배혜심씨, 백호, 어머니 이은주씨, 멘토 김도연씨.
서울대 맞춤형 교육 실시 결과 효과 커
초중생 60% 성적·사회성 함께 높아져
백호(당곡중 2)군은 자폐증이 있는 발달장애 2급 장애인이다. 어머니 이은주(41)씨는 백호가 8살 때 음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피아노를 가르치다 지난해부터 바이올린도 배우게 했다. 선생님들을 접하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세상으로 나오는 발판이 될 것 같아서였다.

백호의 바이올린 선생님은 서울대 재학생인 배혜심(22·사회교육)씨와 김도연(22·조경학)씨다. 서울대 사범대가 시범으로 벌이는 멘토링 사업(맞춤형 교육)을 통해 지난해 5월부터 백호와 인연을 맺었다.

평소 고집쟁이인 백호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 멘토인 김씨는 백호를 달래는 시간이 더 많다. 하지만 백호는 바이올린 멘토링을 받고 나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학교 친구들이 백호를 바라보는 눈도 변했다. 바이올린을 얼마나 좋아하느냐는 말에 백호는 두 손을 커다랗게 펼쳐보이며 “이만∼큼”이라고 답했다.

멘토링은 백호에게만 변화를 준 게 아니다. 멘토인 배씨는 “내가 가진 조그만 재주를 나눠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내심 자랑스럽다”며 “백호를 만나지 않았으면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을텐데, 특별한 아이를 만날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현중(동양중 2)군은 ‘방과후 시간을 집에서 게임하며 보내는 것보다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고 뛰어노는 게 어떻겠느냐’는 담임 선생님의 제안을 받고 체육과목 멘토링에 참여하고 있다. 승일이, 홍범이, 태원이와 함께다.

무엇이 가장 많이 변했냐는 질문에 이들은 한목소리로 성적, 그중에서도 체육 성적이 올랐다고 답했다. 승일이는 평균 점수가 5∼6점 올랐다. 홍범이는 성적도 올랐지만 낯선 사람과 빨리 친해지는 법을 배웠다. 몸이 아파 혼자 현중이를 키우기 쉽지 않았던 아버지는 이제 다시 일을 시작할 참이다. 현중이는 “저희 마음을 정말 잘 헤아려줘요. 창피한 상황이 와도 선생님은 우리를 위해서라면 참고 다 해주시는 것 같아요”라며 멘토 박영두(27·체육학)씨 자랑을 이어갔다.

이처럼 멘토링이 학생들의 성적 향상은 물론, 인성 발달에도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서울대 사범대가 1일 밝혔다. 지난해 4월부터 소외계층 초·중학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멘토링 사업을 시범한 결과다.

서울대가 피교육생 878명(초등학생 386명·중학생 492명)의 지난해 1·2학기의 중간고사 성적 변화를 측정한 결과, 초등학생은 63%, 중학생은 58%가 성적이 올랐다. 이들 가운데 20점 이상 성적이 오른 학생도 초등학생 43%, 중학생 39%에 이르렀다.


또 각 학교의 멘토링 담당교사 139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교사들의 70% 이상이 ‘멘토링에 참여한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변했다.

사업운영위원장을 맡았던 김계현 교수는 “피교육자 한사람당 월 10만원 정도의 예산이 든 점을 고려하면, 대학생 맞춤식 교육 사업이 사교육비 절감의 효율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기자, 김지은 수습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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