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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19단 외우면 진짜 수학천재 되나?

등록 2005-03-15 14:18수정 2005-03-15 14:18

국내의 한 인터넷서점 홈페이지에서 ‘19단’ 관련 서적을 검색한 결과 모두 12권의 책이 검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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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한 인터넷서점 홈페이지에서 ‘19단’ 관련 서적을 검색한 결과 모두 12권의 책이 검색됐다. \\

한양대 김용운 명예교수, 언론·학부모 무분별열풍 질타

“구구단이냐?”, “19단이냐?”

“19단을 외워두면 계산력이 빨라지고 집중력과 암기력이 향상된다. 특히 수 개념이 확장돼 자녀들의 창의적 사고력과 경제적 관념을 심어주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수원시 교육청 임연철 장학사)

“지구상에서 19단을 정식 교과서로 삼은 나라는 인도밖에 없다. 우리나라 수학 교과서는 십진법 중심이고 구구단 중심으로 편성돼 있다. 19단 외우기는 시간낭비로, 상술에 불과하다.”(김용운 한양대 수학과 명예교수)


“구구단이면 충분하다” “19단을 외워야 한다”
지난해부터 ‘IT강국 인도’의 이면에 ‘19단 암기’가 있었다는 일부언론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불기 시작한 ‘19단’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초등학생과 학부모 사이엔 ‘19단 외우기 스티커’가 선풍적 인기를 끄는가 하면 학습지 회사나 일선 학원에서는 경쟁적으로 ‘19단표’나 ‘19단 외우기 비법’을 전파-판매에 나서는 것을 비롯해 ‘19단 노래’ 등을 활용해 어린이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19단’ 열풍은 서점가에도 이어져 관련 서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19단’ 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19단’은 기존의 ‘9×9=81’에서 끝나는 ‘구구단’을 ‘19×19=361(?)’까지 확장한 것이다. 단순비교만 해도 구구단에 비해 암기량이 4배이상이다. 수학교육 열기가 높은 인도에서 시작된 ‘19단’이 인도의 유능한 IT인력을 낳았고, 정보기술(IT)강국으로 발돋움하게 한 주요한 원인이며, 아이들에게는 좌뇌와 우뇌를 고루 발달시켜 지능개발에 좋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한국 학부모 사이에서 19단 외우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19단’이 뭐길래?

구구단은 ‘9×9=81’에서 끝나지만, 19단은 ‘19×19=361’까지 확장한 것이다. ‘19단’은 ‘0’과 아라비아 숫자를 발견한 ‘수학의 나라’ 인도에서 전통적으로 가르쳐 온 수학 학습법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가 정보기술(IT)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는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쳐온 ‘19단’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 수원시교육청(교육장 조현무)이 지난해부터 권장사항으로 선정, 산하 일부 초·중학교와 특수발명반 등에서 시범 교육중이다. 또 전국 100여개의 초등학교에서 ‘재량학습’ 개념으로 학생들에게 ‘19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19단의 장점은 빠른 계산력으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연산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점에서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어린이들에게 특히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지학사 김효정 수학과장은 “19단을 외우게 되면, 큰수를 두자리로 곱하거나 나눌 때 유용하기 때문에 계산능력은 확실히 향상될 수 있다”며 “특히 주어진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학시험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로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임연철 수원시교육청 장학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단을 외워두면 계산력이 빨라지고 집중력과 암기력이 향상된다”며 “특히 수개념이 확장돼 자녀들의 창의적 사고력과 경제적 관념을 심어주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곱살 된 딸을 두고 있는 주부 신아무개(30·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씨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19단 외우기가 보편화 돼 ‘19 곱하기 9’하면 외워서 답을 하곤 한다”며 “19단까지 외워야 좋은 거 아닌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우리 딸에게도 외우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우기 교재 및 프로그램 ‘범람’…언론도 가세

‘19단’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책받침형 19단표, 스티커, 게임, 대형 포스터, 19단송 CD 등 ‘외우기’ 프로그램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LG연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사이트 LG사이언스랜드(www.lg-sl.net)는 19단 게임 ‘산성비를 막아라’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글타자 게임처럼 타이핑을 익히듯 플래시 게임하면서 자연스럽게 19단을 외울 수 있으며, 친구들과 선의의 경쟁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천재교육(littlechunjae.co.kr)은 ‘19단 해피송 CD롬’을 개발해 ‘우등생해법시리즈’ 구입시 학부모들에게 무료로 증정하고 있다. 해피송 CD롬은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신나는 노래로 익히는 ‘19단송’ 뿐 아니라 순서대로 외우기, 거꾸로 외우기, 순서없이 외우기, 학습게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암기를 도와주고 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19단송을 익힐 수 있는 학습 코너를 운영 중인 기탄교육(gitan.co.kr)은 ‘19단떼기 학습장’을 지난 1월 출시했다. ‘19단 떼기’에는 19단송 CD, 19단 대형 포스터, 책받침형 19단표 등 19단을 다각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특별부록이 수록돼 있으며, 학부모들의 사랑을 받으며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또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아이들과 저학년을 위한 ‘19단 스티커(‘메이플스토리’)도 문구점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19단표’와 함께 들어있는 스티커를 찾아 붙이며, 자연스럽게 외우도록 하는 것이 장점 때문이 아이들로부터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19’단 열풍은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 <중앙>, <동아>, <문화>, <서울신문>, <연합뉴스>, <서울경제> 등의 언론사들은 작년부터 경쟁적으로 인도의 ‘19단 교육’을 소개하기 시작, ‘19단 열풍’을 부추겼다.

최근 ‘수학영재로 만드는 마법의 인도 19단’이라는 책을 펴낸 <조선일보>는 15일자 사고에서 “이 책자로 공부하는 순간, 자녀는 ‘수학 영재’의 길로 들어섭니다.”라며 대대적 판촉전을 벌이는가 하면, 같은 날 “신기한 곱셈, 분수 19단도 나와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관련책을 소개하며, ‘19단 외우기’의 장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조선>은 3월초부터 ‘“9×19 아직 모르니?”19단 붐 국내도’, “19단 곱셈, 좌·우뇌 고루 발달시켜”, “‘수학의 나라’ 인도, 19단 줄줄 외는 수학영재 넘쳐”, “19단 외우기 얻는게 많다” 등 관련 기사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15일자 신문에서 “19단표 구해주세요, 19단 노래CD는 어디 있나요?”라는 제목의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각종 게시판에서도 ‘19단 게임’, ‘19단 쉽게(빨리) 외우는 비법’ 등이 블로그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19단 외우기’ 놓고 논쟁 ‘치열’

하지만 이런 열풍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 분야 국내 최고전문가인 김용운 한양대 수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2일 평화방송(P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19단 외우기는 시간 낭비”라고 주장해, 무분별한 19단 외우기 열풍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 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지구상에서 19단을 정식교과서로 삼은 나라는 인도밖에 없다”며 “우리나라 수학 교과서는 십진법 중심이고 구구단 중심으로 편성돼 있어 19단을 외우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19단 외우기 교육을 권장하는 사람들은 철학이 없다. 수학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은 한 가지를 알고 열 가지를 써먹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라며 “수학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일부 언론과 기관들이 무책임하게 상업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을 대단히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며 ‘19단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는 언론과 기관의 행태를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인도가 IT 강국으로 떠오르는 데 수학이 바탕이 되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인도 사람들이 수 계산에 강해 최초로 0을 발견한 것은 사실이지만, 역사상 나온 위대한 수학자 100명을 고르라면 인도 사람은 2%밖에 안 된다”며 “인도에서 IT 산업이 발전한 이유는 기존의 인프라가 없어도 발전할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의 주장이 알려지자 온·오프라인에서도 논란이 한창이다. 누리꾼 ‘oelife’는 “19단을 외우면 계산이야 빠르겠지만, 식을 풀고 공식을 유도하는데 도움이 될까. 수리력을 키워야지”라고 글을 남겼으며, ‘han_dr’는 “19단이 좋았으면 진작에 외우도록 했을 것”이라며 “9단을 외운 뒤 응용력을 키우는게 효과가 있으니 그런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반면 서명수 천재교육 홍보기획부 대리는 “인도의 정보기술 발전의 원인이 ‘19단’에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학부모들의 요구가 높아진 상태”라며 “상술에 불과하며 효과도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지금까지 학부모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 수학적으로도 연산력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기탄교육 홍보팀 복정선씨는 “상업적 목적을 떠나 학부모들의 요청에 의해 ‘학습장’을 펴내게 됐으며, 반응도 좋은 편”이라며 “일선 초등학교 선생님들도 ‘19단’이 기초연산력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집중력과 암기력 향상 등에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학자와 일선 교사의 평가는 다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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